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과 양보의 미덕으로 지은 전통 한옥
고집과 양보의 미덕으로 지은 전통 한옥
  • 황인수 기자
  • 승인 2018.03.16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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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URE PLAN | 예절교육관·전통식생활체험관
▲ 전통식생활체험관.

[나무신문] 예절교육관은 효의 도시 수원에 점점 잊혀가는 우리의 전통 예절과 정조의 애민정신, 실학 정신과 효사상 등을 널리 알리기 위해 건립됐다. 전통음식식생활체험관은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의 회갑을 이곳에서 열었고 능행을 위한 잦은 행차로 자연스럽게 궁중음식을 수원에 전하게 됐는데, 이를 연구하고, 현대화해 수원의 대표음식으로 육성 보급하고, 이를 통해 관광 사업으로 확대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하기 위해 건립됐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수원화성 내부에 문화재적 경관을 확보하는 역할과 한옥활성화를 견인하는 역할에도 그 목적이 있다.

▲ 최종 조감도.

건축정보                                
대지위치 :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93
지역지구
 : 일반 미관 지구, 제1종 지구단위계획구역
용    도
 : 문화 및 집회시설
도로현황
 : 전면부 24m도로에 98m이상 접함
•예절교육관
대지면적
 : 2,904㎡
건축면적
 : 626.76㎡
연 면 적
 : 626.76㎡
건 폐 율
 : 21.58% 법정80%이하
용 적 율
 : 21.58% 법정80%이하
구    조
 : 지하1층:철근콘크리트구조, 1층:한식목구조
층    수
 : 지상 1층, 지하 1층
높    이
 : 9.7m
전통식생활 체험관
대지면적
 : 3,036㎡
건축면적
 : 738.41㎡
연 면 적
 : 950.58㎡
건 폐 율
 : 24.32% 법정80%이하
용 적 율
 : 27.58% 법정80%이하
구    조
 : 지하 1층:철근콘트리트구조, 지상 1층:한식목구조, 지상 2층:한식목구조
층    수
 : 지상 2층, 지하 1층
높    이
 : 높이 9.7m

주차개요 : 28대 (장애우전용 3대포함)  법정:17대이상(장애우전용1대)
외부마감
 : 한식기와, 목재, 스타코, 화강석
조경면적
 : 1,708.52㎡ 법정:대지면적의 10% 이상
설 계 자
 : 여유당건축사사무소(주) 건축사 김관수/Tel (031)278-2209
시 공 사
 : 영도건설산업(주) 대표이사 류흥용
건 축 주
 : 수원시

▲ 전체 배치도.

활기찬 거리 위해 가로변에 유보지 확보
대지의 전면도로인 정조로는 장안문에서 팔달문까지 1.3㎞를 연결한 성안에서 가장 중요한 도로이며 이 도로의 활성화가 수원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정조로가 활성화되려면 가로변의 건물들 주변으로 밤낮으로 사람들의 왕래가 필요한데, 일반인들의 접근이 어려운 건물이 자리할 경우 거리는 어두워지고 조용해질 것이다. 

이 건물은 교육건물로써 사전에 예약 등록해 교육을 받게 돼 있어 일반인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밤에는 경관조명을 밝히겠지만 사람들이 내부로 들어가지 못해 세트장의 역할만 하게 될 것이므로 정조로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용도로 보였다.

따라서 배치 계획에서 최대한 정조로에서 후퇴하고 가로변에는 차후에 길을 따라 긴 한옥 상가를 설치해 낮이나 밤이나 활기찬 거리가 되도록 가로변에 유보지를 확보, 양보의 배치를 했다.

▲ 식생활 체험관 안마당.
▲ 식생활 체험관 안마당.

골목길 살려야 건축도 산다
이 프로젝트의 사이트는 여러 개의 필지로 나뉘어져 있고 중간에 골목길이 있어 모든 필지를 합해 하나의 대지로 구축해야 했다.

역사 도시 수원화성에 신도시와 같이 바둑판처럼 도로를 만들면 편리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역사성은 사라질 것이다. 골목길이 없는 수원화성에 한옥만 있다면 살아있는 역사 도시보다는 신도시의 한옥단지가 될 것이다. 다른 부분은 협의할 수 있지만 골목길을 보존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고집을 피우고, 한옥이 사선의 골목길을 따라 구성되면 가로변에서 입체적으로 보기 좋으며 평면 구성도 더 좋아질 것으로 판단, 발주처인 수원시를 설득했다. 하지만 골목길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발주처는 공사 도중 설계를 변경했다. 예절교육관 후문이 아직 세워지지 않아 방범을 위해 밤에는 골목길이 폐쇄되고 있어 시민과 관광객들이 이곳의 아름다운 골목길을 체험하지 못하고 있다. 미완결성을 가지고 있는 이곳에 가로변 한옥상가가 들어서게 되면 정조로가 활기차 지고 폐쇄된 골목길도 열리게 될 것이다. 

▲ 전통식생활체험관 쉼터.
▲ 식생활 체험관 장독대.
▲ 식생활 체험관 협문.

다양한 공연 공간 확보
수원화성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고 연간 많은 축제와 공연이 열리는데 주로 행궁광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행궁광장은 소규모 공연을 하기에는 너무 넓어 대형공연이 알맞다. 성안 여러 곳에 소규모의 공연을 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한데 이런 장소를 이곳에 만들고자 했다.  

공동마당을 예절교육관과 가로변 유보지의 상가 사이에 만들면 예절교육관의 누각이 무대가 되고 상가는 도로에서 소음과 시선을 차폐시켜 멋진 전통공연공간을 만들어 낼 것이다.

예절교육관의 중정은 전통마당극과 전통혼례가 가능하도록 구성했고 높은 기단을 계단으로 처리해 공연의 객석으로 사용하고, 내부 통로에서도 공연을 볼 수 있도록 해 공연전문 마당을 계획했다.

▲ 예절교육관 안마당.

팔달산 서장대를 불러오는 곳
서장대는 화성의 가장 높은 곳인 팔달산의 정상에 있으며 전쟁 시 지휘본부로 화성의 어느 곳에서도 보여 소통이 되는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높은 건물로 인해 서장대가 잘 인지되지 않고, 본 대지의 서쪽에도 대형 모텔이 있어 서장대를 보기 어렵다.

예절교육관과 전통식생활체험관의 내부가 아닌 일반인이 다니는 골목길에서 서장대가 보이는 곳을 찾아 휴식의 장소를 만들고자 했으나 1층 높이에서는 서장대가 보이지 않아 2층을 만들어 일반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휴식장소를 계획했다. 2층 휴게건물은 가로변의 사람들을 골목길로 유도하는 뛰어난 경관을 만들어 내고 있다.

▲ 예절교육관 전경.

배리어프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
한옥은 지면에서 기단을 만들고 초석을 놓고 기둥을 세우기 때문에, 지면에서 한옥 내부로 진입하는 방법이 장애인들에게는 제한적인 건물 구조이다.

또한 기둥과 기둥의 하부를 연결하는 하인방과 문턱들이 있어 내부를 휠체어로 돌아다니는데 제약이 있다.

배리어프리(Barrier Free)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사항으로 한옥이라도 예외가 될 수 없기에 본 건물에서는 한옥의 경관을 유지하면서 기단에 올라가는 경사로 설치, 점형 블록 설치, 휠체어 리프트 설치, 장애인용 화장실 등을 설치했다.

▲ 예절교육관 회랑 슬로프.
▲ 예절교육관 회랑 슬로프.

설계의도 못 살린 점 아쉬워
본 프로젝트는 한옥으로서 우수한 전통개념을 토대로 현대건축의 프로세스를 더해 설계를 했다. 그리고 수원화성의 장소적인 특징을 고려, 양보와 고집을 부려 발주처를 설득해 설계를 완성해 나갔다. 감리와 시공사 선정에 있어서는 한옥전문업체가 아닌 일반 업체가 선정됐고, 이런 까닭에 공사과정에서 한옥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마감이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김관수 대표는 말한다. 또 설계의도와 달리 설계 변경되는 부분이 발생하기도 했다. 조경설계가 새로 이뤄지고 시공이 돼 전통조경이 아닌 국적 없는 조경이 된 것이다. 김관수 대표는 건물이 준공되고 시간이 꽤 지났지만 외부에 설계를 보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아 외면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건축 설계는 타인을 위한 배려에서 시작하는 것’이라는 소명감을 평소에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이 건물을 외면하면 설계는 공사 이전에만 하는 것이 되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래서 설계가 공사 후에도 계속 될 수 있는 방법은 ‘설계자의 설계의도’를 계속 사용자에게 인지시켜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이 작품을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장안문 주변 문화시설 전경.
▲ 장안문 주변 문화시설 전경.

장소성과 도시성 내재한 건축
이 건물은 잘 설계되었다기보다 역사도시에 기존의 위계를 존중해 요란하지 않고 정숙함을 유지하면서 장소성과 도시성을 내재하고 있다는 점과 공공건축물의 책임성이 어디까지인지를 보여주고자 함에 설계의 특징이 있다고 할 수 있다.  

▲ 장안문 주변 문화시설 전경.
▲ 장안문 주변 문화시설 전경.

건축가 소개
김관수 건축가 여유당건축사사무소(주) 대표

2011년 6월 설립된 여유당건축사사무소는 프로젝트와 관련된 물리적, 인문적, 사회적 환경을 조사 분석해 기본 방향을 설정하고, 기획설계부터 실시설계까지 건축주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유지하며 최적의 방안을 제공한다. 선조들의 지혜를 바탕으로 지금 21세기 시대의 기술과 정신으로 한옥의 현대화를 추구하며, 또한 친환경 건축을 지향한다.
김관수 대표는 명지대학교 공학박사로 휴먼시티형 공공 도시건축가 및 수원시 건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장안문 주변 문화시설 설계로 2016년 경기도 건축문화상 은상을 수상했다. 오대산자연명상마을·안성소방서·원곡119안전센터·전등사 무설전 및 전등각과 정행당·2018 평창동계올림픽 대종 종각·화성 남수문 복원·울산 태화루 복원·월정사 금강선원·전등사 불교교육관·KBS드라마 왕건 세트장 설계 등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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