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주 직영 시스템과 성실시공 “이것이 우리의 경쟁력이다”
건축주 직영 시스템과 성실시공 “이것이 우리의 경쟁력이다”
  • 황인수 기자
  • 승인 2018.05.23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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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나무집협동조합 고성만 이사장

[나무신문] 2016년 설립된 나무집협동조합은 목수들이 모여 만든 커뮤니티다. 나무집협동조합은 ‘건축주 직영공사 시스템’으로 집을 짓는다. 다단계 하도급 방식이 지닌 불합리를 없애고 거품 없는 시공, 투명 시공, 고품질 시공을 추구한다. 건축주에게 직접 임금을 받음으로써 임금을 떼일 일이 없고, 자존감 갖고 일할 수 있어 작업자(목수)에게도 환영 받는 시스템이다. 지난 4월28일 취임한 제2대 고성만 이사장으로부터 나무집협동조합의 운영 시스템과 현황,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우선 신임 이사장 취임을 축하드린다. 소감을 말씀해 주신다면
추천을 받아 이사장직을 맡게 됐다. 작은 조직이지만 이사장 직함을 얻는 순간 이끌어야 하는 사명이 생겼다. 평상시에도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살고 있지만 더 큰 긍정의 에너지를 가지고 조직을 이끌어 가겠다.

나무집협동조합은 어떤 조직(단체)인가? 설립목적, 설립연도는
우리 조합은 2016년 4월1일 출범했다. ‘나사모(나무집 사랑 모임)’라는 온라인 모임이 모태가 됐다. 나 역시도 나사모에 회원으로 가입해 일을 하던 목수였다. 내부 사정에 의해 나사모가 와해될 위기에 놓여 있었다. 목수로서 자질향상을 위해 많은 교육도 받았고, 서로 정보공유도 많이 하면서 다른 도급 현장과는 차별화된 시공법이나 완성도 면에서는 나름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하루아침에 와해되고 일반 도급현장처럼 된다면 그동안 쌓아놓은 이미지가 실추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목수들끼리 하나의 단체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다. 나무집협동조합은 이렇게 탄생했다.

나무집협동조합의 운영 시스템은
건축주로부터 프로젝트 의뢰가 들어오면 조합에서 마감이 임박한 순서에 따라 팀장을 지목하고, 팀장이 팀원을 선택해 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형식으로 일이 진행된다.

현재 조합원은 38명이고, 일은 하고 있되 아직 조합원이 아닌 초보목수 다섯 명 있다. 이들은 이제 입문한 목수들로 아직 기술이나 능력 또는 자질이 충분치 않아 연수기간이 끝나는 2~3년 후에 회원자격이 주어진다.

구체적으로 업무 수행 구조를 말씀해 주신다면
우리 조합은 조합원 간의 수평적 구조를 추구하지만 현장에 나가서 일을 하면 수직구조가 돼야 한다. 현장에는 팀장, 부팀장, 팀원으로서 각자의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사 현장 규모가 클 경우에는 다른 팀의 지원을 받는다. 하지만 조합원이 아닌 다른 외부 인력을 영입하지는 않는다. 다른 조직이나 모임에서 일하던 사람들을 영입할 경우 타성에 젖어 있어 우리의 시스템에 잘 적응을 하지 못하기도 한다. 우리만의 색깔과 코드, 시공법에 의해서 집이 지어져야 하는데 시공법이라든가 작업 순서 등이 다르면 마찰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초보목수는 누구이고 어떻게 구하나
초보목수는 말 그대로 목수 일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다. 우리가 이들을 영입하는 것은 우리 시스템에 맞도록 일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기존 경력자들은 잘 어울리지 못한다.

광고를 내 모집하거나 지인을 통해서 구하기도 한다. 초보의 기준은 1년 안팎의 목수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나이의 제한은 없다. 패널 한 장을 들 수 있는 체력과 일을 콘트롤할 수 있는 능력만 갖고 있으면 된다. 50대 이상의 조합원들도 여럿 있다.

건축주 직영 방식은 어떤 방식인가
조합과 건축주 사이의 계약이 성사되고, 건축주가 원하는 집의 형태와 구조를 1차적으로 작성해 오면 그것을 토대로 설계팀에서 도면을 그려 건축주에게 보낸다. 건축주가 그 도면을 보고 수정을 요청하며 그것을 반영해 다시 도면을 작성한다. 이렇게 다섯 번에서 열 번 정도 수정과 변경의 과정을 거치게 되고, 도면이 확정되면 건축주가 직접 건축사사무소에 가서 검수를 받는다. 설계비, 팀장 선정, 인허가 관련 데이터 비용 등을 포함한 계약금을 건축주로부터 받은 후 본격적으로 공사에 착수한다. 이때부터 모든 일은 팀장이 건축주와 직접 상대하며 진행한다. 목수들이 현장에서 하루 일하면 일정액의 수수료가 조합에 지불되고, 팀장은 주 단위로 팀원별 근무일수와 시간을 체크해 조합에 올린다. 조합에서는 이를 확인하고 그 자료를 건축주에게 넘긴다. 건축주는 팀원 각자의 통장으로 해당 임금을 입금한다.

귀 조합과 같이 팀장 주도 시공 시스템의 장점은
우리의 방식은 원스톱 시스템이다. 팀장의 머릿속에 기초부터 준공까지의 모든 시공과정이 들어있고, 팀원 4~5명이 힘을 합쳐 모든 공정을 다 끝냈을 때 하나의 주택이 완공된다. 한 공정을 진행할 때 다음 공정과의 연결을 생각하면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텀이 생기지 않고 업무의 흐름이 끊기지 않아 시너지 효과는 물론 공기를 단축할 수 있다. 보통 목조주택 한 채를 지으려면 3개월 정도가 소요된다고 하는데 우리는 40일 정도면 가능하고, 좀 큰 평수일 경우 두 달 정도면 끝난다.

우리 조합에서 일하면 모든 공정을 다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3년 정도 지나면 혼자서 집 한 채를 충분히 지을 수 있다. 시간이 좀 걸린다는 게 문제이지만.

건축주들의 만족도는
주택이 준공된 후 ‘집을 지으면서 어땠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건축주들은 즐거웠다고 말했다. 보통 집을 지으면 10년 늙는다고 말하는데 우리한테 집을 지은 건축주들은 또 다시 집을 짓고 싶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다음에 한 번 더 지으면 더 잘 지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우리가 스트레스를 주지 않은 것이고, 이런 말을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 

주택을 시공할 때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은
모든 부분이다. 시작부터 끝까지다. 그래도 그 중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은 구조, 하중과 관련된 부분이다. 목조주택은 기밀이 중요하다. 잘못 시공이 되면 열교가 많이 일어난다. 그라스울이나 수성연질폼, 셀룰로스 등을 주로 단열재로 사용한다.

그 동안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우리 조합의 운영시스템은 우리가 만들었지만 참 좋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초창기에는 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이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것이 문제점이고 애로점이었다. 한 프로젝트가 끝나고 텀이 있다 보니까 노는 시간이 생기게 되고, 건축주들이 좀 왜곡해서 생각했던 것도 어려움 중 하나였다. 우리의 견적이 저렴하다 보니까 좋은 집을 지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 내지는 선입견을 가졌기 때문이다. 사실 거품이 제거됐기 때문이 가격이 다운됐던 것인데 그것을 싸구려라고 오해했던 것이다. 이런 이해 부족을 어떻게 일일이 설명할 수 없어서 안타까웠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많이 알려지고 우리의 기술력을 경험했던 건축주들이 다시 의뢰하기도 하고 입소문을 내 다른 사람들을 소개하기도 한다. 고품질로 집을 지으니까 자연스럽게 의뢰가 끊이지 않고 들어온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할 수 있다.

목조주택 업체들의 수주경쟁이 치열한데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
우리는 경쟁을 하지 않는다. 성실시공. 이것이 우리의 경쟁력이고 대응방안이다.

나무집협동조합은 오랜 경력을 가진 목수들의 모임이다. 개성 강한 베테랑들이 모여 일하다 보면 마찰도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서로 각자가 프로라고 생각하고 있다. 프로들끼리는 만나면 싸우는 것이 아니라 눈빛만 봐도 안다. 그리고 좋은 정보가 있으면 공유한다. 그래서 서로 색깔이 비슷하기 때문에 마찰은 거의 없다. 공정 기간 안에 일을 마치려면 협조하지 않을 수 없고, 오랫동안 함께 해 왔기 때문에 손발이 잘 맞는다. 부딪칠 일이 없다.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집 한 채가 완성되면 내 분신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또 공정이 끝날 무렵이 되면 건축주가 굉장히 아쉬워한다. 이런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끼고, 그 건축주가 다음에 꼭 다시 자신의 집을 지어달라고 할 때도 역시 기분이 좋다.

가장 기억에 남는 집이 있다면
내가 했던 모든 집들이 다 기억에 남는다. 다 내 머릿속에서 한 공정 한 공정 생각하며 지었던 집이기 때문이다. 굳이 꼽으라면 ‘마지막 집’이라고 말하고 싶다. 늘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사장의 임기는 3년이다. 현재 9명의 팀장이 있다. 1년에 한 팀에서 5채 정도를 짓는다. 그러면 총 45채 정도의 집을 짓는 셈이다. 나의 목표는 올해 안에 50채를 짓는 것이다. 또 임기 만료 전까지 연간 100채 정도의 집을 짓는 것이다. 이렇게 하려면 팀장이 15명 정도로 늘어나야 한다. 조직을 확대하는 것이 1차 목표이며 포부다.

이사장님은 어떤 분인가
목수 12년 경력을 갖고 있다. 제약회사 영업으로 직장생활을 하다가 몇 번 회사를 옮기고, 사업도 해 봤다. 일을 하면서도 늘 그 다음에 무슨 일을 할까를 고민하고 찾았다. 그러다 신문에 캐나다에서 트럭 드라이버가 돈도 많이 벌고 괜찮은 직업이라는 광고를 보게 돼 취업이민을 위해 캐나다에 갔다. 막상 그 일을 해보니까 적성에 맞지 않았다. 달리는 차에서 잠을 자야 하는 생활이 힘들었다. 그러다 30대 중반에 목수일을 시작했다. 너무 힘들었지만 그 다음 직업을 생각하지 않게 됐다. 그래서 이것이 내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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