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러주택 사업에 대한 고속도로에서의 단상
모듈러주택 사업에 대한 고속도로에서의 단상
  • 김오윤 기자
  • 승인 2018.12.28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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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칼럼 | 이영주 대표 스마트하우스
▲ 스마트하우스 이영주 대표

[나무신문 | 스마트하우스 이영주 대표] 눈 내린 겨울. 이런저런 일로 공장을 한동안 못 가다가 근 한 달 만에 공장을 가게 되었다.

중부고속도로를 지나 평택제천간 고속도로로 옮겨 타고 가는 길에 한 달 전까지 보이지 않던 이동식주택업체 간판이 두 곳이나 눈에 띄었다.

참, 한국 사람들 빠르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편으로 걱정이 앞선다. 언론과 매스컴을 통하여 소개가 많이 되다 보니 너도나도 우후죽순 격으로 공장이 차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2010년 구제역이 전국의 소와 돼지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을 때 일산 변두리의 작은 창고를 한 달 간 빌려서 시제품을 생산하던 때가 생각났다. 추운 겨울 너른 논 한가운데 있는 농업용 창고를 임대했다. 농업관련 이외의 작업은 불법이어서 조심스럽게 작업을 해야 했다. 창고 안에는 난로도 없어서 얼은 손을 입김으로 녹이고. 얼어붙은 본드는 불로 녹여가면서 시제품을 만들었다.

흰눈이 내린 작업장 주변에는 축사가 많았는데 구제역이 돌아서 하루아침에 젖소들이 사라지고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돼지들을 구덩이로 몰고 가고, 구덩이 한편에서는 노란 포크레인이 부지런히 외팔을 움직이는 장면은 가히 충격이었다. 

추운 창고 안에서 나무를 자르고 못을 박고 단열재를 본드로 붙어가면서 만든 첫 모델 ‘마운틴힐’. 나름대로는 획기적인 디자인과 색다른 자재를 사용해 은근히 자부심을 가지는 모델이었다.
이렇게 탄생한 시제품을 가지고, 위풍당당하게 건축박람회에 출전했다. 하지만 냉담하고 싸늘한 관람객들의 반응은 실로 절망적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소형주택은 ‘싸다’라는 인식이 소비자 뇌리 속에 박혀 있어서 8평 남짓한 작은 주택을 3000만원이 넘는 가격표를 붙여 놓았으니 다들 사기꾼 보듯이 하는 게 아닌가! 특히나 내부마감재인 자작합판을 본 소비자들의 반응은 “내부마감은 왜 안 했어요?” 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당시 이동식주택은 컨테이너나 샌드위치패널에 적당한 단열재를 붙이고 적당히 만들어서 1000만원 내외로 팔고 있는 것이 대부분 이었는데, 삼천만원이라는 말에 다들 화들짝 놀랄 수밖에. 집 모양도 요상한 모양으로…. 하지만 그렇게 첫선을 보인 첫 모델의 반응은 냉담했지만 멈출 수 없었다.

▲ 2010년 농업용 창고를 임대해서 만들었던 첫 모델.

그 인식을 깨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8년이 지난 지금도 작은 집은 싸다라는 인식을 가긴 소비자들이 많이 있다. 

이 사업이 성공하려면 우선은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먼저였다. 작은 주택을 ‘집 다운 집’으로 만들면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하지만 규격화를 통해 대량생산하면 원가를 줄여서 저렴해 질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이동식주택으로 널리 알려진 용어도 모듈러 주택으로 바꿔야 했다.

건축박람회에도 출품하고 세미나도 개최하고, 강연도 빠짐없이 나갔다. 강연을 하는 조건은 모듈러 주택을 한 시간 정도 끼워 넣어서 소개하는 조건이었다. 

인터뷰나 방송출연 때 문답지에 모듈러 주택이라고 답변을 쓰면 작가는 어김없이 이동식주택으로 고쳐서 왔다. 시청자들이 모듈러 주택이라는 용어를 몰라서 안 된다는 것이었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새로 생겨난 이동식주택 업체를 보니 그 동안 겪었던, 지금은 추억이 된, 작은 창고에서 추위와 싸우며 만들었던 그 시절이 생각나 한동안 감회에 빠졌다. 

잘 견디고 이겨내야 할 텐데….

많은 업체들이 매스컴을 보고, 시류에 편승해 창업을 하게 된다. 품질보다는 가격으로 경쟁을 하다가 얼마 못 가서 폐업하는 전철을 밟는다. 업체의 폐업에 따른 가장 큰 피해자는 소비자이고, 당사자이고 관련업체들이다. 

그동안의 자구노력이 자칫 다른 사람에게는 희망의 불씨가 되어 성공의 길로 안내를 하면 다행이지만, 막연하게 노하우 없이 창업해 실패한다면, 나는 그 실패에 일조한 사람이 된다.

어떠한 사업이든 열정과 눈물 없이 이루어낸 결과는 없다.

다른 사람이 이루어 놓은 결과를 보고 무작정 뛰어들기 보다는 그러한 결과를 만들게 된 배경과 이유, 시대흐름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 다음엔 열정과 집념이 필요하다. 

만일 돈을 벌기 위해 이 사업을 시작하는 거라면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한다. 돈보다 일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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