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닮고, 자연의 원리 따라 작동하는 건축
자연을 닮고, 자연의 원리 따라 작동하는 건축
  • 나무신문
  • 승인 2019.01.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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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남부학술림 추산시험장 교육연구동
2018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준공부문 본상 수상작

[나무신문] 자연에 공명하며 풍토와 인간을 매개하는 건축 아름다운 백운산 자락에 신축되는 ‘서울대학교 남부학술림 추산시험장 교육연구동(이하 남부학술림 교육연구동)’은 우리나라 자생 식물의 수집·증식·보전·연구·관리·전시·교육을 위한 공간의 확보에 국한되거나, 또한 물질문명의 폐해의 반대급부로서의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공허한 녹색 구호를 위한 공간이 아닌, 자연과 풍토, 그리고 인간 사이에서 그 관계를 매개하며 서로를 솔직하게 공명시키는 건축을 지향한다.  

마치 이 대지에 원래부터 자생하고 있는 한 그루의 나무나 한 포기의 들꽃처럼 풍경, 풍토에 조화롭게 공존하는 것. 겉모습만 눈에 띄지 않도록 하는 전쟁터 병사의 위장 같은 것이 아니라 참으로 자연과 닮고, 그 원리를 따라 작동하는 그런 건축과 공간을 의미한다.


건축개요                                                                                
사업명칭: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남부학술림 추산시험장 교육연구동
대지위치: 전라남도 광양시 옥룡면 백계로 59-45 (남부학술림 추산시험장 내)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용     도: 교육연구시설
대지면적: 8,712 m2,(2,635.38PY)
연 면 적: 2,868.20 m2(865.81PY)
용 적 율: 50.93 %
건축면적: 1,762.26m2(533.08PY)
건 폐 율: 30.97 %
건물규모: 지상 3층
최고높이: 14.40 m
구     조: 지상1.2층: 철골 + 철근콘크리트 구조/ 3층: 목조 가구식 구조
외부마감: 고벽돌 치장쌓기/ 목재패널사이딩/ 아연도강판 지붕
Local Architect: 박미라 (GA 건축사사무소)
주차개요: 법정: 15대/ 계획 20대(장애인 주차 2대 포함)
공사기간: 2016년 9월 ? 2017년 9월
건 축 주: 서울대학교
설 계 팀: Design Architect: 조항만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Recording Architect: 정원영, 임종훈 (바이원 건축사사무소)
구조: 민환석 (환구조)
설비/ 소방: 장상락 (하나기연)
전기/ 통신: 김명일 (하나기연)
토목: 김옥선 (한국지오)
조경: 조윤철 (PH6)
친환경: 안병욱 (안파트너스)
사진 :김정현(잠수함 스튜디오) 


공감각적이고 구체적으로 자연과 교감하는 건축
이 건물을 통해 맺어지는 사용자(인간)와 자연(풍토, 환경)의 관계는 공감각적으로 교감되는 구체적인 것이기를 바랐다. 주위와 격리된 채 홀로 존재하는 단절의 건축공간이 아닌 바람이 불면 낯볼에 서늘한 간지러움을 느끼고, 햇살이 좋으면 중정과 테라스에 그 명징한 밝음이 스미며, 비가 내리면 처마에 빗물 듣는 소리와 피어오르는 습기의 비릿한 내음까지 맡을 수 있는 그런 건축과 공간을 상상하였다. 광활한 백운산 일대에 자라고 있는 수 천 종의 자생 식물 표본들뿐만이 아닌, 살아있는 실체로서의 자연인 남부학술림이 건물 내외로 스며들어 버무려지는 그런 건축공간을 구현하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학술림의 목적인 보전·연구·전시·교육이 건물을 통해 전일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였다.  

전통 한옥 공간의 현대적 재해석
우리 고유의 건축인 한옥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이런 컨셉의 훌륭한 전범이 된다. 한옥은 수 백 년에 걸쳐 우리의 자연과 풍토에 토착되고 풍경에 동화된 건축이다. 특히 인구 밀집지역이 아닌 산간지역의 사찰이나 서원 등은 한반도에서 자연과 하나 되는 최적화된 친환경적 건축을 보여준다.

- 배치와 조형, 평면과 구조
배치와 조형은 백운산의 지세와 환경에 동화와 조화를 목표로 하였다. 평면적으로는 자연에 대비되는 모던한 직사각형이지만 대지의 등고선에 묻힌 채 구조의 결구를 드러낸 입면은 많은 레이어를 가지고 우리의 한옥처럼 약하지만 은근한 경계를 이루며 자연과 섞이게 된다.

기능을 중시한 평면을 위해 한옥의 기본 유닛단위인 “퇴, 간, 채”의 개념을 현대적으로 해석, 적용하였다. 요구된 기능에 맞는 최소 모듈을 설정하고, 그 배수의 치수를 평면구성에 적용함으로서 질서 있는 가운데 다양성을 획득하는 한편 반복으로 인한 경제성, 효율성, 안정감을 획득할 수 있게 하였다.

기존의 언덕을 연장하는 옥상정원 위에 세워진 정자와 같은 3층의 구조는 기본적으로 기둥과 보를 이용하여 철골과 목구조를 혼합한 하이브리드의 구조를 사용하였다. 경사지에 자리 잡은 건물의 특성상 retaining wall과 foundation은 RC구조를 사용하여 구조의 종류와 미학, 경제성, 성능이 각각 충족되도록 설계하였다. 또한 철골 H형강 기둥이나 보도 목재로 Casing을 하고, 목재루버월을 입면에 도입하여 전체적으로 목구조의 느낌을 강화하였다.

- 공간의 조닝과 재료&친환경
공간의 조닝(zoning)은 접근성 및 다중이용·정숙쾌적, 공적·사적 공간, 상시 사용·간헐적 사용 등의 내용을 고려하여 조직되었다. 접근성이 좋은 1층은 전시와 다중의 이용이 많은 시설 및 들고남이 많은 직원들의 업무공간을 배치하였고, 2층에는 강의실과 실험실, 그리고 도서관 등의 교육 및 연구시설을 배치하여 두 조닝 간의 간섭을 최소화하였다. 옥상은 기존 건물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정원과 라운지를 두어 양측 모두의 어메니티 공간으로 디자인하였으며, 이 모든 활동은 가운데 위치한 중정에서 만나 융합되어 시너지를 이루게 된다.

건물을 구성하는 재료는 인공 물성이 아닌 자연 물성 즉 에이징(aging)이 되는 것들과 단열 성능이 출중하여 열부하, 냉부하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친환경 재료 위주로 선택하였다. 목재 가구식 구조의 지붕과 zinc sheet마감, 목재 패널 사이딩, 목재 데크, 친환경 흙벽돌, weathered steel panel, 아연도 강관 핸드레일, 노출콘크리트patterned exposed concrete, 화강석, 현무암 등의 석재 패널, 고단열 3중 유리 등을 공간마다 그 쓰임과 분위기 내구성을 고려하여 사용하였다.

친환경 건물을 이루기 위해 건축 계획에 패시브 요소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였다. 한옥에서 영감을 받은 처마와 차양, 빗살스크린 등은 여름철의 일사를 막아 냉방부하를 줄이고, 측창을 통한 맞통풍을 유도, 자연환기가 되도록 하였다. 또한 기초바닥을 이용한 지중열 교환시스템과 기초 주위로 매설된 강관 통기관을 이용 여름에는 시원한 공기가 실내의 cool tube를 통해 흡기되도록 하였고 남향 경사의 옥상에는 태양광 패널 BIPV을 설치하여 필요전력의 상당부분을 충당케 했다.  

자연과 대면하는 4가지 방식
또한 건축물이 아닌 자연을 건축으로 끌어들이거나 자연과 대면하는 여러 가지 방식을 한국 전통 건축에서 영감을 받아 계획하였다.

첫 번째 방식은 ‘자연 속으로 무한히 확장하는 대지’이다. 기존 건물이 위치한 언덕 레벨을 신축 교육연구동의 옥상정원 레벨로 확장하고 그 위에 3층 매스를 배치한 것은 경사지를 이용하여 무량수전 앞마당을 저 멀리 소백산자락으로 확장시키고 안양루를 배치한 영주 부석사에서 영감을 받았다.

두 번째 방식은 한옥의 마당과 같이 햇볕과 눈, 비, 바람을 담을 수 있어 자연과 인간의 삶을 연결하는 중정을 배치한 것이다. 비교적 넒은 면적의 교육연구동은 이 중정으로 인해 내향의 많은 공간들도 자연과 직접 대면할 수 있게 된다.

세 번째 방식은 옥상 정원 위의 정자와 같은 3층 라운지 매스이다. 경주 옥산서원의 독락당에서 영감을 얻은 이 3층 매스는 골짜기 평야를 건너 저 멀리 산맥을 바라보며 뻗어나간다. 직원들과 방문객의 휴식 장소이자 기존 건물과 자연스런 조화와 연결을 이루는 동시에 경치 좋은 언덕의 정자처럼 주위의 자연을 캐노피 밑으로 끌어들여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에게 기분 좋게 자연을 관조하게 만든다.

마지막 방식은 자연을 향해 액자틀 만들기이다. 병산서원의 입교당에서 만대루의 7칸 기둥과 지붕 사이로 보이는 병산의 풍경처럼 남부학술림의 열주와 지붕으로 이루어지는 전면 필로티는 자연을 건물의 프레임으로 잘라서 마치 아름다운 액자처럼 사람들의 이목을 환기시킨다.  

이와 같은 4가지 방식을 포함한 여러 디자인 솔루션을 통해 서울대학교 남부학술림 교육연구동은 백운산의 풍경에 녹아 들어 학술림의 정신과 존재의의를 그대로 반영한 자생적 풍토건축이 될 것이며, 남부학술림의 드러나지 않으나 대표적인 상징이 될 것이다.  

자료제공 =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조항만
정리 = 황인수 기자 openvic@imwood.co.kr 

 


건축가 소개 | 조항만 교수/건축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1994)와 동 대학원(1996) 그리고 뉴욕 컬럼비아대학교 건축대학원(2003)을 졸업하였으며 서울의 경영위치 건축사사무소에서 커리어를 시작, 아이아크 건축사사무소, Greenbergfarrow Architecture, New York에서 10여년의 실무를 거친 후, 2006년 해안건축의 뉴욕 현지법인 H Architecture의 설립과 함께 Design Principal으로 7년간 디자인을 총괄하며 많은 수의 국내 및 해외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다. 현재 서지영과 함께 TAAL ARCHITECTS의 공동대표이며, 2013년 가을학기부터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행복도시(세종시) 중심행정타운 마스터플랜, 정부세종청사 1-1구역, 2-2구역, 2012 여수엑스포 국제관, 한국수력원자력 경주 화백 컨벤션센터(Hico), 국립경찰대학교, Monterey Park Performing Arts Center, Monterey Park, CA, Hyundai HI HQ. Office and Showroom, Atlanta, GA등이 있고, Beyond 32nd Street New York (2004), Hanji Project New York(2012), Global Crisis & Design, (2011, 2012) 등의 전시회에 참여하였다. 설계했던 프로젝트 중 KEPCO 본사 사옥 계획안이 2010 WAN Award Building of the year, 강북공원 국제현상설계 제출안과 충청남도 도청사 계획안이 각각 AIA NY Design Award 2009, 2010에서 Merit과 Honor를 수상하는 등 많은 수의 건축상과 현상설계에서 입상하였다. 현재 대한민국 건축사 (1999)이자 건축학회 회원이며 행정자치부 청사혁신자문위원회 건축부분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