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가는 집_집을 쇼핑하는 시대를 만들자
이사 가는 집_집을 쇼핑하는 시대를 만들자
  • 김오윤 기자
  • 승인 2019.03.15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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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칼럼
인터넷 쇼핑몰에서 맨 처음 팔린 모델(타이니1).
스마트하우스 이영주 대표
스마트하우스 이영주 대표

[나무신문 | 이영주 대표 스마트하우스] 공장을 지어야 겠다는 마음을 먹고 적당한 부지를 찾기 시작했다.

땅을 찾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중계업자의 말만 믿고 수십 수백 킬로미터를 갔다가 허탕을 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병행하여 경매 사이트도 열심히 스터디를 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발생했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던 작은 별채에 탈이 나고 말았다.

마당 한켠에 지은 작은 별채의 준공검사를 받기 위해 현황측량을 했는데, 대지경계를 벗어났다는 것이었다. 하늘이 노래지는 듯했다.

건물을 짓기 전 빨간 경계말뚝도 확인하고 석축옹벽과의 이격 거리도 분명히 확인했는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토목도면부터 하나하나 되짚어 본 결과 석축공사를 했던 토목공사 업체에서 옹벽공사를 경계가 아닌 곳에 엉터리로 했을 뿐더러 경계말뚝마저도 엉뚱한 곳에 꽂아 놓은 것으로 확인이 됐다. 2006년 당시에는 200㎡ 이하의 건축물은 사전신고 없이 건축한 후에 사후 신고를 하던 때다. 즉, 건축 전에 사전 신고나 허가 없이 건축을 하고 건축이 완료되면 도면을 제출해 준공을 맡던 시기였다. 

1m 정도만 이동하면 되는데…. 안타까움과 절박함은 예기치 않은 상황과도 연결이 됐다.

만일 이 작은 별채를 공장에서 지어서 옮겨 놓았더라면….  또 옮길 수도 있었을 텐데….

사업의 계기를 만든 이 사건은 실제 모듈러주택 사업을 하면서도 두 번 정도 현실화가 되었다. 2014년도에 이천에 판매한 주택이 위와 똑같은 이유로 해서 주택을 약 5m 가량 옮기는 사건이 있었다. 토목공사와 콘크리트 공사를 건축주가 직접 한 현장에 우리 스마트하우스에서 만든 제품을 판매하고 설치해 줬는데, 준공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석축공사가 잘못되는 바람에 남의 땅에 지어지게 된 것이다. 아마 현장건축이었다면 불법건축물이 되었을 텐데, 다행히도 이축이 가능한 모듈러주택이어서 무사히 준공까지 마치게 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모듈러주택 사업에 대한 또 하나의 이유가 추가되었다. 물론 그 당시에도 이동식 주택이라는 이름으로 내건 허접한 주택은 많이 있었다. 사실 그 당시 이동식 주택은 집이라고 부르기엔 다소 부적절했다. 임시거주 공간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단열과 품질 모두 조잡했기 때문이다.

현장건축은 설계에서부터 준공까지 많은 어려움과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공사기간 또한 6개월에서 1년이 소요되면서 건축주와 시공사의 마찰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아 서로가 불신하는 시장이었다. 

건축은 그 결과물에 대한 평가를 함에 있어 주관적 관점이 많이 개입된다. 또한 건축비용과도 밀접한 결과물을 보이는 것이 건축이다. 또한 건축 과정에서 설계변경이 가능하다 보니 중간에 수시로 설계변경을 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마찰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집을 내 마음대로 만들어 팔고 싶었다. 

내가 설계하고, 내가 만들고 내가 가격을 정하고, 나를 알아주는 사람에게….

사실 건축에 있어서 이러한 생각은 굉장히 위험하고 이기적인 발상이다. 주객이 전도된 이런 사업을 하겠다는 나도 반쯤은 미치지 않았나 싶다. 건축물은 집주인의 의사가 반영되어야 진정한 건축인데, 집주인의 의지나 취향과 관계없이 내 마음대로 집을 만들다니….

하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구조의 아파트를 사고팔며, 같은 디자인과 성능의 자동차를 사는 세상이 아닌가! 집이 똑 같으면 안 되나. 설계도 귀찮고 집 짓는 일은 더욱 어렵고, 누군가가가 만들어 놓은 집을 그냥 보고 사면 안 되는 건가.

그래! 집을 전시해 놓고 팔아야 겠다.

누구든지 와서 집을 쇼핑하고 마음에 들면 계약하고, 바로 사갈 수 있도록 해야지. 인터넷 쇼핑몰도 만들어야 겠다. 공장부지 한켠을 주택을 전시하고 홍보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했다.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하여 집도 보고 만드는 과정도 직접 확인하도록 했다. 인터넷 쇼핑몰이 과제였다. 과연 누가 인터넷에서 그림만 보고 구매결정을 할까.

어느 날, 걸려온 전화 한 통화가 그 가능성을 현실화 하는 시작점이 됐다.

“사장님을 한 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네, 무슨 일이신지?”

한 언론사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서울 순화동으로 한걸음에 달려갔다. 점심식사를 하면서 사업을 하게 된 계기와 앞으로 하고 싶은 방향을 이야기 했다. 물론 인터넷 판매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저희와 함께 인터넷에서 팔아보죠”

와   우…..!!!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찬란한 점심식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