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중천과 관계 맺는 두 가지 방법
운중천과 관계 맺는 두 가지 방법
  • 황인수 기자
  • 승인 2018.02.0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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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중천 이웃집

판교신도시와 단독주택
[나무신문] 판교신도시는 단독주택 필지 수가 2000여 개로 관주도 하의 택지개발지구 중 그 수 가 가장 많다. 서울과 가까운 거리, 편리한 교통, 친환경적인 주거환경 등의 이점을 가지고 최근 일고 있는 ‘단독주택 짓기’의 붐을 견인하고 있는 지역이다.

최근 공급되는 택지개발지구의 단독주택 필지는 공통적으로 면적이 적다. 판교만 해도 단위 필지 면적이 70평을 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부자들이 자신의 아지트를 짓기에는 적은 면적이다. 그렇다고 중산층이 사기에는 토지가 너무 비싸다는 딜레마를 가지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판교단독주택 필지는 아직 60%정도 밖에 집이 들어서지 않은 상태이지만 지역 주민들의 단독주택에 대한 문화의식은 높아지고 있다.

건축정보                                

위치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1047-1
지역지구 : 전용 주거지역
용도 : 단독주택
규모 : 지하1층, 지상2층
대지면적 : 231.6㎡
연면적 : 242.08㎡
건폐율 : 48.04%
용적률 : 79.27%
높이 : 7.8m
외부마감 : 사비석
내부마감 : 석고보드 위 VP, 원목마루, 파벽돌쌓기

레벨 들어올려 프라이버시 보호
도시의 맥락을 찾을 수 없는 택지개발지구에서 운중천은 이 집의 가장 큰 컨텍스트(context)였다. 우선 남측 도로와 북측 도로의 관계설정에 많은 생각을 했다. 남쪽으로의 향은 중요시 됐으나 도심주택에서 도로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중정형 주택을 계획했다. 그리고 북측에 위치한 운중천과의 관계 맺기를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주택의 ‘프라이빗 영역 보호는 필수’라는 생각과 북쪽에 위치한 운중천과의 연결은 이 설계에서 가장 어렵고 신중하게 진행됐다. 우선 이집의 가족 구성원을 고려해 식당을 반 외부적인 공간으로 규정하고 식당과 주방의 레벨을 들어올렸다. 이는 자연과의 소통도 있지만 운중천변의 도로로부터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려는 목적도 있었고, 운중천변 건너의 풍경까지도 고려한 것이다.

운중천과의 관계 맺기를 위한 장치로 식당에 폴딩도어를 설치해 사용에 따라 반 외부적인 공간이 되도록 했다.

자녀들이 방문할 때만 사용하는 식당은 폴딩도어를 사용해 개폐 시 운중천과 마당과의 연결 역할을 충실히 했다. 또한 들어 올려진 식당 하부의 지하로는 자연스럽게 드라이 에어리어가 형성돼 취미실로 쓰는 지하에 상당한 채광을 줄 수 있는 계획안이 됐다.

운중천과 이웃하기
운중천에 면하고 있는 식당과 주방은 거실과 60㎝의 단차를 두고 높여져 있다. -90㎝정도 떨어져 있다. 운중천변 도로보다 150㎝ 높은 셈이다. 이 벌어진 틈은 첫째, 운중천 도로면에서 1층 부분에 대한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둘째 들어 올려진 틈으로 지하실에 빛을 내려준다. 셋째, 운중천 건너편에서 보면 이집은 지면에서 부유해 있는 것처럼 착시를 준다.

#로지아(loggia)
서양의 건축용어로 한 방향 또는 그 이상의 측면이 개방된 갤러리라는 의미이지만, 이 집에서 로지아는 운중천과 마당을 연결해 주는 이집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지상 1층은 닫혀 있지만 자연과 마당을 열어주고자 만든 공간이다. 운중천 너머의 골목길 건너로 보이는 북측의 산과 남측의 산을 연결해주는 도시의 작은 통경축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벽과의 일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바닥을 사비석 잔다듬으로 했고, 운중천과의 교류를 위해서 난간은 일체의 장식을 배제한 투명 유리로 했다.

#중정
아마도 이 집의 중정은 판교주택 중에서 가장 넓은 깊이와 길이를 가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도로 경계선으로 주택을 밀어내어 내부공간을 확보했다. 혹자는 외부와의 단절에 염려의 시선을 두지만, 열려진 식당과 로지아, 남측의 유리복도가 이를 대신한다.

#수공간
로지아의 한쪽을 차지하면서 나중에 추가된 이 집의 손주들 물놀이 공간이다.
처음 설계 당시는 이 집주인 친구들의 모임 장소로 저녁이면 수공간 밑으로 은은히 퍼지는 조명 아래서 와인을 마시는 공간이었다. 2층 욕실의 샤워실과 통유리로 연결돼 로지아의 실내로 확장성을 돕는 역할을 한다. 물론 겨울이면 방킬라이 목재로 만든 뚜껑을 덮는다.

#텐트(인공구름)
이 집의 클라이막스 로지아의 공간을 에워싸는 장치다. 태풍 시 언제든지 철거 및 설치가 자유롭도록 설계됐다. 운중천과 조화를 이루는 로지아의 상징이기도 하다.

#스크린벽
2층 가족실에서 8m의 깊이에 있는 이 벽은 이 집의 자녀와 부모세대를 연결하는 중요한 장치다. 딸 부부가 좋은 영화를 스크린벽에 쏘고 나서 “아빠 잔잔한 가족영화 하나 보실래요? 제가 추천할 게요~~ 자 틀어요~~”하면 아래층과 윗층 동시에 다른 공간에서 영화 시청이 가능하다. 완성 후에 아래층에서는 약간 목이 아프다는 불만이 있었지만.

#투명복도
2층에 위치한 서재공간으로 가는 통로다. 2층 서재공간은 이 집에서 가장 동선이 길어 프라이버시가 잘 확보되는 공간이다. 원 설계안은 내부적인 통로가 없이 외부를 통해 가는 걸도 돼 있었으나, 겨울철 난방을 위해 유리 통로를 설치했다. 전체가 투명한 이 복도는 중정으로 남측의 따뜻한 빛을 걸러서 보내는 역할을 충분히 할 것이다.

#태양판, 지열냉난방
이를 20W 12개가 설치된다. 정부보조금을 받아도 설치비가 만만치 않았으나. 결과는 대만족! 에너지 절약과 친환경 주택을 추구하는 분들게 강추!!

#Eco-System
태양열과 지열은 초기 설치비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에너지원이다. 설치비 외에도 태양열은 외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고, 지열은 보일러 설치면적, 시스템의 분배 등의 기술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에필로그
건축설계는 재미있는 작업이다. 좋은 클라이언트와 시공자와 함께할 경우 더욱 그렇다. 건축주 내외는 설계과정 내내 건축가를 존중해 주었고, 그런 건축주를 위해서 건축가는 좋은 집을 설계하려 최선을 다했다. 또한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시공자는 좋은 집을 짓기 위해 3계절을 땀과 먼지 속에 살았다. 그렇게 탄생된 이집은 운중천의 좋은 이웃으로 남을 것이다. 

건축가 소개 

최홍종 건축가, 건축동인 건축사사무소 대표. 
최홍종 건축사는 20여 년 동안 도시설계, 주거단지, 주상복합 등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건축을 좀 더 쉽게 대하는 태도’에 주목했다. 건축을 풀어나가는 건축가는 어렵고 힘든 작업을 거쳐 완성하지만, 그 사용자는 건축이 편하고 쉬워야 한다는 그 만의 철학을 완성 중이다.
이러한 사고를 가지고 최근에는 작고 밀도 높은 단독주택과 기존 도심의 건축에 관심을 갖고 그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최홍종 대표는 명지대에서 학사, 홍익대에서 석·박사과정을 공부했고, 2014년 ‘가회 한경헌’으로 대한민국 한옥대상, 2016년 ‘운중천 이웃집’으로 경기도 건축문화재 금상, 2017년에 ‘아미재’(마당 통하는 집)으로 대한민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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