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에 빠진 목재법 “일이 점점 꼬이네”
수렁에 빠진 목재법 “일이 점점 꼬이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8.04.3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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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국내에서 생산된 원목 100% 사용하지 않으면 ‘국산’목재제품 아니다”

산업계, “원목 수입해서 만든 ‘중국산’도 원산지표시 위반으로 단속할 것인가?” 

▲ ‘목재이용법 시행령 개정관련 협단체 회의’가 4월25일 오후 3시 정부대전청사 1동 202호실에서 열렸다.

[나무신문] 지자체 및 공공기관의 국산목재제품 우선구매 의무화를 규정해 산업계 전반의 환영을 받고 있는 목재법 제19조2항이 오히려 목재법 전체를 수렁에 빠트리고 있다. 자칫 산업계 자체를 침몰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최근 산림청은 오는 5월29일 시행을 앞둔 목재법 19조2항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런데 이 시행령안에서 ‘국산목재제품’을 ‘국내에서 가공된 목재제품’이 아니라 ‘국산원목을 이용한 목재제품’으로 한정하려는 의도가 포착되면서 목재산업계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19조2항에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법의 취지가 ‘국산목재 자급률 제고’에 있다는 게 산림청의 주장이다.<나무신문 508호 3면 「산업계, “공무원은 궁예가 아니다…법대로 하자”_산림청,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법 취지는 목재자급률 높이기”…3명이 검토해 ‘입법예고’」 참고>

급기야 산림청은 4월25일 ‘목재이용법 시행령 개정관련 협단체 회의’를 개최하고 이 문제를 보다 확실히 했다. 국내에서 생산된 원목 100%를 사용하지 않은 목재제품은 ‘국산’이 아니라는 것.

정부대전청사 1동 202호실에서 열린 이날 회의에는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조합중앙회, 국산목재협동조합, 한국산림경영인협회, 한국원목생산업협회, 한국임업후계자협회, 목재산업단체총연합회, 대한목재협회, 한국합판보드협회, 한국목재보존협회, 한국목재칩연합회, 산림바이오매스에너지협회 등 관련 기관 및 단체 관계자들이 총출동하다시피 했고, 나무신문 등 관련지 기자들도 취재에 임했다. 사실상 산림청이 국산목재제품의 원산지표시 원칙을 공표한 셈이다.

산림청은 이날 회의에서 목재법 19조2항에서 말하는 국산목재제품의 인정범위에 대해서 논란이 되고 있지만, 원산지표시는 관세법 및 그 시행규칙에 이미 정해져 있으므로 그대로 따르면 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목재법 시행령에서 논란거리로 삼을 사안 자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원산지 결정기준은 관세법과 시행규칙에 정리가 되어 있고, 이 관세법에 따라서 농림부 역시 농수산물 원산지표시에 관한 법률에서 ‘국내에서 생산·채취된 원료가 모두 국산인 가공품만 국산의 범위로 인정’한다”면서 “따라서 국산목재제품 역시 국내 원목을 이용해서 생산·가공된 제품”이라고 못 박았다.

이 관계자는 더 나아가 “MDF를 만들 때 국산원목을 주로 사용하지만 제재소에서 나온 부산물 등을 섞어서 쓴다”면서 “제재소 부산물은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한 원목에서 나온 것들인데, 이런 경우는 국산목재제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나”라는 목질보드 생산업계의 한 관계자의 질문에 대해 “관세법에 따르면 그것은 국산이 아니다. 100% 국산재만 써야 국산목재제품이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또 ‘원재료 어느 하나라도 국산을 쓰지 않으면 국산으로 표시할 수 없는 고추장’의 예까지 들어가며 원산지표시 원칙을 설명했다. 

이를 다시 정리해보면, 목재제품의 원산지 표시는 농수산물 원산지표시에 관한 법률을 따라야 하므로, 그 정의와 적용범위에 대한 논의는 필요치 않다는 게 산림청의 입장이다. 때문에 19조2항 시행령안도 문제가 없다는 것.

그렇다면 과연 최근 산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국산목재제품’에 대한 논란은 일단락된 것일까. 안타깝게도 더 큰 혼란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산림청 설명대로 목재법에 명시된 목재제품의 원산지표시 원칙을 농수산물 원산지표시에 관한 법률에 따라야 한다면, 지금 당장 원산지표시 위반으로 단속되고 처벌받아야 할 수입 목재제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세계 원목시장의 블랙홀이라고 불리는 중국산 목재제품이 문제다. 막대한 원목 수입량만큼이나 목재제품 수출량 역시 압도적인데, 우리나라 역시 거의 모든 목재제품 수입량에 있어 ‘중국산’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다시 말해 산림청이 목재법 19조2항의 국산목재제품을 국산원목을 100% 사용한 제품으로 규정할 경우, ‘중국산’ 목재제품을 수입해 국내 시장에 판매하는 수입상들은 거의 모두 원산지표시 위반으로 처벌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베트남산’ 목재제품도 같은 처지다. 

▲ 중국이 뉴질랜드에서 원목을 수입해서 집성재로 가공한 다음 우리나라에 수출한 ‘중국산’ 목재제품.

아울러 원재료의 원산지 추적이 거의 불가능한 폐목재를 사용하는 ‘국산 MDF’와 ‘국산 PB’는 처벌의 굴레에서 영원히 헤어나오지 못하는 신세가 된다. 피할 방법은 공장을 세우는 길뿐이다. 폐목재를 사용하지 않으면 될 것 같지만, 가뜩이나 수입 제품들과의 가격경쟁력에서 밀리는 상황에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한편 농수산물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원산지 표시 위반 시 그 위반 금액의 5배 이하 금액을 과징금으로 징수될 수 있으며,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그 형이 확정된 후 5년 이내에 다시 위반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 시장에서 판매되는 목재제품은 국산이든 수입산이든 같은 원산지 표시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회의가 끝난 후 나무신문의 이와 같은 문제 제기와 질문에 대해 산림청 관계자는 “(수입산이든 국산이든 원산지표시 원칙이 동일해야 한다는 것은) 맞다”며 “관세청 등 관계기관에 다시 한 번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목재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로 건축재로 쓰이는 목재제품을 먹거리를 다루는 농수산 관련법에 적용시킨다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최근 목재법 19조2항 시행령안에 대한 목재산업계의 불만을 피해가려는 꼼수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산림청은 책상에 앉아서 가당치도 않은 핑계거리만 만들게 아니라, 모르면 좀 산업현장에 나와서 배워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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