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원목, 제재 펄프 MDF 등 “물질 활용이 먼저다”
국산 원목, 제재 펄프 MDF 등 “물질 활용이 먼저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7.11.2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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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 및 펄프업계, “산림청이 집토끼 굶겨죽이는 셈…바이오매스 REC 가중치 적용 신중해야”

[나무신문] 산림청이 추진하고 있는 국산 목재의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산림바이오매스 활성화 정책이 자칫 산토끼 쫒다가 집토끼 굶겨죽이는 어리석은 촌극으로 끝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계 관계자들은 11월16일 서울 여의도 한국합판보드협회 사무실에서 이에 관련한 대책회의를 갖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니다.

산림청은 최근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 미적용 품목인 원목에 대해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국산 목재펠릿 원료의 대부분이 원목인데, 원목이 REC 가중치 미적용 품목으로 지정돼 있어서 이용에 제약이 많다는 분석에서다. 때문에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REC 가중치를 상향조정함으로써 국산 목재펠릿의 활용기반을 마련하고 신규 수요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지금 국산목재의 가장 큰 수요처인 보드 및 펄프산업이 전체 수요의 65%를 차지하고 있어서, 국산재의 용도 다변화 및 고부가가치 창출이 필요한 사항이라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주로 MDF 등 보드용 원료로 쓰이고 있는 국산 원목의 REC 가중치를 높여줌으로써 목재펠릿 등 산림바이오매스 분야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는 것.

하지만 바로 이 대목이 ‘집토끼를 굶겨죽이는 어리석은 촌극’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국내 MDF 산업은 지난 2012년과 13년 14년 기준 각각 99% 97% 97%의 한국 시장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목재산업이다.

또 거의 모든 목재제품들의 국산화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국내 목재산업의 자존심을 지켜나가고 있는 것.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목재제품 수입유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체감하고 있는 수입산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거의 100 %’인 게 현실이다.

이처럼 국산 MDF가 우리 시장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은 가격이다. ‘산에서 버려지다시피 하는’ 저렴한 국산 원목과 과감한 시설 투자를 통해 품질은 좋으면서 가격은 싼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버려지다시피 하는’ 국산 원목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큰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런데 산림청이 추진하고 있는 산림바이오매스 산업으로의 수요처 다변화가 결국 국내 보드산업의 몰락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우려다.

산림청이 추진하는 방향으로 REC 가중치가 높아질 경우 원목 가격은 톤당 14만원에서 심하게는 20만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계산되고 있는데, 이것은 지금 칠팔 만원에서 2배 정도 오른 수준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도 근소한 차이로 가격 경쟁력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산 MDF가 ‘거의 100%’ 수입산으로 대체될 게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는 또 생산업체당 수백 명의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길거리에 나앉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목질보드 생산은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한 번 무너진 산업을 다시 일으키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다시 말해 산림바이오매스 산업에서 국산 원목에 등을 돌리면, 국산재는 실제로 산에 버려져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미 국내 목재펠릿 시장은 대부분 저가의 수입 펠릿이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대책회의에서 발표된 ‘국내산 산림바이오매스의 효율적 활용방안에 관한 연구’를 살펴보면, 국내 목재 자급률은 16%로 대부분 수입재에 의존하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국산 보드 및 펄프용 원목 공급량은 279만9000㎥에 달했는데, 이는 국내 총 원목 생산량의 54.3%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같은 기간 국내에서 MDF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한 국산 원목은 152만9541톤이었는데, 이는 전체 사용량의 99%다. 펄프 업종 역시 총 목재칩 사용량의 53%인 50만2227BDT의 국내칩을 사용했다.

아울러 원목 공급 불안 등 이유로 국산 원목 및 칩 단가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반면, 제품 단가는 건축 자재, 가구, 제지 산업의 영향으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0년, 2015년 ‘대한민국 경제총조사’ 결과 두 업종 모두 영업이익이 낮게 나타났다.

특히 가구를 제외한 목재 및 나무제품 제조업의 영업이익이 -11.4%로 내려갔는데, 원목 가격 상승이나 공급 불안정으로 산업 경쟁력이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같이 산업 경쟁력이 가뜩이나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REC 가중치 상향으로 인한 에너지 업계와의 원료 확보 경쟁까지 붙을 경우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우려다.

REC 가중치 적용에 힘입어 현재 수입재에 의존하는 바이오매스 수요 중 상당부분이 국내재로 대체되면, 현재 26만4000㎥에서 1130% 늘어난 324만7000㎥까지 국산 원목이 공급돼야 한다는 계산인데, 이렇게 되면 제재용과 펄프용 보드용은 각각 58%씩 줄어든다는 시나리오다.

아울러 원목을 발전용으로 곧바로 사용하는 것은 ‘자원의 순환적 이용’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연료’란 석유·가스·석탄, 그밖에 열을 발생하는 열원을 말한다. 다만, 제품의 원료로 사용되는 것은 제외한다”는 에너지관리법 제2조(정의) 2호에도 어긋나고 있다는 풀이다.

다시 말해 원목을 제품으로 가공할 경우 펄프, MDF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지만 발전용으로 사용돼 소각되면 효율적이지도 않고 자원을 낭비하는 꼴이라는 것. 특히 원목은 제재목이나 MDF, 펄프용으로 사용을 마친 다음에도 폐종이, 폐목재 형태로 2차 3차 물질 사용을 충분히 한 다음에도 얼마든지 에너지용 원료로 투입될 수 있다.

원목을 곧바로 에너지원으로 불태운다는 것은 그만큼 물질 이용 단계를 생략하게 됨으로써 그에 따른 부가가치 창출 기회를 상실함은 물론 일자리 또한 없어지는 셈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14년 기준 국내 시장에서 국산 MDF가 차지하는 비중은 97%에 달했다. 국내 시장 및 연관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펄프산업 역시 16년 기준 국내산 펄프 사용량은 16.4%를 나타냈다. 그만큼 국산 원목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

그런데 국산 원목에 REC 가중치가 올라가서 원목 가격이 올라가게 되면 값비싼 수입 원목으로 대체해야 할 경우, 원재료 확보 부담으로 임금 축소, 인력감축 등을 거쳐서 결국 보드 및 펄프시장의 붕괴까지 이어질 수 있다.

국산 원목 가격이 올라가면 MDF와 펄프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고, 이는 국산 가구 및 건축자재와 제지 가격을 올리고, 다음으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산이 국내 시장을 점령하는 경영악화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산업계에서는 국산 원목의 REC 가중치 적용은 국내 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기존 보드 및 펄프 업종에서 사용 중인 산물은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수확 벌채, 수익 간벌, 수종 갱신, 숲가꾸기와 같이 기존 보드와 펄프 업종에서 사용하던 양은 현 수준으로 유지하고, REC 가중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일회성 소비보다는 순환적 이용을 유도함은 물론 기존 연관 산업 보호를 위한 정책적 고려가 있어야 한다는 요구다.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목재수요량의 80% 정도를 해외에 의존하는 자원부족 국가로서, 국내 산림자원을 우선, 직재는 건축자재인 제재목이나 합판용으로 사용하고 곡재는 보드·펄프용으로 사용하며, 이들 용도가 수명을 다하여 폐기되었을 때 가구 원자재인 파티클보드 등의 물질로 재활용하고 또 이들 용도가 수명을 다해 폐기되었을 때 최종적으로 열에너지로 사용하는 등 순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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