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 달빛을 받으며
월영, 달빛을 받으며
  • 나무신문
  • 승인 2017.10.1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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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경북 안동시

월영교~보조댐~월영교~개목나루~영락교~안동댐 7.8km 걷기

안동역에서 3㎞, 그곳에 월영교가 있다. 낙동강 위에 놓인 월영교와 보조댐, 안동댐을 잇는 길 7.8㎞를 걸었다. 그리고 어둠이 내렸고 월영교 하늘과 강물에 달이 떴다. 월영교를 건너는 동안 강물에도 내가 있었다. 

▲ 안동역 광장

안동역에서
가요 <안동역에서>의 유명세는 안동역 광장에 그 노래비를 세우게 했다. 노래비와 함께 안동역 광장을 가득 메운 바닥그림도 눈에 띈다. 한쪽 옆에는 플래카드에 시를 인쇄해서 전시하고 있었다. 

그림을 보고 시를 읽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도착한 곳은 안동역 옆에 있는 안동간고등어전문점이다.

1인분에 고등어 반마리가 나온다고 한다. 혼자서 한 마리 다 먹으려면 일정액을 더 내야 한단다. 2인분 가격보다는 저렴하고 1인분 가격 보다는 비싼 가격이었다. 그렇게 했다. 다른 반찬도 있어서 고등어구이 한 마리는 혼자 먹기에 좀 넉넉한 양이었다. 

▲ 안동간고등어 밥상.

간고등어의 간을 맞추는 간잽이의 손이 심심했는지, 고등어구이가 짜지 않았다. 상에 나온 음식을 다 먹고 나서 자판기 커피 한 잔으로 안동에서의 첫 끼를 마무리했다. 저녁에 먹을 음식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헛제사밥!

안동역 옆 버스정류장에서 월영교 가는 시내버스를 기다렸다. 버스는 금세 왔다. 기사님께 물어보니 버스 간격이 1시간 정도 되는데 손님이 운이 좋은가보라고 하신다. 

친절한 기사님이 월영교버스정류장에 내려주면서 손가락으로 월영교 방향을 가리키며 일러주신다. 

▲ 월영교가 시작되는 곳에 있는 안동 물문화관.

월영교는 버스정류장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월영교 주차장을 지나면 바로 월영교다. 월영교 옆 안동물문화관 화장실에서 출발준비를 하고 월영교를 건너기 시작했다.    

▲ 월영교
▲ 월영교를 건넌다.
▲ 월영교에서 안동댐 방향으로 바라본 풍경.

월영교를 건너 안동댐까지
월영교는 나무로 만든 다리다. 길이 387m 너비 3.6m다. 다리를 만들면서 주민들에게 다리 이름을 공모했다. 322개의 이름이 출품됐다. 월영교는 그 중에 하나였다. 

이름으로만 풀어보면 달빛이 비치는 다리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 이름은 이 마을의 옛 땅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월영교가 있는 안동댐 주변에는 달골, 엄달골 등 예로부터 달과 관련된 땅이름이 있었다. 

월영교를 건너면서 오늘 밤 월영교 위에 떠오를 달을 생각했다. 월영교에서 보는 낮 풍경은 명징했다. 먼지 하나 없는 휘발성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낙동강 위에 가득했다. 그런 하늘을 이고 월영교를 건넜다. 

▲ 월영교를 건너서 우회전, 강변 데크길로 걷는다.

월영교를 건너서 오른쪽으로 돌아 걷는다. 물가에 놓인 데크길을 따라 걷는다. ‘원이 엄마 테마길’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고성 이씨 문중의 며느리였던 원이엄마와 남편 이응태의 사랑 이야기가 그 길에 소개 됐다.  

원이엄마는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을 위해 한글로 편지를 쓴다. 안내판에 적힌 긴 편지글 중 몇 문장을 추려 적어 본다.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수 없어요.//나를 데려가 주세요.//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 없고,//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 

사랑 참 알뜰하다. 어찌해야 그런 사랑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도 그 사랑의 무게를 짐작할 수 없어 그만 둔다. 

데크길 곳곳에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라고해서 전망이 좋은 것은 아니다. 그저 시야가 조금 트이고 쉴 수 있는 의자를 만들어 놓은 작은 공간이다. 그렇게 제7전망대를 지나면 보조댐이 나온다. 보조댐으로 가는 짧은 계단을 내려서서 보조댐을 건넌다. 

보조댐을 건너서 오른쪽으로 돌아 걷는다. 월영교 방향으로 걷는 것이다. 다시 월영교를 건넌다. 이번에는 왼쪽으로 돌아 걷는다. 그 길에 개목나루를 지난다. 그곳에서 배를 탈 수 있다. 

개목나루를 지나 영락교를 건넌다. 영락교에서 바라보는 낙동강 풍경에 개목나루와 월영교가 떠있다. 

영락교를 지나면 길은 도로 위 건널목으로 이어진다. 건널목을 건너 왼쪽 도로로 걷는다. 차도만 있고 인도가 없다. 차도 옆에 풀이 자란 좁은 공간으로 조심스럽게 걷는다. 얼마 못가서 길이 갈라진다. 오른쪽 길(안동댐쉼터 이정표 방향)로 걷는다. 

▲ 보조댐을 건너 우회전, 월영교 방향으로 걷다가 본 풍경. 물 건너편에 지나온 데크길이 숲과 함께 보인다.

안동댐 아래로 가는 길도 도로지만 막다른 길이고 도로 옆 공간이 넓어 걷기 좋다. 게다가 길가에 메타세쿼이아와 은행나무 등 키 큰 나무가 줄을 지어 서있다. 그 길을 걸어서 ‘물 그리고 꽃의 정원’ 안내판 앞에 도착했다. 

안내판 맞은편에 메타세쿼이아숲길이 있고, 그길로 걸으면 쇠사슬로 난간을 만든 작은 다리가 나오고, 그 다리를 건너면 징검다리가 놓인 연못이 있다. 징검다리를 건너 가다보면 작은 폭포와 나무다리가 나온다. 나무다리를 건너 조금만 더 가면 길이 갈라지는데 왼쪽으로 가면 된다. 그 길 끝에 안동댐 정상부가 있다. 

안동댐 정상부에 도착하기 바로 전에 안동루라 누각이 있다. 누각에 올라 풍경을 감상하고 안동댐 정상부로 간다. 안동댐 정상에 난 길로 걸어서 댐을 건너게 되는 것이다.(안동댐 정상 길은 출입시간이 정해져 있다. 11월~2월은 오전10시~오후5시, 3월10월은 오전10시~오후6시) 그 길에서 멈춰서 지나온 풍경을 한 눈에 넣는다.  

▲ 안동루에서 본 풍경

영락교와 월영교, 보조댐이 보인다. 방금 잠깐 쉬며 풍경을 감상한 안동루가 풍경의 오른쪽에 쉼표처럼 서있고, 안동댐쉼터 이정표를 따라 걸었던 길의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의 정수리를 바라본다. 

댐 정상에 난 길을 다 건너면, 길은 세계물포럼기념센터로 이어지고, 그곳 전망 좋은 카페에 앉아 차 한 잔 마시며 걷기여행을 마무리 한다

▲ 강변길. 멀리 보조댐이 보인다. 길은 보조댐을 건너서 우회전해서 다시 월영교 방향으로 이어진다.

하늘에 달, 강물에 달
해가 기운다. 쨍쨍하던 햇빛에 황금빛이 감돈다. 그림자가 길어지고 마음이 녹록해진다. 차 한 잔의 시간이 한가롭다. 

월영교 위에 떠오를 달을 생각하며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시내에서 월영교 방향으로 지나가는 버스가 1시간에 1대 꼴로 있으니, 나가는 버스도 그럴 것이다. 그 1시간은 달처럼 텅 빈 낭만이었다. 사실 1.5km만 걸으면 월영교가 나오지만, 그냥 버스를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 안동댐쉼터 방향으로 가는 길.

버스는 어김없이 도착했고, 나는 버스를 타고 창문을 활짝 열었다. 해질녘 부풀어 오르는 강물을 바라보았다. 공기의 온도가 바뀌면서 물비린내가 공중에서 자맥질을 한다.

월영교정류장에 내렸다. 헛제사밥으로 유명한 식당을 찾아들어갔다. 밥 보다는 시원한 막걸 리가 먼저 생각났다. 막걸리 두 병으로 마음을 채우고. 헛제사밥, 심심한 그 맛으로 배를 채웠다. 

밖은 벌써 어두워졌다. 월영교에 불이 켜졌다. 반짝이는 불빛들이 월영교를 수놓고 있었다.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이 흘러간다. 달을 가린 구름이 사라지고 달빛이 드러났다. 강물을 바라보았다. 강물에도 달이 떴다. 

강물에는 하늘도, 월영교도 다 떠있다. 월영교를 건너는 나도 하늘과 달과 함께 강물에 떠 있었다.   

▲ 월영교 밤 풍경. 하늘에 달이 강물에 비친다.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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