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정책, 통렬히 반성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산림정책, 통렬히 반성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7.11.29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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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신문 창립11주년 인터뷰 | 이건산업 장문영 고문
▲ 이건산업 장문영 고문.

[나무신문] “현대 목재산업의 근간은 원자재다. 원자재를 자급할 수 없으면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우리 목재산업이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해야 할 절체절명의 시기다.”

장문영 고문의 일성이다. 예전처럼 원목 수입이 자유로웠던 것에 비해 지금은 원목 수출 등에 대한 징벌적 규제가 커지고 있어서 자급하지 않으면 원자재 확보가 점점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산림정책도 녹화와 산불방지, 힐링이 아니라 50년 100년을 내다보는 경제림 가꾸기에 돌입해야 한다는 것. 우리나라의 연간 원목 생산량은 540만㎥ 정도에 그치고 있는데, 인구 500만의 핀란드는 1일 평균 성장량이 100만㎥에 달한다는 것.

“젊은이들을 고용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500명이 됐든 1000명이 됐든 투입해서 전세계 산림조사부터 해야 한다.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우리 산림정책이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 묻고 해답을 찾아야 한다.”

지금처럼 산림청이 농산촌 노인들을 고용해서 형식적인 숲가꾸기 일자리나 만들어서는 올바른 산림정책 수립은 요원하다는 소리다.

“‘우리는 문제가 많다’은 성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성과는 무시하고 통렬히 반성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진지하게 조사하고 학계나 관계도 자각해야 한다. 그렇게 5년만 열심히 공부하면 우리도 해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 본다.”

그렇게 해답을 찾아 실행에 옮기면 50년 100년이 아닌, 생각보다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합판 등 주요 목재산업의 기술이 발달하면서 예전처럼 50년에서 100년까지 키우지 않은 비교적 소경목으로도 가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림산업이 잘 돼 있는 칠레, 뉴질랜드, 브라질 등 많은 나라에서 짧게는 17년에서 33년 정도부터 벌채해 목재산업에 투입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코어’(core)를 버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장문영 고문이 강조하는 핵심은 임업의 수직계열화다. 제재나 합판, 산림바이오매스 산업이 튼튼하게 함께 성장해서 원목은 물론 뿌리부터 가지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 수직계열화를 구축하지 못한 러시아는 원목 이외의 부분은 다 버리다시피 하고 있다. 반면 핀란드와 일본은 각 부분별 산업이 분업화돼 있어서 임업과 목재산업이 함께 발전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산림바이오매스로 전기를 생산하면 Kw당 12~13엔 정도 쳐주는데, (버려지는) 뿌리를 이용해 전기를 만들면 35엔을 정부로부터 받는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재마저도 시멘트 공장에 보내져 활용된다. 그만큼 임업 수직계열화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

“조림은 경쟁력 있는 사업이다. 한 번 심으면 다 자랄 때까지 비용이 더 들어갈 일이 거의 없고, 비탈이 심한 산에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전 세계는 지금 그래서 경쟁적으로 조림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5년 전 중국 광서성 임업부 양묘장을 방문했었는데, 1년에 7000만 개를 생산하고 있었다. 지금은 1억 개 이상 생산하고 있을 것이다. 칠레는 200만㏊의 조림지를 갖고 있는데, 거의 완벽한 수준의 수직계열화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적은 펄프 코스트를 자랑하고 있다. 칠레의 펄프 코스트는 톤당 400달러로, 다른 곳의 절반 수준이다. 일본도 종전 이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엄청난 조림을 한 것인데, 지금 이것이 자급률 35%를 바라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한편 일본의 경제림 성공에는 정부의 목재 가공 산업에 대한 과감한 지원이 한 축으로 작용했다는 점도 유심히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본 역시 남양재와 러시아산 등 원목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한 때 400개에 달하던 합판공장이 40개로 줄어든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30년 정도 자란 자국산 소경목을 합판 생산공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하는 시설투자에 50%를 지원했다. 지자체 역시 고용창출과 지역재 사용 등을 이유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렇게 되살아난 가공산업은 국산재 이용을 더욱 높여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지난 11월1일 일본 일간목재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임업협회, 전국목재조합연합회, 전국산림조합연합회, 일본임업경영자협회, 전국소재생산업협동조합연합회, 전일본목재시장연맹 등 6개 단체는 ‘국산재를 활용해 일본의 산림을 지키는 운동 추진 협의회’를 결성하고 ‘공동행동 선언 조인식’을 가진 바 있다.

“우리 합판공장은 40개에서 4개로 줄어들었는데,  합판이나 보드산업은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한 번 없어지면 다시 살아나기 힘들다. 산업이 없으면 우리 산에서 나무가 아무리 생산돼도 아무런 소용이 없어진다.”

장문영 고문이 말하는 정부에서 목재 제조업을 애정을 갖고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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