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늘어뜨린 지붕이 만들어 내는 풍부한 공간
길게 늘어뜨린 지붕이 만들어 내는 풍부한 공간
  • 황인수 기자
  • 승인 2019.01.04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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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대한민국목조대전 대상 수상작 - 서향각 (書香閣)
▲ 햇볕 잘 들고 바람 잘 통하는 방향으로 집을 앉히고 마당을 확보했다.

[나무신문] “여름방학이면 놀러갔던 할머님 댁의 대청마루가 없었다면 우리는 국문과에 가지 않았을 거에요. 장마철 높은 습도에 세상 모든 게 눅눅해져 책을 보려 엎드리면 살이 쩍쩍 달라붙던 대청마루에 대해 재미있게도 우린 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설계초기단계에서 건축주 부부가 풀어놓은 이야기다. 같은 학교 국문과 동기인 부부는 아파트에 더 이상 살 수 없다며 바람 잘 통하고, 햇볕 잘 드는 그리고 마당 있는 단독주택에 살겠다고 찾아왔고, 그들의 꿈 중 하나는 본인들이 사는 동네에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는 것이라 했다.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책이 모든 사람에게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주위의 핀잔과 경제적 여건으로 인해 작은 도서관에 대한 의지는 많이 사라졌지만, 작업 기간 내내 그들은 꿈의 씨앗을 품었다. 신축과 리모델링을 모두 염두에 두고 여러 곳의 땅과 집을 함께 보러 다녔다. 그러다가 건축주 부부에게 제격인 땅이 나타났고, 1년 여 간의 설계가 진행되었다.

▲ 햇볕 잘 들고 바람 잘 통하는 방향으로 집을 앉히고 마당을 확보했다.

건축정보                        
위치 : 강원도 원주시 판부면 서곡리 
용도 : 단독주택 
대지면적 : 438㎡ 
건축면적 : 147.5㎡ 
연면적 : 126.4㎡ 
규모 : 지상1층 
주차 : 1대 
높이 : 4.4m 
건폐율 : 33.68% 
용적률 : 28.86% 
구조 : 경량목구조
외부마감 : 0.7T징크, 시멘트 사이딩, 콘크리트노출, 타일 
내부마감 : 12T 레드파인 + 강마루 + 타일 + 한지 
설계기간 : 2016.01 ~ 2017.02 
공사기간 : 2017.03 ~ 2017.07 
사진 박완순 작가  010-5334-1900

▲ 햇볕 잘 들고 바람 잘 통하는 방향으로 집을 앉히고 마당을 확보했다.
▲ 전원의 장점을 살린 대청마루.

처마를 최대한 내밀어 반 외부적 공간 구성
살림집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햇볕 잘 들고 바람 잘 통하는 향으로 집을 앉히고, 마당을 최대한 확보하고 자동차는 집 밖으로 내보냈다. 그들의 바람대로 아파트처럼 커다란 거실보다는 여러 사람들이 머무르며 차 마시고 책 보고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고, 그들 삶의 일부인 책을 수납할 수 있도록 곳곳에 책장을 디자인했다. 

집의 규모와 텃밭 가꾸기를 꿈꾸는 건축주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외부에서 신발을 신고 사용할 수 있는 손님용 화장실을 구성했고, 일사조절과 외부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가능한 만큼 처마를 내밀어주고, 대청과 별채의 아궁이 주변 등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반 외부적인 공간을 구성했다.

▲ 집의 뒷공간 지붕을 투명하게 하여 채광은 물론 심리적으로도 밝은 느낌을 갖게 했다.

자연을 집으로 끌어들이고 실내를 외부로 확장
지붕이 덮고 있는 전체 면적이 60평에 조금 못 미치고, 벽이 둘러쳐진 실내공간이 30평이 조금 넘으니 집의 절반이 반 외부 공간이 셈이다. 단독주택에서 특히, 시골집에서 이런 반 외부적인 공간들이 만들어주는 다양한 가능성들과 공간감은 내부지향적이고 실내면적에 집착하는 현대의 일반적인 집합 주거에서 잃어가고 있는 중요한 것들이다. 이러한 공간들을 회복해 이 땅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잘 살리려 노력했다. 집을 길게 늘어뜨린 배치와 건축물 전체의 50% 가까이 되는 반 외부의 지붕 아래 공간들이 주변의 자연을 집으로 끌어들이고 실내를 외부로 확장해 풍부한 공간을 만들어 낸다. 채광과 환기도 유리해지고, 그것이 이 집을 구성하는 가장 큰 장점이라 하겠다. 1년 8개월간의 여정이 끝나갈 무렵 건축주 부부의 책들이 먼저 입주하기 시작했고, 이 집을 방문한 첫손님은 글짓기를 하는 건축주의 중학생 제자들이 되었다. 서향각(書香閣)이라는 이름에 배어있듯 이 집의 팔자가 아닐까. 

▲ Library(게스트룸).
▲ 여러사람들이 머무르며 차 마시고 책 보고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고, 책을 수납할 수 있도록 곳곳에 책장을 디자인했다.

완벽한 단열과 방습, 통풍, 내구성 높여
기초콘크리트 위에 방수시트를 설치해 바닥으로부터의 습기를 원천 차단했으며, 벽체와 지붕에 통기층(벤트 등)을 확보했다. 바닥 단열재 역시 법규에서 요구하는 성능 이상의 단열재를 건물내측(방수시트 상부)에 설치하였고, L형 앵커 역시 스테인레스 제품을 사용해 콜드 브릿지 등의 열교가 생기지 않도록 설계했다. 벽체에는 내부에 38㎜의 설비층을 구성하였고, 외부에 설치되는 콘센트 등도 노출콘센트를 설치하여 전선관과 스위치 박스 등으로 인한 단열층의 파괴를 최소화 하였다.

지진하중과 풍하중에 대응하여 건축물의 성능을 높여주는 철물들을 충분히 설치해 건축물의 내구성을 높였으며, 목조주택의 고질적인 문제인 욕실 등의 방수층 파괴에 대응하기 위해 콘크리트 기초의 방수턱 형성은 물론 목구조 벽체 내측에 조적벽을 한 켜 더 쌓아 방수 내구성을 높였다.

▲ 여러사람들이 머무르며 차 마시고 책 보고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고, 책을 수납할 수 있도록 곳곳에 책장을 디자인했다.
▲ 여러사람들이 머무르며 차 마시고 책 보고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고, 책을 수납할 수 있도록 곳곳에 책장을 디자인했다.

풍부한 일조량 확보로 밝고 따뜻한 집
일조확보가 유리한 방향으로 집을 배치하고, 충분한 처마길이를 확보하여 일사에 대응하였으며, 전원의 장점을 살린 대청마루 형식의 반외부인 거실을 구성하였다. 자칫 습하고 어두울 수 있는 집의 뒷공간 지붕을 투명하게 구성하여 채광은 물론 심리적으로도 밝은 일종의 뒷마당을 구성해 활용을 높였다.

세월이 더 지나보아야 정확한 데이터가 나오겠지만, 건축주가 1년 이상 거주하는 동안 수시로 드나들어 집의 성능을 체크해 본 결과 결로나 틈새바람, 누수 등의 기본적인 결함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단열성능도 훌륭한 것으로 확인되어 목구조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린 기본에 충실한 설계가 성실한 시공으로 잘 구현된 것으로 판단된다. 
자료제공 = 스튜디오더원 / 정리 = 황인수 기자 

▲ L.D.K 공간.

건축가 소개 | 원계연 건축가 / 스튜디오 더원 대표
원계연 대표는 강원도에서 나고 자란 강원도 토박이다. 
강원대학교 건축학부 졸업 후 건축포럼과 스튜디오어싸일럼에서 실무를 수련하였으며, 현재는 고향인 강원도 원주에서 스튜디오더원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작 ‘부메랑’으로 2016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 본상을 수상하였으며, 단독주택 등 소규모 건축물을 중심으로 우리 삶에 켜켜이 쌓여가는 것들에 관심가지고 작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