조경재의 왕 이페(IPE) “이페 싫다는 사람 못 봤다”
조경재의 왕 이페(IPE) “이페 싫다는 사람 못 봤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9.03.28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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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취재 | 현장에 달려가서 듣는다_남양재①

[나무신문] 목재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목재정보에 대한 갈증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나무신문은 2주에 한 번씩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시선으로 현장으로 달려가서 직접 묻고 답을 듣는 코너를 마련했다. 그 첫 순서로 최근 조경재 시장에서 각광 받고 있는 남양재를 알아본다. 앞으로 남양재에 대한 기자의 개떡 같은 질문에 찰떡같이 답해 줄 조광목재 조광덕 사장은 남양재 전문 제재소에서 40년 넘게 톱밥과 대패밥을 먹고 있는 베테랑이다. 글의 재미를 위해 인터뷰 내용을 극화했음을 밝힌다. <편집자 주>


이페 원목.

남양재 중에서 이페(‘이뻬’라고도 불린다)를 첫 번째로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페는 원하는 것은 뭐든지 만들 수 있는 나무야. 조경재의 왕이지. 왕을 먼저 다루지, 내시를 먼저 다루나?

뭐든지 다 만들 수 있다고요.
일단 이 나무는 변형이 없고 균열도 없어. 또 색상도 좋으면서 일정한데다가 강도도 좋아. 나무는 시간이 지나면서 색이 변하는 게 특징인데, 대게는 심재나 변재에 따라서 약간씩 변색의 정도가 다르기 마련이야. 같은 수종이라도 나무 하나하나마다 약간씩 차이가 나기도 해. 그런데 이페는 그런 게 없어.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는 얘기지. 목재에서 이 이상 있나? 

그래도 흠을 잡는다면요.
단점이라. 나무가 하도 딴딴해서 가공하기가 힘들다는 정도를 꼽을 수 있겠네. 옛날에는 조경재로 사용한다는 것 자체를 꿈도 못 꾸던 나무야. 지금이야 기계들이 워낙 좋아져서 이용이 가능하지. 그런데 가공하기 힘든 거야 우리처럼 일 하는 사람들한테나 흠이지,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신경 쓸 일이 아니지.

이페 데크재.
이페 데크재.

어느 정도 단단한가요.
거의 돌 수준이야. 단단한 거야 손으로 들어만 봐도 알 수 있지.

언제부터 조경재로 사용했나요.
남양재는 원래 동남아에서 들어오는 나무를 통칭하는 말이었어. 그러다가 남미에서도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이페도 함께 들어온 거야. 햇수로 따지면 한 10년 정도 됐겠네.

조광목재 사옥 실내 마감 사진. 벽은 조광목재에서 생산한 이페와 멀바우가 섞여 있고, 계단판은 멀바우다.

처음부터 조경재로 많이 쓰였나요.
처음엔 내외부 마감 인테리어에 많이 들어갔어. 당시에는 삼나무를 외벽 마감재로 많이 썼었는데, 삼나무는 가볍고 변형도 많지. 그런데 이페는 색상도 그윽한데다가 변형도 없으니 주로 미술관이나 고급 인테리어 내외장 마감재 시장에서 히트를 쳤지.

이페는 한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나무네요. 인테리어에서 조경재까지 석권하고 있으니까요.
아니야, 이페도 위기가 있었어. 3~4년 전에 진저우드라는 나무를 일부에서 이페라고 속여서 판매하는 일이 발생했었거든. 진저우드는 동남아에서 나오는 바투와 비슷한 종류의 나무인데, 이것을 비싼 이페로 둔갑시킨 거야. 이때에는 이페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아주 나빴어. 이페 입장에서는 얼굴에 X칠한 격이지.

바투, 진저우드, 이페 비교사진.

이페로 속일 정도면 진저우드도 그리 나쁜 나무는 아닌 것 같은데요.
그렇지. 진저우드도 아주 좋은 나무야. 지금은 이페 대비해서 30~35% 정도 저렴한 가격에 유통되고 있어. 

아까 가공이 힘들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인가요.
다른 나무들에 비해서 작업속도가 50% 밖에 안 나와. 다른 나무들 밀듯이 제재하고 대패하면 쇠가 열을 받으면서 문드러질 정도야.

조광목재 조광덕 사장.

가격이 비싼 것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점 아닌가요.
비싼 값을 하는데 비싼 게 왜 단점이야. 지금까지 이페 싫다는 사람 못 봤어. 또 진저우드에 비해서 30% 비싸다고 하지만, 수명을 생각하면 비싼 것도 아니야. 

국내에 원목과 제재목이 다 들어오고 있나요.
우리처럼 주문재를 생산하는 곳은 주로 원목을 들여와서 제재하고, 유통하는 곳은 규격제 제재목을 수입하고 있어.

진저우드와 이페를 구별하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이페는 색깔이 암갈색인데, 진저우드와 바투는 옐로우 계열인 게 차이점이야. 진저와 바투는 같은 나무인데 산지만 다르다고 할 수 있지. 그리고 이페의 조직이 더 치밀해. 다시 말하지만 진저우드가 이페보다는 못 하지만 결코 나쁜 나무는 아니야. 그래서 30% 싸게 팔잖아.

그럼 다음에는 진저우드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면 되겠네요.
그러지 뭐. 2주 후에 보자고. 사진 좀 그만 찍어. 내 얼굴 그렇게 찍어서 어디다 쓰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