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부목,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방부목,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9.03.1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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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부목재 세미나, “목재법이 목재보존산업 발전을 막는다”
“외국에서는 허용되는 H2방부목이 한국에는 없다”
‘방부목재 세미나’가 캐나다우드 한국사무소(대표 정태욱)와 (사)한국목재보존협회(회장 류재윤) 공동 주최로 열렸다. 좌로부터 경남과학기술대학교 나종범 교수, 정태욱 소장, 캐나다 임산물연구소 로드 스터링(Rod Sterling) 박사, 류재윤 회장.

[나무신문] 목재산업의 발전을 견인해야 할 목재법이 오히려 목재보존산업(방부목)의 발전을 방해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경남과학기술대학교 나종범 교수는 지난 3월5일 오후 3시40분부터 7시30분까지 쉐라톤 서울 팰리스 강남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최된 ‘방부목재 세미나’에서 ‘8년차 캐나다 방부목 야외성능 시험 실사 결과 및 주거용 방부목 규격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와 같이 밝혔다.

캐나다우드 한국사무소(대표 정태욱)와 (사)한국목재보존협회(회장 류재윤)가 공동 주최한 이날 세미나에서는 또 한국목재보존협회 류재윤 회장의 ‘국내 목재보존산업현황과 당면 과제’와 캐나다 임산물연구소 로드 스터링(Rod Sterling, 캐나다목재보존협회 회장) 박사의 ‘캐나다의 주거용 방부목 제품들: 제품군 A, B, C, D의 사용 및 사용조건’에 대한 발표도 눈길을 끌었다.

나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방부목은 사용환경이나 용도에 따른 등급을 구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방부목 등급은 가장 낮은 등급마저 현실적으로 맞출 수 없는 수준이다. 때문에  관련업계의 기술개발 의지 자체를 말살시키고 있으며, 이처럼 기술개발 없는 경쟁은 모두가 자멸하는 수순을 따를 게 자명하다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등급에 따라 방부 성능이 있는 제품과 단계별로 그 보다 더 성능이 뛰어난 제품 등으로 구분돼야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방부목 등급은 방부목 아니면 불량품이라는 이분법적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방부목 최하 등급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돼 있어서 사실상 ‘방부목’이라고 판매할 수 없는 불량품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캐나다나 미국의 ‘주거용 방부목’처럼 다양한 용도의 방부목 등급을 신설해야 한다는 것.

주거용 방부목 규격 도입시의 기대효과. 자료 = 나종범 교수.

나 교수는 “(현재) 방부목 품질기준과 목재법은 목재방부산업 시장을 왜곡하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품질기준”이라며, 이로 인해 “목재보존 업체들은 불량품을 만들어서 이득을 취하는 나쁜 기업”이라는 낙인을 찍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 교수는 이어서 “목재보존 업체들은 어차피 법에 규정된 침윤도를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굳이 보유량도 달성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등 목재보존 처리기술을 개발할 이유가 없다”며, 이러한 현실을 무시한 채 산림청이 “목재법이라는 강제규정으로 시장을 정화할 수 있다는 무리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사용되고 있는 일부 방부목은 국내 기준으로는 불량품이다. 자료=나종범 교수 발표.

끝으로 나 교수는 “목재방부 업체들이 경쟁을 통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국내 방부목 규격 및 품질기준은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며 “이러한 부분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국내 목재보존산업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로드 스터링 박사에 따르면 캐나다는 현재 네 가지 등급의 주거용 방부목 등급을 허용하고 있다. 이들 제품들은 사용자들의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유지비용을 절감시키고 환경까지 보호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제품군 A, B, C, D로 각각 관리되고 있는데, A제품군은 최대 두께 25㎜로 담장용 널판이나 기와 받침대, 레인스크린용 쫄대 등 외장재 안쪽에 사용되거나 가벼운 하중, 외관등급, 부후 위험도가 적고 제한적인 설계수명에 적용되면서 토양 또는 습기를 빨아들이는 자재와는 접촉이 금지돼 있다. 

B제품군은 25~40㎜ 사이의 두께로 난간살이나 데크 표면용 널판 등 폭 150㎜ 미만 제재목이나 가벼운 부하, 외관 등급, 부후 위험성이 낮고 제한적 설계수명이 요구되는 원형 또는 요철 처리된 자재다. 이 제품군 역시 토양 또는 습기를 빨아들이는 자재와는 접촉이 금지돼 있다.

C 제품군은 장선 등에 사용되는 40㎜ 미만 두께의 구조용 제재목이며 폭 140㎜ 이상 자제도 포함된다. D 제품군은 40~155㎜ 사이의 정사각형 기둥에 적용된다. 

로드 스터링 박사는 “주거용 제품 범주 표준은 제품의 성능과 최종 사용의 위험도 간의 균형을 유지한다”며 “한국과 기후지수가 유사한 캐나다 지역에서 제품군 B, C, D 표준에 준해 방부처리된 주거용 제품은 10년이 지난 후에도 우수한 성능을 발휘한다”고 밝혔다.

류재윤 회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방부목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용도는 2016년 기준 공급량 10만㎥를 넘어선 데크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로 정자, 건축재, 벤치의자, 울타리, 말목, 화단 등 용도가 많았다.

국산 목재의 방부목 사용 현황.  자료 = 류재윤 회장.

아울러 국산재는 방부목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양새다. 지난 2012년 기준 3000~5000㎥ 사이의 공급량을 보인 소나무, 편백, 낙엽송이 대표 수종. 이 중 소나무는 2013년 1만㎥를 넘기며 최고점을 찍었다가 급속한 하락세를 보이다가 2016년과 2017년에는 0에 가까운 공급량을 보이고 있다. 편백 역시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수준으로 바닥을 기고 있으며, 낙엽송만 2000㎥를 약간 넘어서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류 회장은 “외국에서는 허용되고 있는 H2 등급 방부목이 국내에는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방부목 규격을 수종별 내구성별로 차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태욱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목재는 대부분 (방부액) 난주입 수종인데, 침윤도 깊이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방부목 생산에 거의 사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침윤도 보다는 흡수량을 위주로 보는 캐나다의 주거용 방부목 기준이 국내에 도입되면 난주입 수종들도 방부목에 다양하게 이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세미나에 참석한 한 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낙엽송 등 대표 수종들이 난주입 수종이다”며 “산림청의 방부목 품질기준이 국산재의 사용을 방해하고 있는 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