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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신문
  • 승인 2017.12.2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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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전남 신안군
▲ 우전해변을 거닐다.

전남 신안군 증도모실길 3코스 천년의 숲길을 걸으며

목포역 남쪽, 모텔과 여인숙 해장국집이 뒤섞여 있는 골목을 어슬렁거렸다. 이틀 동안 머물렀던 목포였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는 생리였다. 목포는 여행을 준비할 때부터 설레는 고을 중 하나다. 목포를 떠나는 날은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해장국집 창문으로 새는 형광등 불빛을 따라 들어갔다. 뼈다귀해장국에 잎새주 한 병 주문했다. 나는 소주 가운데 잎새주를 가장 좋아한다. 잎새주 한 병을 비우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몸은 나른해지고 정신은 맑아졌다. 옆집 뼈다귀해장국 맛이 궁금했다. 옆집에서도 뼈다귀해장국과 잎새주를 시켰다. 먼저 먹은 집 뼈다귀해장국 맛이 더 나았지만, 이미 잎새주를 세 병째 따르고 있었으니 앉은 자리에서 끝을 맺어야 했다. 그리고 나는 목포를 떠나지 못했다.            

맑고 깨끗하고 순수한 공기
다음 날 아침 하늘은 명징했다. 코끝에서 풍기는 술 향기가 알싸한 공기 속으로 퍼진다. 목포버스터미널에서 신안군 지도읍으로 가는 시외버스표를 끊고 차 시간을 기다렸다. 바다와 갯벌 백사장과 솔숲이 있는 곳에 몸을 맡기러 간다. 

신안군 지도읍으로 가는 버스는 옛날로 치면 완행버스였다. 크고 작은 고을의 정류장에 멈추어 사람들을 내려주고 태우는 친절한 버스다. 찬바람은 막아주고 햇볕만 고스란히 통과시키는 버스 유리창 안, 아늑한 공간에서 버스가 멈출 때 마다 졸던 눈을 뜨곤 했다.  

▲ 순비기전시관 옆에서 본 풍경. 갯벌 건너 보이는 솔숲길을 걷게 된다.

지도읍 버스정류장에서 증도면으로 가는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버스 시간표가 보이지 않는다. 표 파는 창구에 사람도 없다. 대합실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대답이 다 다르다. 택시를 탔다. “증도 짱뚱어다리 부탁합니다.”

짱뚱어다리 앞에는 짱뚱어 모양의 조형물이 있다. 그 옆에는 순비기전시관 건물이 보인다. 순비기전시관은 이 지역 특산물인 소금과 먹을거리, 천연염색 제품 등을 파는 곳이다. ‘순비기’는 염생식물 중 하나다. 이 고을 사람들이 천에 물들 들일 때 색을 내는 재료로 ‘순비기’를 쓴다. 

순비기전시관 옆에서 갯벌과 소나무숲을 한 눈에 넣고 바라본다. 갯골에 흐르는 물이 햇볕을 받아 결마다 반짝인다. 소나무숲에서 인 바람이 갯벌을 건너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간다. 맑고 투명한 공기가 달다. 

▲ 신안갯벌센터.
▲ 순비기전시관.

숨을 쉬고 있었지만, 더 깊이 숨을 쉬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작동 했다. 숨을 크게 들이쉰다. 달디 단 공기를 몸속 깊은 곳까지 힘껏 밀어 넣는다. 온 몸에 퍼진 모세혈관 끝까지 닿은 공기가 몸속의 찌꺼기들을 깎아내는 느낌이다. 그리고 길게 내뿜는 날숨에 그 찌꺼기들이 밖으로 다 쏟아져 나오는 것 같다. 몸이 깨끗해지는 느낌인데, 오히려 마음이 더 맑아진다. 

▲ 바닷가 솔숲.

파도소리 들으며 걷는 해송숲길
증도의 갯벌은 갯벌도립공원으로 유네스코생물권보전지역이며,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곳이다. 
증도 갯벌에는 말뚝망둥어, 짱뚱어, 달랑게, 방게, 세스랑게, 칠게, 흰발농게, 비틀이고둥, 백합, 서해비단고둥, 낙지 등이 산다. 갯벌에 자라는 식물은 갈대, 부들, 사데풀, 순비기나무, 이삭귀개, 칠면초, 함초 등이다. 

신안군 증도모실길 3코스 ‘천년의 숲길’ 시작지점이 짱뚱어다리다. 짱뚱어다리에서 개벌을 굽어본다. 작은 게들이 일제히 갯벌 위에서 군무를 펼치듯 움직인다. 다리를 건너는 사람 중에 걸음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 없다. 

▲ 짱뚱어다리 앞에 있는 짱뚱어 조형물
▲ 짱뚱어다리를 건넌다.
▲ 짱뚱어다리 아래 갯벌에 게들.

짱뚱어다리를 건너서 해송숲으로 들어간다. 해변을 따라 이어지는 해송숲에 밧줄로 길의 경계를 만들어 오솔길을 냈다.   

▲ 바닷가 솔숲길을 따라 걷는다. 하트 모양 조형물이 있는 곳으로 걷는다.

이 해송숲은 2009년 제10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천년의 숲’ 부문에서 아름다운 공존상을 받았다. 

청량한 솔향이 온 몸을 감싼다. 코끝을 따라다니던 술 향기가 사라지고 있었다. 숲 밖은 우전해변 하얀 모래밭이다. 

소나무숲에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는다. 햇볕 걸러드는 숲에서 숲 밖을 바라본다. 강렬하게 내리 쬐는 햇볕이 바다에서 산란되고 백사장에 반사된 햇볕과 공중에서 만나 온통 밝게 빛난다. 밝은 빛에 사물의 윤곽선이 잠식된다. 빛에 녹듯 흐려지기도 하며 아예 사라지기도 한다. 
빛이 가득한 풍경 속에서 파도소리가 들린다. 소리로 보는 바다가 해송숲으로 밀려온다. 파도가 밀어낸 공기가 백사장을 건너 숲에 퍼진다.  

▲ 솔숲에 난 길에서 바다를 본다.

새들도 돌아가는 저녁, 우전마을에서
해송숲과 나란히 이어지는 우전해변은 백사장 길이가 4.2㎞다. 맑은 바닷물과 하얀 모래 가득한 해변, 소나무 숲이 어울렸다. 

소나무숲이 끝날 무렵 숲 밖으로 나가 바다 앞에 섰다. 흰 모래가 곱다. 길은 신안갯벌센터에서 끝난다. 신안갯벌센터는 이 지역 갯벌과 갯벌 생태 등에 대해 알 수 있는 곳이다.  

▲ 우전해변.

신안갯벌센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우전마을로 걸어간다. 마을회관 앞 버스정류장에서 지도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타야했다. 버스는 하루에 몇 대 다니지 않는다. 마을을 돌아봤다. 

마을에 식당이 보였다. 짱뚱어탕을 시켰다. 뜨끈한 국물에 속이 시원하다. 구수한 맛에 마음이 푸근해진다. 오후의 햇살이 기울고 파란 보랏빛 공기가 들녘에 퍼지고 있었다. 

▲ 우전마을 앞 풍경.

마을회관에서 빤히 보이는 곳에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500년이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팽나무였다. 높이가 12m이며 둘레가 4m가 넘는다는 안내판의 설명보다, 나무는 더 듬직하고 푸근하게 그 앞에 선 사람을 품어주었다.  

나무를 보고 돌아오는 길, 지는 해가 뒤에서 길을 비춰주었다. 가끔 개 짖는 소리가 들판에 퍼지는 연기 사이에서 공명했다. 기울어진 전봇대가 또랑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들판 가운데 있는 작은 숲 위로 ‘저녁새’ 한 마리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새들도 쉴 곳을 찾아 돌아가는 시간,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린다. 우전마을에서 지도읍까지, 다시 광주까지, 그리고 광주에서 다시 서울까지, 몇 번의 ‘환승구’를 지나야 안식의 밤을 맞이할 수 있을까?  

돌아가야 하는 길, 흙 묻은 옷차림으로 큰 가방을 한 쪽 어깨에 맨 중년의 사내와 함께 우전마을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전남 신안군 증도모실길 3코스 ‘천년의 숲길’]
순비기전시관 - 짱뚱어다리 - 짱뚱어다리 건너서 좌회전 - 조금 가다가 바로 우회전해서 왼쪽을 보면, 증도 자전거대여소 건물 뒤쪽에 솔숲으로 들어가는 길 입구가 보임. 입구 아치에 ‘천년의 숲 산림욕장’이라고 적혀 있음 - 조금 가다보면 길이 갈라지는 곳에 이정표 있음. 왼쪽을 가리키는 이정표에 ‘갯벌생태전시관(산책로) 3.8㎞’라고 적혀 있고 오른쪽을 가리키는 이정표에 ‘갯벌생태전시관(해변) 3.0㎞’라고 적혀 있음. 오른쪽으로 진행. 바닷가 소나무숲에 난 길을 따라 계속 진행 - 신안갯벌센터. [편도 3.7㎞]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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