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 세계 불법목재 유통 플랫폼 되나
한국, 전 세계 불법목재 유통 플랫폼 되나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8.07.04 0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림청, 겉으론 강력한 규제 속으론 허점투성이…불법목재 신분세탁 악용 우려

업계, 합판은 사실상 1년 간 유예…다른 품목도 처벌 걱정 없는 ‘연습기간’ 필요

▲ 산림청이 10월1일부터 불법목재 교역제한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힌 가운데, 허술한 운영 탓에 오히려 우리나라가 전 세계 불법목재 유통의 플랫폼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때문에 시간을 갖고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27일 인천에서 열린 불법목재 교역제한제도 지역별 설명회에 참석한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 관계자들. 좌로부터 산림청 임업통상팀 이선미 사무관, 조남성 팀장, 한국임업진흥원 김윤희 책임.

[나무신문] 불과 3개월여 앞으로 닥쳐온 산림청의 불법목재 교역제한제도가 국내는 물론 국제 목재시장의 근심거리로 떠오를 전망이다.

‘통관 불허’라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한 제재가 국내 업계에는 불필요한 악성 규제로 작용하면서도, 정작 지구환경 보호라는 본래의 전 지구적 노력은 수포로 돌려버리는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림청은 오는 10월1일부터 원목 제재목 방부목 난연목재 집성재 합판 목재펠릿 등 7개 품목에 대해 불법목재 교역제한제도 운영에 돌입한다. 산림청장으로부터 위임받은 한국임업진흥원에서 목재 합법성 서류검사를 받은 후, 이 수입신고확인증을 세관장에게 제출해야 통관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수입업체는 해당 목재제품이 △합법적으로 벌채된 원목으로 생산된 제품임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하고 △산림청장이 이를 승인한 확인증을 받아 △세관에 제출하지 않으면 통관 자체가 불가능한 시스템이다. 단, 합판은 확인증을 세관에 제출하지 않아도 통관이 이뤄진다.

이는 현재 불법목재 교역제한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한 제재수단이다. 

이 제도는 지난 2008년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연합, 호주, 인도네시아, 일본 등 다섯 개 나라에서 시행 중이다. 올해 10월 우리나라가 여섯 번째 시행국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태국과 베트남도 준비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이 다섯 나라는 목재제품의 합법성을 수입업체 스스로 판단하고 그 근거자료를 보관토록만 하고 있다. 근거자료를 산림청장에게 제출해 검사 받지 않으면 통관 자체가 안 되는 우리와는 다른 대목이다. 다섯 나라는 정부의 사후 점검 대상일 뿐 통관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 산업계에서는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의 목재시장 규모로 봤을 때 여섯 번째 시행국으로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통관까지 막는 건 가혹한 규제라는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림파괴를 막아서 지구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산업계의 현실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며 “우리보다 시장규모가 큰 나라들도 시행을 미루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제도를 통관까지 막아버리면서 밀어붙이는 가혹한 규제”라고 성토했다.

속도가 아니라 정확한 관리가 중요하다
한편 이처럼 강력한 우리나라 불법목재 근절 제도가 오히려 조심스럽게 차근차근 정착되고 있는 전 세계의 불법목재 교역제한 제도를 무너트릴 수 있다는 아이러니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 불법목재 유통 시장의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나아가 한국 정부가 지구 산림파괴의 원흉이라는 불명예를 쓸 수도 있다는 목소리다. 소위 불법목재의 신분세탁 가능성 때문이다.

불법목재 교역제한 제도의 근간은 철저한 합법성 관리에서 찾을 수 있다. 합법성 관리는 벌목에서부터 가공, 유통은 물론 이후의 재가공, 재유통에 이르기까지 단계가 발생할 때마다 각각 진행되는 게 기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산림청은 중간단계를 생략하고 합법벌채 허가서만 있으면 수입된 목재제품이 합법목재인 걸로 간주하는 시스템이다. 과연 해당 목재제품이 벌채허가서에 나온 원목으로 만든 것인지는 일이 년 축적된 데이터베이스와 국제적 자료공조를 통해 가려낸다는 계획이다.

더욱 심각한 허점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목재합법성 확인서’ 제도에 있다. 이 확인서는 불법목재 교역제한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에 한해 적용되는데, 수출업자가 스스로 별도의 근거자료 첨부 없이 작성해 서명한 서류를 말한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의 수출업자가 한국에 목재를 수출하면서 스스로 ‘이것은 합법목재다’라고 밝히기만 하면 통관이 가능한 것이다. 불법목재가 한국 정부가 발행한 합법목재라는 새 호적을 달고 전 세계로 팔려나가는 시나리오가 그려지는 대목이다.

산림청 역시 이 제도의 추진 배경으로 우리나라의 목재제품 ‘수출 애로사항’을 해소해 교역을 증진시키는 데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곧 전 세계가 공들여 쌓아가고 있는 불법목재 교역제한 제도를 일순간에 무너트릴 수 있는 위험요소이고, 이로 인해 한국 정부가 지구 산림파괴의 원흉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로 번지고 있는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법목재 교역제한 제도는 속도가 아니라 정확한 관리가 중요한 제도다. 우리나라보다 규모가 큰 나라들이 선뜻 참여치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면서 “지금 산림청이 하겠다는 것은, 합법성이 면밀히 입증되지 않은 목재에 대한민국 정부의 ‘합법도장’을 마구 찍어주겠다는 것이다. 불법목재 생산업자들이 이를 악용하면 전 세계의 불법목재 교역제한을 위한 노력 자체를 교란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산림청의 의욕은 이해하지만, 거름지게 지고 장에 가는 어리석은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10월1일을 고집하지 말고 충분한 준비기간을 갖고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처벌 걱정 없는 연습 기간 필요하다
원목 제재목 방부목 난연목재 집성재 합판 목재펠릿 등 7개 품목이 10월1일부터 이 제도의 대상품목이지만, 합판은 사실상 1년 유예된 셈이다.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요구 등에 따라, 산림청은 제도는 시행하되 처벌은 1년 간 유예한다는 방침을 최근 밝힌 바 있다. 처벌은 판매정지 및 반송 또는 폐기명령 등 강력하다.

그런데 합판은 ‘세관장 확인’ 품목이 아니어서 산림청장의 ‘확인증’ 없이도 통관이 가능한 상황. 관련서류를 갖추고 신고는 해야 한다지만, 이를 어기거나 ‘산림청장 확인’ 전에 물건을 판매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합판처럼 여섯 개 품목도 ‘연습 기간’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사업을 못하게 할 정도로 규제해서는 안 된다”며 “합판처럼 1년 정도 통관과 처벌 걱정 없는 상황에서 ‘연습할 수 있는 기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산림청 임업통상팀 관계자는 합판이 ‘세관장 확인’ 품목에서 빠진 이유에 대해서 “우리(산림청)는 7개 품목을 모두 세관장 확인품목으로 넣어달라고 요구했지만, 관세청에서 전체 품목을 다 받기에는 업무하는데 부담이 된다면서 (합판을) 제외했다”며 “아마 다음 번에는 반영될 것으로 알고 있다. 세관장 확인사항 고시는 일 년에 한 번에서 두 번 정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불법목재의 신분세탁 우려에 대해 “그러한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들은 기본적으로 관리가 잘 되고 있고, 의심되는 업체에 대해서는 우리가 차후에 그 나라의 협조를 받아서 실사를 할 수 있다”며 “불법이 발각되게 되면 그 나라의 법에 따라서 처벌받게 된다. 따라서 섣불리 불법을 저지르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