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마음을 열다 展
빗장, 마음을 열다 展
  • 황인수 기자
  • 승인 2017.10.20 12: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무 주재료로 자연친화적 한국인의 미의식 반영

10월 28일까지, 쇳대박물관서 마음의 빗장 열고 소통 기대

[나무신문] 2017 쇳대박물관 특별전 “빗장, 마음을 열다”가 지난 달 30일부터 쇳대박물관(http://lockmuseum.co.kr/) 3층 기획전시실에서 개최되고 있다. 서울시민 및 이화동을 찾는 관광객 1만여명이 관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빗장 총 50여점이 선을 보이고 있다.
쇳대박물관 소장품 중 기존에 선보인 적이 없었던 유물을 엄선해 전시하고 있는 이번 특별전은 잠금장치로의 기능을 넘어 길상, 수호의 의미를 지닌 빗장을 재조명하고, 소박하지만 정감을 지닌 우리의 전통 생활 공예품을 통해 선조들의 심미안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빗장이란 전통 가옥의 여닫이 대문  안쪽에 부착하여 사용했던 잠금장치를 말하며 구체적으로는 양쪽 문을 가로질러 잠그는 목재 막대를 일컫는다. 빗장은 이를 걸 수 있도록 하는 둔테가 필요했는데 둔테는 약 30㎝ 가량 되는 나무토막을 이용하여 만들었다. 문짝의 부착면의 중간쯤에 빗장이 드나들 수 있는 크기로 오목한 凹 모양의 홈을 파내고, 그 반대편에 문양을 새기거나 면과 모서리를 다듬어 장식하기도 했다. 

둔테는 길상적인 동물의 형태나 문양을 조각해 제작했으며 대부분 거북의 형태를 띄었다.  거북은 예로부터 수호와 장생의 동물로 여겨졌다. 둔테의 좌우를 암컷과 수컷 한 쌍으로 나타내기도 하는데, 수컷을 조금 크게 하거나 간단한 표식을 덧붙여 구분한다. 거북 다음으로 많이 나타나는 형상은 물고기이며 눈꺼풀이 없어 항시 눈을 뜨고 있는 물고기의 특징에서 길상적인 의미를 찾았다. 민가에서는 24시간 깨어 지켜 달라는 보안과 수호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사찰에서는 미몽迷夢에서 깨어나 수행과 정진에 임하라는 훈계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렇듯 한국 전통 건축에서 빗장은 소박하지만 정감 있는 실용 공예품이자 소원을 비는 상징이며 예술품이다. 대문을 여닫으며 부귀와 장수를 기원하고 주위 환경과 융합하고 재료의 특성을 그대로 살려 부드러운 조화를 추구하는 자연친화적인 한국인의 미의식을 엿볼 수 있다. 

▲ 거북이형 빗장

거북이형 빗장  조선후기 32×21×3.5 나무
거북의 형상을 단순화하여 표현하고 있으며 머리 부분을 돌출시켜 손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전통 생활 공예품인 빗장은 잠금장치로의 기능을 넘어 부귀와 장수를 기원하며, 나아가 삶의 테두리를 수호하는 의미를 담은 상징물이다. 또한, 만든 이의 마음을 대변하듯 그 모양과 생김이 같음이 없으며, 나무를 주재료로 사용함은 주위 환경과 융합하고 조화를 추구하는 자연친화적인 한국인의 미의식을 그대로 반영한다. 더불어, 여러 문학작품에 소재로 등장하여 길상(吉祥)적 의미 외에도, ‘열고-닫음’의 문체로써 필자의 마음을 우회적으로 대변하기도 한다. 

본 전시는 작은 장식물 하나에도 의미를 담아내었던 우리 조상들의 심미안을 엿보고자 한다. 더불어 빗장 하나하나에 깃든 소박하지만 정감 있는 옛 정서를 되새기고 닫힌 마음과 마음을 잇는 소통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쇳대박물관은 우리나라 및 세계 각국의 독특한 자물쇠를 주제로 한 박물관으로, 사라져가는 우리의 자물쇠들을 수집·보존·연구해 관람객들에게 자물쇠의 아름다움과 과학적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또한, 서울시 대표 관광 명소인 대학로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보다 새로운 문화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 거북이형 빗장

거북이형 빗장 조선후기 60×41×10.5 나무
등 부분에 국화문양의 광두정을 박아 아름답게 표현했고 발 부분은 따로 제작해 붙여 넣었다. 빗장의 끝부분을 다듬은 것이 특징이다.

전시기간 중 선착순 500명을 대상으로 빗장엽서 편지쓰기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사랑하는 가족이나,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은 지인, 오랫동안 마음의 문을 닫았던 친구에게 마음을 담아 손편지를 전하는 행사로 준비돼 있는 ‘빗장엽서’에 사랑과 감사, 화해의 마음을 담아 손편지를 쓴 후 ‘쇳대 우체통’에 넣으면 전시가 끝난 후 일괄 배송한다. 참가비는 무료다.

관람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말과 공휴일엔 오전 11시부터 6시 30분까지며 관람료는 없다.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 도슨트의 해설을 들을 수 있다. 

▲ 거북이형 빗장

거북이형 빗장 조선후기 53×32×7.5 나무
긴 목 거북이를 사실적으로 표현했으며 오른쪽 거북이가 머리 부분을 왼쪽으로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 매우 해학적이다.

▲ 거북이형 빗장

거북이형 빗장 조선후기 31×26×4.5 나무
사실적인 형태의 묘사보다 이미지를 형상화 해 나타냈다. 거북이의 얼굴부분에 이목구비를 새겨 넣어 해학적으로 표현했다.

▲ 제비형 빗장

제비형 빗장 조선후기 39×23×7 나무
제비는 복을 몰고 온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제비의 초리 부분을 매우 도드라지게 표현했으며 제비가 담장 위에 앉아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 거북이형 빗장

거북이형 빗장  조선후기 조선후기 35×29×6.5 나무
거북의 이목구비를 해학적으로 조각하였으며 목에 주름이 많은 것이 수컷을 뜻한다.

▲ 거북이형 빗장

거북이형 빗장  조선후기  91×40×6.5 나무
거북이 머리 부분의 이목구비를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왼쪽 머리 부분 역시 상하로 시건 되는 장치의 역할을 하고 있다. 

▲ 거북이형 빗장

거북이형 빗장  조선후기  42×37.5×4.5 나무
거북이의 형태를 매우 사실적으로 조각했으며 두 마리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 표현이 매우 해학적이다.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