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 빌니우스 식물원
리투아니아 빌니우스 식물원
  • 김오윤 기자
  • 승인 2018.07.05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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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지리와 역사 (60) - 글 권주혁 박사
▲ 식물원 안에 있는 일본 정원의 일부.

[나무신문 | 권주혁 박사]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나라같이 아름다움으로 유명한 발트 3국(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가운데 가장 남쪽에 위치한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니우스(Vilnius)에 도착한 날은 새벽부터 폭우가 쏟아졌다. 비가 그치면 식물원에 가려고 하였으나 빗줄기는 강약의 차이만 있을 뿐 계속 내리고 있어 식물원 방문은 그 다음날로 미루고 그 대신에 시내 중심에 있는 반공(反共) 박물관을 방문하였다. 발트3국 가운데 리투아니아 국민이 가장 반공정신이 강해 소련 통치기간중 공산당에 대항하여 수많은 반공 의거를 일으켰으며 이는 1956년 헝가리 반공의거에 큰 영향을 주었다. 

다음날은 날씨가 흐렸지만 비는 오지 않아 인구 60만 명이 채 안 되는 빌니우스 시내 외곽에 있는 카이레나이(Kairenai) 식물원에 시내버스를 환승하면서 방문하였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서 5분정도 걸어가니 정문이 나오는데 정문만 봐도 이 식물원이 심상치 않다는 짐작이 든다. 빌니우스 대학이 소유하고 있는 이 식물원은 1781년에  처음으로 개원하였고 면적은 191.5 ㏊(약 63만평)이다. 필자가 자주 언급하듯이 유럽에서는 식물원이 기초 자연과학 연구소라는 인식이 깔려있으므로 식물원은 거의 대학교 소속이며 리투아니아도 예외가 아니다. 빌니우스 대학은 빌니우스 시내 중심을 흐르는 네리스(Neris)강을 끼고 있는 빙기스(Vingis) 공원 안에도 카이레나이 식물원 보다는 훨씬 작은 규모(7.35㏊)이지만 별도의 식물원을 갖고 있다. 1781년 이라면 비슷한 시기인 1776년에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 정조(正祖)가 즉위하여 규장각(奎章閣)을 설치하였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세종대왕이 1442년에 세계최초로 측우기를 만드는 등 나름대로 과학 방면에 발전을 이루었으나 그 후에도 식물학 연구에 있어서는 그 인식과 관념이 서구보다 뒤떨어졌었다. 이와 비교하면 리투아니아는 오늘날에 조차 인구 290만명(2018년)의 소국(小國)이지만 자연과학에 대한 정열은 대단하였음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순조7년(1807년) 조선의 인구는 1860만명이었다. 

▲ 습지 생태계를 보여주는 식물원내 호수.

이 식물원에는 10500여종의 수목, 관목, 꽃, 덩굴 등 온갖 식물이 자리 잡고 있는데 리투아니아 전역에서 생육하고 있는 재래종 식물 82과(科)에 속한 수많은 종(種)을  이곳에서 보존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며, 세계 각국에서 수집하여 가져 온 외래종도 보존하고 이들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워낙 식물원이 넓고 환경이 좋으므로 80여종의 조류(鳥類)도 이곳에 모여들어 보금자리를 트고 있다. 식물원의 북쪽 부분은 4~5세기의 고분(古墳)들도 있어 리투아니아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는 가치도 지니고 있다. 면적이 넓다보니 곳곳에 관리 작업하는 인부들이 자주 보이는데 대부분이 아주머니들이다. 주요 꽃들도 한 종류가 많이 식재되어 있는데 특히 장미꽃은 폴란드, 라트비아, 핀란드 등 여러 나라 원산의 것이 종별(種別), 색깔 별로 밭처럼 구성되어 있어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낸다. 이 장미 정원 안에는 야생 장미와 하이브리드 18종을  포함하여 140여종이 있다. 마찬가지로 라이락 역시 중국 원산을 포함하여 약 120종이 구릉지를 덮고 있어 이들이 품어내는 짙은 향기에 취해 발을 멈추고 더 오래 머물고 싶다. 글라디올루스, 툴립 등의 꽃들도 각각 80~450여종에 이르는 다양한 자태를 보여준다. 식물원을 방문할 때 마다 항상 느끼는 일이지만 이 식물원에서는 특히 새삼스럽게 창조주의 솜씨를 보며 저절로 경탄이 나온다. 

이 식물원에 있는 특이한 것 가운데 하나는 토양을 깨끗게 하는 재래종 식물 58개종(채소 식물 11종 포함)을 별도로 식재하고 이들이 토양을 정화하는 효능을 측정하고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식물원 안에는 넓은 호수도 있어 호숫가의 식물 생태계를 연구하는데, 이 호숫가에는 일본 정원도 있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일본 정부는 현지(식물원 경내 포함)에서  500톤의 자갈과 큰 돌을 운반하여 면적 1700평의 일본정원을 만들고 일본의 대표적인 단풍나무 등의 수목과 관목, 꽃 등 40여종을 심어 놓았다. 수목 역시 세계 주요 지역의 900여 수종(樹種)이 식물원 곳곳에 식재되어 있고, 특히 60㏊약 20만평)에 이르는 별도의 수목원을 식물원안에 조성하고 200여종의 활엽수, 침엽수를 다수 식재해 놓았다. 일본정원 인근에서 필자는 뜻밖에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가져 온 우리나라 소나무(Pinaceae Pinus koraiensis)를 발견하게 되어 너무 반가웠다. 식물원을 방문하는 동안 구름만 끼었지 비는 내리지 않았으나 식물원 정문을 나오자 마치 필자가 견학을 끝내고 나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전날처럼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권주혁  
용산고등학교 졸업(22회), 서울 대학교 농과대학 임산가공학과 졸업, 파푸아뉴기니 불로로(Bulolo) 열대삼림대학 수료, 대영제국훈장(OBE) 수훈. 목재전문기업(이건산업)에서 34년 근무기간중(사장 퇴직) 25년 이상을 해외(남태평양, 남아메리카) 근무, 퇴직후 18개월  배낭여행 60개국 포함, 126개국 방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대학 초빙교수(3년), 전 동원산업 상임고문, 현재 남태평양 연구소장, 전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외래교수. 국제 정치학 박사, 저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 등 16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