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가장 풍부한 상징을 가진 생물
나무, 가장 풍부한 상징을 가진 생물
  • 황인수 기자
  • 승인 2018.01.08 1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무, 시간의 흔적 展

[나무신문] 63빌딩 아트 미술관과 한화호텔앤드리조트(주)가 3월25일까지 나무 작품을 한 자리에 모은 <나무, 시간의 흔적 展>을 열고 있다.

2017년 11월21일부터 63아트 미술관에서 개최되고 있는 이 전시회에는 차종례, 나점수, 최경화, 신년식, 이영림, 라선영, 백연수, 이종건, 박종영 등 총 9명의 작가가 조각, 설치 등의 작품 135점을 선보이고 있다.

많은 예술가들이 사랑하는 테마
나무는 오랜 시간에 걸쳐 시각 미술의 재료로 사용돼 왔다. 시대가 발전할수록 미술에 사용되는 재질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으나 아날로그의 감성을 지닌 나무는 많은 작가들에게 여전히 꾸준하게 사랑 받고 있는 재료다.

이번 63아트의 <나무, 시간의 흔적 展>은 미술의 다양한 구성 요소 중 재료, 그 중에서도 나무라는 재료에 집중한 전시다. 인류 문화의 모든 시대, 모든 지역에 걸쳐서 나무는 존재했으며, 나무는 항상 자연계에 대한 인간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생물이었다. 나무는 생명의 원천, 죽음과 재생, 성장, 우주의 생명력 등 가장 풍부하며 광범위한 상징을 가진 생물 중 하나로 많은 예술가들이 사랑하는 테마였다.

몬드리안은 나무의 연작을 통해 나무가 가진 우주적 상징을 수평과 수직의 밸런스로 추상화했고, 칸딘스키는 나무를 예술 창조의 과정으로 비유했으며, 브랑쿠시는 무한의 기둥에서 원초적 우주의 축을 재현했다. 이처럼 나무는 재료이면서 동시에 상징으로써 예술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

▲ 이종건 | 하늘과 땅 사이 | 2015 | 60×144×115cm | 앤틱 마루, 에나멜페인트, 알루미늄가루

다양한 현대미술 언어로 풀어낸 나무
이번 전시에서는 이렇게 예술적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 재료인 나무를 가지고 작업하는 다양한 작가들의 개성 있는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참여 작가들은 나무를 다양한 현대미술의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20여 년 동안 나무를 소재로 반복과 증식, 생성과 소멸을 끊임없이 탐구하며 나무라는 자연의 기운과 의식을 존중하는 작업으로 관람자에게 상상의 기회와 해석의 가능성을 제공하는 차종례, 나무, 돌멩이, 흙, 지푸라기 등 자연에서 가져온 재료들을 이용해 자신이 직접 보고 느꼈던 자연을 형상화해 이야기하는 나점수의 작품을 볼 수 있다.

▲ 박종영 | 마리오네뜨7 | 2009 | 가변설치 | 홍송, 미송 인조안구, 구동장치, 낚싯줄, 푸쉬 버튼 스위치

식물적 사유에서 시작된 나점수의 추상 조각들은 관람객에게 사색의 공간을 제공하며 자연의 생명력을 표현하고 있다. 버려진 나무 조각의 편린을 이용해 여러 이미지로 조합하거나 변형해 자연에서의 이미지, 인간과 자연, 그 관계와 존재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것을 통해 우리의 유기적인 삶과 그에 대한 소중함을 표현하는 차경화, 한옥에서 나온 고재 등을 이용해 알맞은 길이로 잘라 하나의 기하학적인 모듈로 만들며 이러한 비구상적인 형태의 나무조각에 시간성을 담고자 하는 신년식, 회화와 조각의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두 장르의 주요 매체들을 가지고 공간이 점유되는 방식과 지각의 과정에 대한 실험적인 탐구를 진행하는 이영림. 또한 나무를 깎고 다듬어 아주 작은 인간형상의 목조각을 제작하는 라선영 작가의 작품도 볼 수 있다. 작가는 목조각 작업을 시작으로 가족, 도시 국가와 같은 공동사회 안에서의 다양한 인간관계를 통해 이루어지는 육체의 충돌, 풍경 등을 담아내고자 했다.

나무를 이용해 테이블 위에 새로운 세계를 구현해내며, 작가의 경험과 공간, 그리고 그에 대한 의미를 담아내는 백연수, 나무를 이용해 다양한 건축요소와 구조 혹은 문양 등을 조각이나 설치작품으로 재현하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경험했던 사회문화적 이동 속에서 공간의 특정 양식들이 전이돼 온 방식과 조형적 특징에 대해 탐구하는 이종건, 목조작업을 통해 인간과 인간의 욕망에 대해 이야기한 박종영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 차경화 | 별거 아닌 배려 | 2013 | 가변설치 | 나무조각, 철

시간의 흔적과 나이테의 의미 생각해 볼 기회
나무는 살아 있는 재료로서 깎는다는 조각의 본질적 행위에 가장 가까운 재료다. 생물적으로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는 나무와 여기에 인간과 삶의 문화적 나이테를 더하는 조각가의 관점에 따라 작품은 다양한 내용과 형태로 확장된다. 63아트 미술관의 전시 <나무, 시간의 흔적>에서는 나무를 가지고 작업한 조각가들의 다양한 언어와 작업을 통해 드러난 나이테의 다양한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한편 63아트 미술관은 국제미술문화의 활발한 교류와 국내미술문화의 발전에 기여코자 2008년 7월 63빌딩 60층에 개관한 미술관이다. 63 아트 미술관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미술관으로, 약 350평의 넓은 전시 공간에 남녀노소의 다양한 관람객 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미술작품이 전시돼 왔다.

<나무, 시간의 흔적 展>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연중무휴로 개관한다. 입장료는 19세 이상 어른은 1만3000원이고, 청소년은 1만2000원, 어린이는 1만1000원이다.  
문의 = 02.780.6382/ www.63art.co.kr

▲ 차종례 | 드러내기 드러나기170830 | 2017 | 60×182×20cm | 흰 자작나무
▲ 나점수 | 식물적 사유 | 2017 | 40×72×25cm | 캔버스에 오일스틱, 나무채색
▲ 나점수 | 식물적 사유 | 2013 | 40×50×30cm | 나무채색
▲ 차경화 | 나무 바람이 불다 | 2009 | 각30×224×2cm | 나무
▲ 신년식 | 무제 | 2007 | 21×76×32cm | 소나무
▲ 신년식 | 무제 | 2006 | 36×30×65cm | 소나무
▲ 이영림 | 접힌 노랑(평평한, 나눠진, 수평의1. 2) | 2013, 2014 | 각93×81×15cm | 나무에 아크릴
▲ 이영림 | 갈색상자 | 2013 | 51×42×18cm | 나무에 아크릴
▲ 라선영 | 70억프로젝트 | 2011~2017 | 가변설치 | 나무에 채색
▲ 백연수 | 생수통 | 2012 | 20×30×33cm | 소나무, 크레파스 채색
▲ 백연수 | 공-2 | 2016 | 50×191×10cm | 느티나무, 아크릴 채색
▲ 이종건 | 밤하늘 안개 | 2015 | 120×240×7.6cm | 앤틱 마루에 새김, 시멘트, 락카 페인트, 합판, 소나무, 철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