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법 시행령보다 임업진흥원 지침이 우선?
목재법 시행령보다 임업진흥원 지침이 우선?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8.05.08 11: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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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령의 ‘이수’는 ‘수료’ 아닌 ‘교육 훈련 합격’을 의미…산림청, “문제없다”

산업계, 기관마다 다른 지침 만들면 법이 무슨 소용…관련 협회가 나서라

[나무신문] 목재산업계와 산림청 사이에 때 아닌 국어 논쟁이 불붙고 있다. 목재법에서는 목재제품을 생산하거나 수입해서 판매하려 할 때에는 임업진흥원으로부터 사전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또 일정 기준을 충족한 생산공장에는 사전검사를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다. 이른바 자체검사공장 지정제도다.

이에 따라 시행령에서 제재목 생산 공장은 그 자격조건 중 하나로 “법 제31조제1항에 따라 지정된 전문인력 양성기관에서 실시하는 관련 교육훈련을 이수한 사람을 1명 이상 갖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교육훈련이란 한국임업진흥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제재목 등급구분 전문인력 양성교육’을 말한다.

양성교육은 3박4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마지막에 등급구분 테스트를 통과하면 ‘합격증’을, 시험에 떨어지면 ‘수료증’을 각각 교부하고 있다. 합격률은 70~90% 선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임업진흥원에서 이 수료증만으로는 자체검사공장 지정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진흥원은 이에 대해 초기부터 합격증이 있어야 자체검사공장으로 지정해 왔으며, 그에 관한 지침이 마련돼 있으므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 지침은 진흥원 자체적으로 만든 ‘목재제품 규격·품질 자체검사공장 지정 업무처리에 관한 지침’인데, 여기에서는 목재법 시행령과는 다르게 자체검사공장으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법 제31조제1항에 따라 지정된 전문인력 양성기관에서 실시하는 제재목을 육안으로 등급 구분하기 위한 교육 훈련 합격증”을 제출토록 하고 있다. ‘이수한’이 ‘교육 훈련 합격’으로 강화된 셈이라고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산림청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산업계에서는 진흥원의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시행령이 그 취지에 따라 고쳐지기 전까지는 ‘수료증’만으로 자체검사 공장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또 이와 같은 목소리는, 산업계의 권리를 대변해야 한다는 점에서 관련 협회를 비난하는 쪽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임업진흥원 관계자는 “‘수료’와 ‘이수’에 오해의 소지가 있으나, 이수한다는 것은 교육을 받고 자격을 갖추는 것이기 때문에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또 수강생들에게 교육에 앞서 항상 ‘시험에 통과해야 자체검사 공장 지정 자격이 있다’는 것을 공지하고 있음으로 (지침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산림청 목재산업과 관계자 또한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시험에 합격하지 못했다는 것은 제재목 등급구분을 할 능력이 없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면서 “이처럼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자체검사 공장 권한을 주는 것이 더 문제이므로, 진흥원의 해석(지침)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임업진흥원은 시행령에 따라 실행하는 기관인데, 자기들 스스로 시행령 보다 강화된 지침을 만드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며 “다른 기관들도 스스로 시행령과 다른 지침을 만들어서 행정을 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 그렇다면 그 시행령이 무슨 소용이고, 그로인한 혼란을 어떻게 막는다는 말이냐”고 질타했다.

다시 말해 시행령에서 대표자의 인적사항을 제출토록 하는 규정을, 지자체 등에서 별도의 지침을 만들어서 대상자 범위를 임직원으로 확대한다거나, 극단적으로는 인적사항에 생체정보까지 추가토록 하는 것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치는 같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법에 ‘이수한 자’로 돼 있으면 ‘수료증’만 있으면 자격이 충분하다. 이것이 문제가 있으면 법을 바꿀 일이지 지침을 만들 일이 아니다”며 “산업계를 대변하고 권익을 보호해야 할 협회는 이런 일에 나서지 않고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한목재협회 관계자는 이와 같은 여론에 대해 “임업진흥원 지침의 취지에는 동감한다”며 “하지만 시행령을 바꾸기 전까지는 ‘수료증’을 (자체검사공장 지정 자격으로) 인정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어사전에는 “△이수 : 해당 학과를 순서대로 공부하여 마침. △수료 : 일정한 학과를 다 배워 끝냄. ‘마침’으로 순화. △합격 : 시험, 검사, 심사 따위에서 일정한 조건을 갖추어 어떠한 자격이나 지위 따위를 얻음”이라고 각각 정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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