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배려하는 살기 좋은 집을 해부하다
사람을 배려하는 살기 좋은 집을 해부하다
  • 황인수 기자
  • 승인 2017.12.06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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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인테리어 해부도감

부엌 거실 욕실 수납 가구에 이르기까지 세계적 거장 11인의 지혜를 빌리다 

[나무신문] 세계적인 건축가·가구디자이너인 ‘핀 율 탄생 100주년전’이 관객수 13만 명을 돌파하며 전시회를 연장하는 등 대중들로부터 커다란 인기를 얻은 바 있다. 또한 최근 들어서는 미술관·갤러리에 건축가들의 작품 도면과 사진, 포트폴리오가 미술작품으로 전시되는가 하면, 건축 전문 큐레이터가 등장하는 등 건축과 인테리어는 더 이상 대중들에게 어렵고 전문적인 분야가 아닌 한층 더 친근한 분야로 자리잡고 있다. 

여성 디자이너 11인의 획기적 인테리어 아이디어
『주거 인테리어 해부도감』은 건축과 인테리어 디자인 역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디자이너 11인의 획기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아이디어들로 가득찬 책이다. 화제의 베스트셀러인 『주거해부도감』(2012년말 국내출간, 일본 아마존 120주간 건축분야 1위)에 이어 건축·인테리어 전문가들은 물론, ‘내 집과 내 살 곳’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일반 대중들을 위한 집 인테리어 책이다. 이 책은 11인의 디자이너들이 만들어낸 세계적인 명작 인테리어의 지혜를 바탕으로 우리가 실제로 어떻게 인테리어를 설계할 수 있는지, 내부 장식 요소를 어떻게 조합하면 안락한 집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세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주거 인테리어의 시작인 부엌과 다이닝룸에서부터 거실, 욕실, 침실, 수납, 가구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끊임없이 풀어내는 반짝거리는 건축과 인테리어 이야기는 읽는 이들에게 끝없는 상상을 펴게 하며, 이제 유명 인테리어 작품이나 아이디어가 단순히 작품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 집에서 함께 할 수 있는 하나의 ‘생활’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9개의 칼럼과 책머리에 실린 디자이너 관계도를 통해 디자이너 11인의 치열했던 삶과 작품세계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흥미진진한 80여 가지의 명작 가구와 집 이야기 
이 책에는 80여 가지의 명작 가구와 집 이야기가 등장한다. 현재 시스템키친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프랑크푸르트 부엌(마가레테 쉬테 리호츠키 작)’부터 시작해,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건축물로 손꼽히는 ‘알토 하우스(알바·아이노 알토 부부 작)’, 현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가 몹시 탐냈을 만큼 건축가들의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던 E.1027 하우스의 거실(아일린 그레이 작),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슈뢰더 하우스의 거실(트루스·헤릿 릿벌트 작),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 예술 의자 ‘라 셰즈(La Chaise, 찰스·레이 임스부부 작)’,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의자라 불리는 ‘바르셀로나 체어(미스 반 데어 로에·릴리 라이히 작)’ 등 주거 인테리어를 대표하는 여러 명작들의 품격과 감각을 600여 점이 넘는 일러스트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준다. 컬러 화보가 아닌, 담색톤의 작고 소담한 일러스트들은 명작의 위엄을 뽐내는 대신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그 속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한다. 또한 명작의 제작과정과 탄생 배경, 디자이너들의 삶에 관한 흥미진진한 뒷이야기들은 독자들에게 또 다른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사람을 배려하는 살기 좋은 집 만들기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사람을 배려한 집’을 짓고 만든다는 점이다. 아름다움이 집을 짓는 데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요소지만, 11인의 디자이너들은 한결같이 집의 근본인 ‘사람’을 우선으로 집을 완성한다. 그것은 이 책을 쓴 저자가 책 안의 디자이너들을 모두 여성으로 구성했다는 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저자는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힌다. 

“내가 그녀들을 선택한 이유는 그녀들이 주거 인테리어에 있어 뛰어난 전문가이기 때문입니다. 여성이 처음 디자인 분야에 진출했을 때 그녀들은 부엌이나 아이들 공간 등 가정에 관한 분야에서만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들은 디자이너라는 생산자인 동시에 그 이용자이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그녀들이 작업한 디자인은 겉모양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실제 사용하기도 편리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난 지금도 응용하기 쉽고 그 가치가 퇴색되지 않는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그녀들의 시점이 당시의 남성 건축가들과 달랐기 때문입니다. 디자인은 성별에 따른 차이가 없는 분야이지만, 다른 사람과 동일한 발상으로는 결코 참신한 디자인이 나오지 않습니다. 근대 건축의 거장들은 여성의 다른 시점에 감탄하고 처음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작업했습니다. 미국의 위대한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독일의 표현주의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 현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 등은 당시 보기 드물었던 여성 디자이너들의 재능을 인정하고 그녀들과 함께 설계했습니다. 그들은 페미니스트였던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각에 귀를 기울이는 유연한 마음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디자이너들의 세심함이 이루어낸 작품들은 전시회를 감상하는 듯한 감동을 선사하고, 집안 곳곳을 두루 살피는 저자의 꼼꼼함은 마치 내 집을 꾸미고 있는 것 같은 상상을 하게 한다. 정해진 한 가지 정답만을 요구하지 않는 디자이너들의 신선한 시각, 저자의 따뜻하고 편안한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주거’에 대한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된다.

거실에 공부하는 책상을 놓으면
요즘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주부는 집에서 일하면 틈틈이 가사를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단, 문제는 일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일도 하고 가사도 하려면 서재는 불편하다. 역시 거실이나 부엌에 일하는 자리가 있어야 한다. 식탁이 유력한 후보지만 식사할 때마다 치워야 하기에 귀찮다. 그렇다면 아예 거실에 책상을 놓으면 어떨까. 벽 쪽으로 작은 책상을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수납도 할 수 있고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책상을 한눈에 거실을 볼 수 있는 곳에 배치하면, 일할 때든 가사를 할 때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슈뢰더와 릿벌트가 원룸의 거실 겸 다이닝룸에 배치한 큰 책상은 넓은 방을 분할하는 역할도 한다. 좁은 거실에는 큰 책상을 들여놓기가 망설여질지 모르겠지만 상관없다. 가족이 없을 때는 거실 전체가 서재가 되며, 가족이 모였을 때 TV를 보지 않고 색다른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책상을 중심으로 새로운 휴식의 형태가 생겨날 수 있는 것이다. - <거실에 공부하는 책상을_ 거실> 중에서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가구
아이들이 커서 옷이 작아지면 입을 수 없게 된다. 가구도 아이들이 크면 사용할 수가 없어지지만 옷처럼 가볍게 갈아치울 수는 없다. 아이의 몸에 맞는 작은 가구를 구입해서 아이와 함께 성장할 수는 없을까. 아이노 알토는 책상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장난감 수납상자를 디자인했다. 두 개의 선반과 상판으로 구성돼 있다. 평소에는 장난감을 넣어두는 수납장으로 선반을 나란히 배치해두고, 그 선반을 좌우로 벌려 놓으면 책상으로 변신합니다. 선반과 상판 사이에 상자를 끼워 넣어 아이들 성장에 맞춰서 조금씩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 게다가 방의 넓이에 따라 다양하게 배치할 수 있다. 선반과 상판이 고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배치는 물론 높이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 아이용 가구를 성인이 되어도 사용할 수 있는, 단순하고 품질이 좋은 가구를 소중히 여기는 북유럽의 정신을 느낄 수 있는 편리한 가구다. -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가구_토이 박스> 중에서 

저자소개
마쓰시타 기와 松下希和

1971년에 태어났으며 하버드 대학 대학원 디자인 스쿨 건축학부를 수료했다. 마키 종합계획사무소를 거쳐 KMKa일급 건축사 사무소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고가쿠인 대학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Harvard Design School Guide to Shopping』(공저) 『쉽게 배우는 건축제도』 『메타볼리즘의 미래도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 디자인의 교과서』(공저) 등이 있다.

옮긴이
황선종

한국외국어대학교 사학과, 일본 다이토분카대학 일본어과를 졸업하였고, 동대학원 일본어학 석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현재 인트랜스 번역원에서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확률론적 사고로 살아라』『사카모토 료마 평전』『차별받은 식탁』『인생의 마지막 교과서』『굿바이 우울증』『왜 당신에게 사야 하는가』『독서력』『16배속 공부법』『예측력』『질문력』『블루 샤콘느』『남자의 품격』『미스터 CEO』『창조적 기업의 10가지 발상전환』『리얼머니 하트머니』 등이 있다.

목차
머리말 006 

1장_ 주거 인테리어의 시작은 부엌과 다이닝룸부터_부엌, 다이닝룸 
 부엌에 대하여 016 
작으면 작을수록 집안일이 쉬워진다_프랑크푸르트 부엌 by 마가레테 쉬테 리호츠키 020 
노동력을 절감하고 친환경적인 부엌_프랑크푸르트 부엌 by 마가레테 쉬테 리호츠키 022 

칼럼 1 여성 해방의 신념을 인테리어에 반영하다_마가레테 쉬테 리호츠키에 대하여 036 
칼럼 2 현모양처와 디자이너를 오가며 완성한 알토 건축_아이노 알토에 대하여037 
다이닝룸에 대하여 038 

▲ 마쓰시타 기와 지음 | 황선종 옮김 | 더숲 | 1만4000원

식탁, 사각형이나 원형이 아니어도 된다_by 자유로운 형태의 프리폼 식탁 by 샤를롯 페리앙 042 
식탁의 변신, 리버시블 식탁_하이 앤 로우 테이블 by 아일린 그레이 044 
가구의 크기 조절로 공간을 유연하게 활용하다_확장 테이블 by 샤를롯 페리앙 046 
회전하는 식탁용 의자_LC7 by 르 코르뷔지에, 피에르 잔느레, 샤를롯 페리앙 048 

2장_사람이 모이는 ‘공간’을 만든다_거실, 의자가 만드는 공간

3장_‘평범한 방’으로 만들지 않는다_침실, 서재, 아이들 방

4장_ 작은 공간은 어딘가 다르게_현관, 화장실, 수납, 칸막이

이 책에 실린 작품 리스트 188 

참고문헌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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