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고추장 잣대', 협단체 넘어서 민간기업도 반대 나섰다
산림청 '고추장 잣대', 협단체 넘어서 민간기업도 반대 나섰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8.07.2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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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만든 합판이 국산합판 아니다?..."목재산업 침체 야기할 것"

[나무신문] 산림청의 국산목재제품 정의에 대한 ‘고추장 잣대’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자칫 우리 국민의 목재 선호도 저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목재산업을 진흥하겠다는 목재법이 오히려 목재산업을 망가트릴 수 있다는 것.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목재제품 및 국산목재제품 우선구매 의무화를 규정한 목재법 제19조2항이 지난 5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에서 일정 금액 미만의 목재 또는 목재제품에 관한 조달계약을 체결하려는 때에는 국산목재 및 국산목재제품을 일정 비율 이상으로 우선구매해야 한다는 게 그 주요내용이다.

그런데 산림청은 시행령을 만드는 단계에서부터 전세계 목재시장과 맞지 않는 목재제품의 원산지 표시원칙을 들고 나와 산업계를 멘붕에 빠트리고 있다.

산림청은 시행령 개정안 마련을 위한 간담회에서, 농수산물 원산지표시에 관한 법률은 국내에서 생산·채취된 원료가 모두 국산인 가공품만 국산의 범위로 인정하기 때문에 ‘국산목재제품’ 역시 국내에서 생산된 원목을 이용해서 생산·가공된 제품만 해당한다고 밝힌 바 있다.

청은 또 “MDF를 만들 때 국산원목을 주로 사용하지만 제재소에서 나온 부산물 등을 섞어서 쓴다”면서 “제재소 부산물은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한 원목에서 나온 것들인데, 이런 경우는 국산목재제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나”라는 목질보드 생산업계의 한 관계자의 질문에 대해 “관세법에 따르면 그것은 국산이 아니다. 100% 국산재만 써야 국산목재제품이다”고 답했다. 이른바 ‘고추장 잣대’다.

이 ‘고추장 잣대’가 목재제품의 원산지 표시 원칙으로 적용되면, 우리나라의 대표적 목재제품 생산업체 중 하나인 선창산업 ‘선창합판’이 국산합판이 아니라 수입합판이 되는 셈이다.

또 전 세계 원목을 수입해 가공한 다음 재수출하는 ‘중국산’ 목재제품 역시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품질표시 위반으로 단속돼야 할 상황이다. 중국뿐 아니라 주요 목재제품 수출국들도 마찬가지다.
이와 같은 반론이 거세지자 산림청은, 수입품과 수출품에 대해서는 ‘고추장 잣대’를 적용치 않을 수도 있다는 ‘이중 잣대’를 내놔 혼란을 키우면서도 ‘국산목재제품’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중 잣대’란 중국 등에서 수입되거나 우리나라에서 생산해 다른 나라로 수출할 경우에는 제품을 가공한 나라가 원산지가 되지만, 국내에서 생산해서 국내시장에 판매하는 경우에는 국산 원목 100%를 사용하지 않았으면 국산목재제품으로 판매할 수 없다는 것.<나무신문 기사 「김재현 산림청장이 문재인의 X맨이다?_목재제품 원산지표시 원칙 “제조업 죽이겠다는 말…정부 일자리 정책에 역행하고 있다”」 참조>

궤변처럼 들려 선뜻 이해가 안 가는 이 말은, 뉴질랜드에서 수입한 원목으로 만든 선창합판이 수출될 때는 ‘Made in Korea’, 국내 시장에서 판매될 때는 ‘Made in New Zealand’로 표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중국이 뉴질랜드에서 수입한 원목으로 만든 합판을 우리나라 시장에서 판매할 때는 ‘Made in New Zealand’가 아니라 ‘Made in China’다.

이에 따라 사단법인 대한목재협회(회장 강현규)는 7월4일 김재현 산림청장 앞으로 보내는 건의문을 통해 “국산목재제품의 기준을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며 “관세법 시행규칙 제74조(일반물품의 원산지결정기준), 2개국 이상에 걸쳐 생산·가공 또는 제조된 물품의 원산지는 당해 물품의 생산과정에 사용되는 물품의 품목분류표상 6단위 품목번호와 다른 6단위 품목번호의 물품을 최종적으로 생산한 국가로 한다”는 기준에 따라서, 수입 원목으로 국내에서 가공된 목재제품도 ‘국산목재제품’이라고 강조했다.<나무신문 기사 「목재제품 원산지 기준에 ‘고추장 잣대’ “안 된다”_대한목재협회, 산림청장에게 국산목재제품 기준 수정 건의문 발송」 참조>

하지만 산림청에서는 7월19일 현재까지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고추장 잣대’에 대한 불만이 협단체를 넘어서 민간 기업으로까지 번지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주)정해목재 남궁문학 대표는 사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산림청의 국산목재제품 ‘고추장 잣대’에 대한 입장문을 담은 보도자료를 나무신문에 보내왔다. 산림청의 이러한 규정이 우리 국민의 목재에 대한 선호도를 떨어트리고, 국내 목재산업 경쟁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다. 

남궁문학 대표는 입장문에서 “국산목재제품의 정의는 ‘대외무역법’과 ‘대외무역관리규정’에 나와 있다”며 “산림청에서는 알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남궁 대표는 “‘대외무역법’제35조에 따르면, ‘다른 법령에서 국내생산물품 등에 대하여 별도 기준이 없으면,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수입원료를 사용해 국내에서 생산·유통·판매되는 물품에 대한 원산지 판정에 관한 기준을 정할 수 있다’로 되어 있고, ‘대외무역관리규정’제86조제2항에 의하면, ‘국내에서 제조·가공과정을 통해 수입원료의 세번과 상이한 세번(HS 6단위 기준)의 물품을 생산하거나, 세번 HS 4단위에 해당하는 물품(HS 6단위에서 분류되지 아니한 물품)이 해당 물품의 총 제조원가 중 수입원료의 수입가격을 공제한 금액이 총 제조원가의 51% 이상인 경우 국산제품으로 보며, 세번 HS 6단위에서 세번 변경이 안 된 경우에는 제조원가가 85% 이상인 경우 국산제품으로  본다’라고 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남궁 대표는 “목재는 ‘대외무역관리규정’ 별표8에 따라 HS코드가 44류(세번 HS 4단위)로 분류되고 있으며, 수입된 원목을 국내에서 제조·가공해 새로운 목재제품(변경된 HS 6단위 기준 물품을 생산 또는  HS 4단위 물품)을 생산한 경우 또는 제조·가공비용이 전체의 51% 이상을 차지하는 목재제품인 경우 국산목재제품으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산림청의 ‘고추장 잣대’ 국산목재제품 정의가 우리 목재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남궁문학 대표는 “산림청이 제시하는 안대로 국내에서 생산된 원목 100%로 만드는 국산 목재제품만을 우선 구매(조달계약) 대상에 포함시킨다면 수입원목을 이용한 목재제품 및 그 가공제품은 공공기관에 납품이 어려워 국내 목재산업 시장에 수급 불균형을 초래해 목재산업의 침체와, 이로 인한 사회 경제적 큰 파장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국내 덱(DECK) 시장의 목재제품의 흐름을 보면 2001년대에는 방부목재시장, 2010년대에는 합성목재시장, 현재는 천연목재시장이 거의 점유하고 있는 실정인데, 국산 목재만으로 조달의 50%를 수급한다면 현실적으로 국산목재의 품질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소비자인 국민들이 국산목재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져서 목재제품 시장 전반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면서 “국내산 원목을 이용한 조경시설물 및 덱(DECK) 소재로 시공시 수입 천연목재에 비해 부후가 빠르고 뒤틀림, 갈라지는 현상 등 품질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산림청은 강제조항을 만들어 목재시장을 어렵게 만들지 말고 목재생산업체에 기술 및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현정부의 핵심정책인 4차 산업혁명에 걸맞게 불필요한 규제보다는 완화를 통해 대한민국 목재산업이 더욱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을 해주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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