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추어 보다 - 고하도용오름길을 걸으며
비추어 보다 - 고하도용오름길을 걸으며
  • 나무신문
  • 승인 2017.12.1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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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전남 목포시
▲ 목포항.

목포, 참 많이 가봤지만 그곳으로 가는 발길이 여전히 설렌다. 이번 목포 여행의 중심은 고하도다. 

고하도는 목포 땅에서 800m 정도 남쪽에 있는 섬인데, 목포대교로 연결되어 차로 들고날 수 있다. 

고하도 산 능선을 잇는 편도 약 3.2㎞ 길에 고하도용오름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번 여행의 첫머리에 고하도용오름길을 걸었다. 편도 3.2㎞를 왕복해야 하니 6.4㎞를 걷는 셈이다. 해발고도 약 3m에서 최고 약 79m 정도 되는 산 능선에 오르막과 내리막, 평탄한 길이 반복된다.  

세월호와 고하마을 할머니
목포시내와 고하도를 오가는 시내버스가 하루에 여섯 대다. 시내버스 시간이 안 맞아 택시를 탔다. 목포대교를 건너 고하도용오름길이 시작되는 고하마을로 가는 데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세월호’였다. 목포신항 차가운 바닥에 옆구리를 댄 채 모로 누운 ‘세월호’는 비현실적이었다. 바다에 떠 있어야 할 배가 땅 위에 있는 것도 그렇고, 공룡 같이 커다란 배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모로 누워있는 모양도 그렇고, 낡고 녹슨 선체가 산화되어 공중으로 사라질 것 같은 느낌도 그랬다.  

‘세월호’를 오래 바라보지 못했다. 바라볼 수 없었다. ‘세월호’에 닿았던 눈길을 거두는 동안에도 오른쪽 관자놀이가 뻐근했다. 

▲ 유달산에서 본 풍경. 사진 왼쪽 아래 노적봉이 보인다. 그 뒤에 삼학도가 있다.

고하마을에는 햇살이 가득했다. 고하도복지회관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여 한 끼 밥을 나누고 있었다.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밥상이 따듯해 보였다. 목포시내로 나가는 시내버스 시간을 알아보려는데, 하시는 말씀이 다 달랐다. 길을 다 걷고 그냥 되는대로 차를 타기로 했다. 밥 먹고 가라는 말씀을 뒤로하고 길을 나섰다. 

길 가 양지바른 곳에 앉아서 바쁘게 손을 놀리는 할머니를 만났다. 머리에 수건을 쓴 할머니는 조개를 까고 계셨다. 골 깊은 주름이 웃는 모양 그대로 굳은 얼굴이다. 조개 삶아 먹으면 맛있겠다고 했더니 그냥 웃으신다. 할머니 옆 텃밭에 햇살이 가득하다. 

할머니가 앉은 자리 옆에 꽃이 피었다. 할머니에게 꽃 이름을 물었다. 할머니는 하늘을 바라보며 꽃 이름을 생각하시더니 이내 모르겠다신다. 그리고 또 웃는다. 할머니 웃음에 내 웃음을 더했다. 할머니도 마을도 낯선 여행자의 너스레를 다 받아줄 것 같았다. 

▲ 고하도 산 능선 전망 좋은 곳에서 본 풍경. 사진에 보이는 섬 끝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면 된다.

고하도용오름길을 걷다
할머니의 웃음에 발걸음이 가볍다. 고하도용오름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곳에 고하도용오름길 안내판이 있었다. 안내판을 뒤로하고 산으로 접어들었다. 

산 비탈면이 전부 바위인 곳이 나왔다. 이 길에서 첫 번째로 시야가 트이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보이는 바다 건너편은 영암이다. 영암과 목포 사이 바다에 등대섬이 떠 있다. 

▲ 고하도용오름길을 걷다가 처음 만나는 전망 좋은 곳. 산비탈 전체가 바위다. 바다 건너 영암 땅이 보인다.

바위산 비탈을 딛고 올라간다. 능선에 올라서면 평탄한 길과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된다. 등산로 입구에서 약 1㎞ 지점에서 두 번째 전망대를 만났다. 목포의 상징인 유달산이 보인다. 유달산에 깃들어 사는 사람들의 마을이 아련하다.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니 삼학도가 보인다. 그 모든 풍경이 바다에 떠 있는 것 같았다. 

세 번째 전망대는 두 번째 전망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곳에 서면 유달산과 목포의 바다를 한 눈에 넣을 수 있는 것은 물론, 길게 뻗은 고하도와 그 끝에 있는, 도착지점이자 반환점인 고하도 용머리가 보인다. 목포대교는 용머리와 어울려 또 다른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세 번째 전망 좋은 곳을 지나면 길가에 커다란 바위 두 개가 기대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그곳을 지나서 용머리를 향해 걷는데 출입통제 안내판이 나왔다. 케이블카 공사 때문에 2018년 12월까지 고하도용오름길의 일부 구간을 통제한다는 내용이다. 다행히 우회하는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 노적봉.

출입통제 안내판에 ‘짱골저수지 방향 진입바랍니다.’라고 적어 놓고, 화살표로 가는 방향을 알려주고 있었다. 화살표가 알려주는 방향(왼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임도 같은 넓은 흙길이 나오는데, 거기서 우회전 한다. 이후에 ‘용머리 1.4㎞’를 알리는 이정표가 나온다. 그 이정표를 따라 용머리 방향으로 가면 된다. 

용머리에 도착해서 목포대교와 유달산, 목포의 바다를 한 눈에 넣고 왔던 길을 되짚어 돌아간다. 

▲ 길가에 있는 커다란 바위.

노을에 기대어
고하도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을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었던 곳이다. 이순신 장군이 전투선 40여 척을 건조한 곳이 현재 큰덕골저수지 앞 들판이다. 8000여 명의 군사를 훈련시킨 곳은 폐교가 된 서산초등학교 충무분교 부근이다. 

이순신 장군은 고하도에서 소금을 만들어서 군자금을 확보하고 화약과 총통 등을 만들어 전투 준비를 했다고 한다. 고하도선착장 부근을 비롯해서 고하도 남동쪽에 이순신 장군 유적지가 흩어져 있다. 

▲ 유달산에 깃들어 사는 사람들의 마을

오후의 햇살이 퍼지는 곳에 앉아 목포시내로 나가는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이곳에서는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도 편안하다. 햇살이 나를 비추고 바람이 나를 감싼다. 햇살에서 나를 보고 바람에게 내 말을 듣는다. 

멀리 산모퉁이를 천천히 돌아오는 버스가 보인다. 시골길을 달리는 버스는 옛 얘기를 싣고 올 것만 같았다.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간다. 풍경 속에서 나와 현실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목포항 가까운 곳에서 내렸다. 항구에는 낡은 배가 떠있었다. 잔물결 이는 항구 건너편은 삼학도다. 삼학도 한쪽에는 목포의 가수, 이난영의 노래비가 있다. 

▲ 유달산과 삼학도(사진 오른쪽 끝)가 보인다.

항구에서 걸어서 유달산으로 올라간다. 유달산을 오르다보면 목포의 여러 얼굴을 볼 수 있다. 그중 하나가 바다에 떠 있는 고하도다. 

유달산 일등바위로 가는 길에 여러 정자를 지난다. 올라갈수록 해가 진다. 일등바위 200m 전에 있는 마당바위에서 걸음을 멈춰야 했다. 금방이라도 해가 수평선 아래로 떨어질 것 같았다. 

바다에 떠 있는 여러 섬들이 한 눈에 보인다. 그중 긴 섬이 고하도다. 용이 바다에서 자맥질을 하는 것 같은 모양이다. 

▲ 용머리에서 본 풍경. 목포대교와 유달산이 보인다.

섬 한쪽 끝이 목포대교와 만나는데, 그 부분이 용머리다. 해는 멀리서 지고 어둠은 가까운 곳부터 내린다. 

오늘 하루 보았던 풍경을 영상처럼 떠올려 본다. 내가 본건 풍경인데, 풍경은 거울처럼 나를 비추어주었다. 하늘과 바다에 노을이 퍼진다. 

▲ 하늘과 바다가 노을빛에 물든다. 바다에 길게 떠 있는 고하도가 한 눈에 들어온다.
▲ 고하도 뒤로 해가 진다.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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