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사회의 도시적 삶을 이야기하다
산업사회의 도시적 삶을 이야기하다
  • 황인수 기자
  • 승인 2017.12.01 14: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궤적의 재구성
▲ 택지개발자의 집 2016_무늬목 시트지, 각목, OSB_가변크기_2016.

[나무신문] 독특한 콘크리트 파사드와 함께 기존의 아름드리 참나무를 베지 않고 감싸 안듯 지어진 파주 헤이리 블루메미술관에서 김지은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궤적의 재구성’

한 땅에 정주하지 못하는 도시사회 속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소라게살이’라고 표현해 온 김지은 작가가 도시의 미술관들과 달리 흙이 있는 땅에 뿌리박은 자연에 가까운 미술관에서 산업사회의 도시적 삶을 이야기하는 이 전시는 인간이 발 디뎌야 할 땅의 의미를 그야말로 흙의 무게를 얹어 되돌아보게 한다. 또한 수년간 국내외 레지던시들을 떠돌아다니며 쌓아온 자신의 작업을 한 공간에 펼쳐봄으로써 이를 통해 시간적으로 진행되어 온 작업의 궤적을 새롭게 재구성해보는 메타해석적인 목표를 지니고 있다.

▲ 공중누각과 무지개떡 프로젝트_대나무 꼬치, 빵끈, 스티로폼에 혼합재료, 방진막_가변설치_2014.

도시의 삶, 회화와 설치작업으로 표현
김지은 작가의 일곱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의 작업의 경향을 역추적하고 각 시기의 비평적 시점에 관한 고찰을 통해 앞으로의 작업의 방향성을 모색한다. 

회화를 주된 매체로 시작한 작가의 작업은 점차 설치작업으로 다변화 되어 왔고 서울이라는 도시 공간을 대상으로 시작해 미국, 대만 등의 크고 작은 도시에서의 레지던시를 거치면서 작업의 대상도 지속적으로 변화했다. 작가가 거주했던 곳에서의 경험을 반영한 작업들은 일견 하늘에 떠 있는 각각의 별처럼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별들을 연결해 별자리를 읽어내는 것처럼 작업간의 새로운 맥락을 읽어내는 것은 앞으로의 작업의 방향성을 찾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재구성하고자 하는 궤적은 관성에 의해 움직여 예측 가능한 것이 아니라 별자리와 같이 읽어내는 관점에 따라 유동적인 것이며 이 관점을 통해 작품들 간의 관계성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그간의 작업을 관통하는 비평적 맥락을 짚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며 작업들의 관계망(네트워크)를 통해 새롭게 작품을 읽어낼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 어번 불도저_플라스틱 골판지 위에 시트지_280x435(cm)_2013부스러기 2015_단열재와 스티로폼에 혼합재료_가변크기_2013-2015.

도시공간 속에서 ‘주거’의 의미 찾아 
작업 전반을 아우르는 전시를 통해 작가가 걸어온 여정을 한눈에 볼 수 있고 각 시기의 작업들이 서로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작가가 꾸준히 천착해왔던 주제인 ‘거주’의 의미를 숙고해 보고자 하는 본 전시는 부동산에 압도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일상적인 공간과 흔한 사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개발과 재개발의 폐허를 마주한 작가가 도시계획의 시점이 아닌 정치 지리학적 관점에서 땅을 바라보고 이를 회화와 설치의 언어로 번안하는 일련의 과정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될 것이다.

궤적의 재구성전은 경기문화재단의 전문예술창작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12월31일까지 열린다. 

▲ 수상한 지붕들_캔버스에 유채_181.8x227.3cm_2016.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