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대교 이야기
한강대교 이야기
  • 나무신문
  • 승인 2018.04.06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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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서울시
▲ 여름 저녁 한강대교에서 본 여의도 쪽 풍경.

한강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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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마다 간직한 이야기가 있겠지만, 그중 한강대교는 한강에 처음 놓인 사람이 다닐 수 있는 인도교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 한강인도교 폭파 현장을 알리는 동판

한강대교는 1917년에 완공됐다. 홍수로 다리 일부가 유실되기도 했지만 다시 복구하면서 그 모습이 조금 바뀌었다. 한국전쟁 때 폭파됐다가 몇 년 후 다시 다리를 이었다. 그러면서 다리의 모양은 또 바뀌게 된다. 

개인적으로 한강에 놓인 다리 중 강 밖에 서 바라보기에 가장 아름다운 건 방화대교다. 그리고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 중 한강대교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가장 낫다. 특히 한강대교에서 보는 일출과 일몰이 아름답다. 

한강대교 서쪽 인도에서 바라보는 해질녘 풍경은 철마다 다르다. 또 해가 지는 방향이 계절마다 다르다. 해질녘 풍경 중 여의도 빌딩 사이로 해가 떨어질 때와 한강철교를 배경으로 해가 질 때 풍경이 극적이다.  

한강대교 동쪽 인도는 일출 명소다.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이 평소에는 거의 없지만 새해 첫 날에는 많이 모여든다.  

풍경을 즐기는 곳, 그리고 풍경 그 자체가 되는 한강대교와 그 주변은 조선시대부터 한국전쟁 때까지 굵직한 역사의 배경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 한강대교에서 본 일출. 해가 막 떠오른다.

한강대교의 일출
해 뜨기 전에 한강대교에 사람들이 모이는 경우는 보통 새해 첫 날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강의 일출을 촬영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한강대교 동쪽 인도를 찾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새벽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은 어둠을 밝히는 빛 앞에서 목소리를 낮추어 소곤댄다. 땅과 하늘 강물을 감싸고 있던 깊고 고요하며 아득함으로 가득한 검은빛도, 그 검은빛이 사라지는 자리에 차오르는 여명도 모두 숭고하다. 

동쪽 하늘 한 곳이 붉은 기운으로 가득해진다. 그 빛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팽팽한 긴장감을 머금고 있다. 빛은 이내 하늘로 터져 나온다. 

▲ 한강대교에서 본 일출.

막 해가 떠오를 무렵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하루에서 기온이 가장 낮은 때가 이때다. 쉼 없이 불던 바람도 아주 잠깐 멈춘다. 새들이 하늘을 날기 시작한다. 자연의 아침은 그렇게 시작한다. 해가 떠오르는 순간 사람들이 소곤대던 말이 사라진다. 사람들은 아무 말 없이 해만 바라본다. 기원의 시간이다.  

새벽달이 뜨는 날이면 해와 달이 같은 하늘에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환한 해 속에서 날아온 새들이 달 아래 하늘을 난다. 서쪽에서 날아오는 새들은 달을 지나 둥근 해 밝은 빛 속으로 날아간다.  

해가 붉고 둥그런 불덩이로 떠올라 제 모습을 다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한강에 빛기둥이 생긴다. 물결마다 부서지는 햇살이 은파금파 빛난다. 하루를 시작하는 한강의 사람들이 탄 작은 배가 빛기둥을 가르며 힘차게 달린다.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에 차들이 가득 찬다. 하루를 여는 사람들의 분주한 시간이 햇볕에 빛난다. 
            

▲ 한강대교 북단에서 본 풍경. 출근하는 차들이 강변북로에 가득하다.

한강대교의 일몰
한강대교 서쪽 인도는 노을을 바라보기 좋은 곳이다. 여의도 빌딩숲과 서부이촌동 아파트,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를 오가는 차들, 한강에 놓인 다리와 강물이 흘러가는 먼 곳 풍경이 배경이 되고 주인공이 된다. 

해 떨어지는 위치가 철마다 다르고 하늘에 뜬 구름 모양이 같은 때가 없어서 해질녘 풍경은 다 다르다. 

여름에는 한강 중심이나 여의도 쪽으로 해가 떨어지고 겨울에는 좀 더 남쪽으로 치우쳐 해가 진다. 

▲ 한강대교 남단에서 본 야경

한강대교 일몰 풍경의 으뜸은 7월~8월 구름이 낮게 드리운 때다. 소나기가 그치고 막 갠 하늘 구름 사이로 노을이 퍼지는 때 그곳에 있다면 행운이다.   

여의도 63빌딩과 쌍둥이빌딩 뒤로 해가 떨어지면서 빌딩숲은 그 윤곽만 남고 서쪽 먼 하늘은 황금빛으로 빛난다. 그 빛을 받은 한강 위 구름은 이름 지을 수 없는 색으로 울긋불긋 빛난다. ‘구름빛’이 반사된 한강 위로 유람선이 오가고 한강대교 북단 서쪽 서부이촌동 아파트가 노을빛에 감싸인다. 

▲ 한강대교에서 본 여름 일몰 풍경

한강 가운데로 해가 지는 날은 한강철교가 풍경에 이야기를 입힌다. 한강철교 위로 노란 빛의 해가 서서히 떨어진다. 오선지를 닮은 전철 고압선 몇 가닥에 걸친 둥근 해는 온음표다. 풍경에서 현의 노래가 들리는 것 같다. 

해가 더 기울면 붉은 빛이 강해지면서 크게 보인다. 붉고 둥근 해가 한강철교 위를 오가는 전철과 기차의 지붕에 닿을 듯하다.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하루가 해거름 하늘 아래로 진다. 

▲ 한강대교 남단으로 걸으며 본 겨울 노을 풍경
▲ 한강대교 남단 오른쪽 뒤로 겨울 해가 진다.

역사 속 한강대교와 전망 좋은 효사정, 그리고 야경      
일출과 일몰 명소 한강대교는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한강대교 북단 서쪽 인도 바닥에 ‘한강인도교 폭파 현장’을 알리는 동판이 있다. 이곳은 한국전쟁 때인 1950년 6월28일 교량을 폭파한 곳이다. 당시 교량 폭파로 인해 피란민 800여 명이 죽었다고 한다.  

한강대교 남단 서쪽 노들나루공원 중앙광장 한쪽에 노량진 정수장터를 알리는 표석이 있다. 1910년부터 2001년까지 정수장이 있던 곳이다. 

그 부근에 한강방어선 전투 전사자명비도 있다. 한국전쟁 때인 1950년 6월28일부터 7월3일까지 북한군 제1군단에 속한 보병 사단 및 전차 여단과 맞서 싸운 곳이다. 

▲ 한강방어선 전투 전사자명비

노들나루공원 내 남부수도사업소 건물 서쪽 잔디밭에 노량진 나루가 있었던 곳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다. 노량진은 서울과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를 잇는 수상교통의 요지였다. 

한강대교 남단 노들나루공원 맞은편 길 건너에는 용양봉저정이 있다. 조선시대 정조 임금이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능을 찾아가는 길에 한강을 건너기 위해 배다리를 놓았는데, 배다리 남단이 한강대교 남단 서쪽 언저리였다고 한다. 배다리를 건넌 정조가 잠시 머물렀던 곳이 용양봉저정이다. 

▲ 용양봉저정

한강대교 남단에서 동쪽으로 약 600m 떨어진 곳에 효사정이 있다. 한강 가 절벽 위에 지어진 효사정은 조선시대 초기 우의정을 지낸 노한의 정자다. 정인지 신숙주 서거정 등이 효사정과 주변 정취를 시로 읊었다. 조선 성종 때 허물어진 것을 1993년에 복원했다. 

▲ 효사정 건물 안에서 본 풍경

효사정은 서울시 우수 조망명소이기도 하다. 정자에 오르면 한강과 동부이촌동이 한 눈에 보인다. 정자 옆 마당에서 보는 풍경도 그럴 듯하다. 정자 처마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풍경 아래 한강이 흐르고, 강물을 거슬러 멀리 롯데월드타워가 보인다.(효사정은 현재 공사 중이라 출입을 통제한다.) 

▲ 효사정에서 본 풍경

효사정에서 전망을 즐긴 뒤 한강대교 남단 서쪽 인도로 돌아온다. 한강대교에서 보는 풍경의 마침표는 야경이다. 올림픽대교를 질주하는 차들의 불빛, 가로등불빛, 여의도 빌딩의 불빛이 어우러진다. 아직 남아 있는 노을빛의 기운이 한강에 비친다. 카메라 셔터 속도를 늦추어 그 모든 빛의 궤적이 어울린 풍경을 잘라 마음에 담는다.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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