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시험 1건에 인건비 12만원은 폭리다”
업계, “시험 1건에 인건비 12만원은 폭리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8.04.25 09: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임업진흥원, “사실은 무기계약직 두 명 더 쓰고 있다”

[나무신문] 수종감정 수수료 740% 인상을 놓고 벌어진 목재산업계와 한국임업진흥원 간 갈등이 2라운드를 맞고 있다. 

여전히 업계에서는 수수료 폭탄으로 진흥원이 폭리를 취하려 한다는 입장이고, 진흥원은 지난 20년 동안 국립산림과학원이 이 업무를 맡으면서 올리지 못한 가격을 현실화 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문제의 발단은 진흥원이 그동안 1만6400원이던 수종감정 수수료를 13만8200원으로 한 번에 740% 넘게 올리면서 벌어졌다. 이를 놓고 산업계에서는 수종감정을 하고 있는 유일한 기관인 진흥원이 그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민원인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진흥원에서는 그동안 산림과학원에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20년 동안 수수료를 올리지 않은 것을 진흥원에서 넘겨받아 가격을 현실화하다보니 한꺼번에 740% 올라가는 결과가 초래됐지만, 이마져도 적정가격의 70~80%만 반영한 결과이며, 2만3000엔 정도하는 일본에 비교해 봐도 크게 낮은 가격이라는 설명이다. <나무신문 507호 3면 ‘수종감정 수수료 740% 인상…폭탄인가 현실화인가’ 참조>

진흥원의 이와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산업계의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진흥원의 해명이 불만에 의혹을 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산업계에서 제기하는 의혹은 크게 인건비와 일본과의 비교 부분.

진흥원은 내놓은 해명자료에서 감정수수료 13만8200원 중 인건비가 12만48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임업진흥원 연구원(4급) 3년차 기본급 3121만3000원 기준, 연 근무일 260일, 8시간 근무 기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이를 단순 계산(3121만3000원 ÷ 260일 = 12만50원)하면 연구원 한 명이 출근해서 1년 내내 이 업무만 한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 수종감정 서비스를 주로 이용해야 하는 조달등록 업체가 많게는 200여 개에 육박하고 있어서, 이중 100개 업체가 6개 수종씩만 감정을 맡긴다고 가정해도 인건비가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분석이다.

다음으로 일본과의 비교 문제인데, 진흥원에서 제시한 일본산림총합연구소의 수종감정 수수료는 2만3400엔이다. 이와 견주면 일견 진흥원 수수료가 매우 저렴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일본은 다른 품목도 마찬가지라는 데에 있다. 

밀도는 2만3200엔, 함수율 2만3200엔, 수축율 4만5400엔, 흡수량 2만3600엔, 흡습량 8만4000엔, 열보존율 3만200엔, 마모량 2만8400엔 등이다. 이와 비교하면 수종감정 2만3400엔은 오히려 싼 축에 속하는 셈이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 진흥원은 함수율 3만950원, 밀도 및 비중 3만950원, 휨·압축·인장·전단강도 1만5370원 등으로 각각 책정돼 있다. 일본 수종감정 비용이 다른 항목과 비교해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것에 비해, 우리나라 임업진흥원 수수료는 수종감정만 유독 월등히 높게 책정돼 있다.

이에 대해 산업계에서는 진흥원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함수율이나 밀도, 비중 등은 진흥원 말고도 복수의 다른 시험기관에서도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수종감정은 임업진흥원 한 곳에서만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건비 부분에 대해 “시험 한 건 당 인건비가 12만원이 넘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조달에 등록된 업체 중 100곳에서 6개 수종만 감정을 맡긴다고 해도 진흥원에서 기준으로 삼은 인건비 3121만3000의 두 배가 훨씬 넘는 규모”라며 “하지만 실제로는 조달에 등록한 업체가 200여 곳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품목도 더 다양해 그 규모는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본과 우리나라를 비교하는 것도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지만, 비교하려면 다른 품목도 같이 비교해 적용해야지 수종감정만 콕 집어 적용했다는 건 궁색한 변명으로 들린다”며 “다른 곳에서는 할 수 없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는 구조를 만들어 손쉽게 장사하려는 속셈으로 보인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한국임업진흥원은 여전히 수수료 폭리는 없으며 적정가격이라는 입장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인건비에 대해 “사실은 (연구원) 한 사람 외에 무기계약직 직원 2명을 더 (수종감정 업무를 위해) 쓰고 있다”면서 “고도의 전문가가 투입되는 인건비와 1억원이 넘는 전자현미경 등 고가의 장비 유지비 등을 감안하면 수수료 13만8200원은 비싼 수준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일본과의 비교부분에 대해 “일본의 밀도나 함수율 등 시험수수료가 수종감정처럼 높은 것은 사실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들 시험들이 수종감정과 달리 고도의 전문가와 고가의 장비가 필요치 않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것”이라고, 진흥원 수수료 책정에 반영치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한국임업진흥원은 임업 및 산촌 진흥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해 산림청으로부터 인건비, 경상경비, 사업비, 시설비 등을 국고보조 받고 있다. 지난해에만 인건비 93억4000여원 등을 포함해 266억1000여 만원의 국고를 지원받은 바 있다.  <표 참조>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