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목재제품 원산지 ‘초고추장 잣대’ 준비하나?
산림청, 목재제품 원산지 ‘초고추장 잣대’ 준비하나?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8.07.2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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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재로 만든 것만 국산목재제품이라는 ‘고추장 잣대’…‘우선’은 철회

앞으로 목재법에 새로운 기준 만들지 논의할 것…“아직 결론 안 났다”

▲ 지난해부터 시작된 목재제품의 원산지 표시 원칙에 대한 논란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나무신문] 목재제품 원산지 표시 원칙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산림청의 ‘고추장 잣대’ 논란이 새로운 라운드에 접어들고 있다. 

산림청은 7월24일 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협회 및 개인 등에게 관련 공문을 보내고 목재제품 원산지 표시 원칙의 ‘고추장 잣대’ 철회 입장을 알렸다.

고추장 잣대란 산림청이 농수산물 원산지표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추장은 원료 하나라도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은 것이 포함될 경우 국산으로 표기할 수 없기 때문에 목재제품 역시 국내에서 생산된 원목을 100% 사용해야 국산목재제품이라는 해석을 내놓은 데서 생겨난 말이다.

산업계에서는 주로 건축자재나 가구재 등에 쓰이는 목재제품에 먹거리를 다루는 농수산물 원산지 표시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 관세법 등에서 지정하고 있는 일반물품의 원산지 표시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것.

산림청의 고추장 잣대에 대한 항의는 대한목재협회 등 협단체를 넘어서 일반 민간 기업으로까지 확대되면서 큰불로 번지는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나무신문 기사 「산림청 ‘고추장 잣대’, 협단체 넘어서 민간기업도 반대 나섰다_국내에서 만든 합판이 국산합판 아니다?…“목재산업 침체 야기할 것”」 참조>

이러한 과정 속에서 산림청이 ‘마침내’ 그간의 고집을 꺾고 고추장 잣대 철회 입장을 밝혀온 것이다.

목재협회, “마침내 결론 났다”
산림청 공문은 “목재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 제19조제2항에 명시된 ‘국산목재제품’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관련법에 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국산목재제품에 대한 정의는 우선 대외무역법 제35조 및 대외무역관리규정 제86조에 따라 수입원료를 사용하여 국내에서 생산되어 국내에서 유통되거나 판매되는 물품을 국내 생산물품으로 인정할 계획”이라는 내용이다. 수입 목재로 국내에서 가공한 목재제품도 국산목재제품이라는 말이다.

대한목재협회는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산림청으로부터 우리 협회의 의견을 수용해 ‘수입원료를 사용해 국내에서 생산되어 국내에서 유통되거나 판매되는 물품을 국내 생산물품으로 인정할 계획’이라는 답변을 받았다”며 “이는 우리 협회의 부단한 주장과 수차례 건의의 결과라고 자평”한다고 밝혔다.

목재협회는 또 산업계를 대표하는 SNS 등에도 산림청이 보내온 공문을 첨부해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협회 관계자는 복수의 SNS에 이 사실을 전하면서 “국산목재 및 목재제품에 대한 범위가 마침내 결론이 났다”고 선언했다. 

그렇다면 과연 이로써 이 논란에 마침표가 찍힌 것일까. 

아쉽게도 대한목재협회의 이러한 자평은 섣부른 청사진이라는 게 일각의 지적이다. 산림청의 공문 내용에 대한 설명 역시 샴페인을 터트리기에는 일러 보인다는 분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산림청, “결론난 것 없다”
산림청은 공문에서 “국산목재제품에 대한 정의는 우선 대외무역법 및 대외무역관리규정에 따라”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우선’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게, 산림청이 고집을 꺾은 게 아니라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를 했을 뿐이라는 시각의 출발점이다.

사전적으로 ‘마침내’는 ‘드디어 마지막에는’, ‘우선’은 ‘어떤 일에 앞서서, 아쉬운 대로’를 각각 의미하고 있다. 산림청이 공문에 굳이 ‘우선’이라는 단어를 집어넣은 것은, 이것이 ‘마지막’ 결론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게 산업계 일각의 우려다.
목재제품 생산업체의 한 대표는 이에 대해 “공문을 자세히 읽어보면 산림청이 ‘우선’은 목재제품의 원산지 표시원칙을 목재산업계의 요구대로 따르겠지만, 앞으로 목재법에 국산목재제품의 정의를 따로 정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산림청이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를 한것”이라며 “목재제품을 일반물품과 분리해서 목재법에서 따로 관리하게 되면 지금보다 더 큰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 관련 단체들은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계를 늦추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산림청 역시 ‘현재’보다는 ‘앞으로’에 방점을 두고 있는 분위기다.

나무신문의 “수입목재를 이용해 만든 목재제품도 목재법 19조2항의 지자체 및 공공기관의 우선구매 의무 대상품목인 ‘국산목재제품’이 맞느냐”는 전화 질문에 대해, 목재산업과 노상우 사무관은 “현재로서는 대외무역법에 의해 대상품목인 건 맞다”면서도, 하지만 “앞으로 대외무역법의 기준을 계속 적용할지, 목재법에 새로운 (국산목재제품의) 기준을 만들지는 수입업계, 사용자, 산주, 생산업계 등 이해당사자들과 논의해서 결정할 예정이다. 아직 결론이 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목재법 제19조제2항은 “국가·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관의 장은 국제협정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미만의 목재 또는 목재제품에 관한 조달계약을 체결하려는 때에는 국산목재 또는 국산목재제품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비율 이상으로 우선 구매하여야 한다”고 강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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