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영감(靈感)을 받아 가세요
나무의 영감(靈感)을 받아 가세요
  • 황인수 기자
  • 승인 2017.09.05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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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 카페, 라산타 주인장 류지현 빌드매니아(주) 대표
▲ 라산타 카페 내부.

[나무신문] 창고처럼 생겼는데, 나무로 지어졌다. 정문과 후문도 모두 나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무 특유의 향기가 코끝으로 스며든다. 오페라와 클래식이 잔잔히 울려 퍼지는 카페 안을 목재 조명이 밝히고 있다. 벽과 천정도 나무다. 카페에 있는 테이블들도 물론 나무다. 나무도 보통 나무가 아니다. 어떤 테이블은 200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목재로 만들어졌다. 나무로 만든 다양한 소품과 그림들이 벽과 카페 이곳저곳을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고가의 테이블과 인테리어는 고급스러움을 뽐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카페 라산타를 찾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목재의 종류와 특성, 인테리어 소품 등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평택시 서탄면 수월암리 124번지(031-611-1479)에 위치한 우리나라, 아니 아시아에서 유일한 목재 카페, 라산타의 주인 류지현 빌드매니아(주) 대표를 만나 최근 오픈한 카페 ‘라산타’와 ‘우드 슬랩 테이블 전시장’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 류지현 대표.

라산타를 짓게 된 동기는?
우리는 3000여 종류의 나무, 목재를 취급하고 있다. 본사 매장에서는 공간이 부족해 우리가 갖고 있는 제품을 제대로 보여줄 수가 없었다. 고급 인테리어 소재와 40미터가 넘는 우드 슬랩 테이블 등을 고객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좀 더 전문적이고 넓은 공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고객에게 우리의 제품을 보여줄 때 기왕이면 마음 편히 쉬면서, 대화도 하고, 목재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카페 라산타는 평소에 늘 생각해 오던 내 바람에 의해 탄생하게 된 것이다.

▲ 고객 상담중인 류지현 대표.
▲ 스리랑카 출신 목수 라산타와 함께.

매장과 카페가 복합된 형식인가? 
매장은 단순히 고객이 물건을 사고 떠나는 곳이다. 고객이 머물 수 있는 매장은 어떤 형태일까? 커피를 마시며 쉬고, 상담하는 공간, 전시품과 인테리어 등을 보면서 자신의 인테리어와 가구를 구성할 수 있는 모티브를 줄 수 있는 장소. 라산타는 고객이 왔다 가는(pass through) 장소가 아닌 머무는(stay)공간이다.

▲ 전시장과 카페 외관.

라산타를 짓게 된 결정적인 동기는?
카페를 통해 우리의 제품을 선보이고 고객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중 본사 옆에 허름한 창고 2동이 딸린 부지가 매물로 나왔다. 두 번 생각하지 않고 계약했다. 카페를 설계하기 전에 전국 유명한 카페 20여 곳을 탐방했다. 하지만 내 맘에 들거나, 벤치마킹할만한 곳이 없었다. 나무를 주제로 한 카페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창고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리모델링 작업에 착수했다. 우리나라 방앗간에 유럽의 디자인을 더한 콘셉트로 10여 명의 디자이너들의 도움을 받아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공사기간은? 카페 규모는?
4개월 정도 걸렸지만 그렇다고 완공된 것은 아니다. 수시로 고치고 다듬고, 어루만지고 있다. 카페 크기는 약 100평 정도다. 전시장은 1층과 2층 합쳐 100평 정도 되고, 뒤쪽에 위치한 본사 겸 공장은 2500평이다.

▲ 전시장 실내.
▲ 전시장 2층.
▲ 전시장 실내.

어떤 나무를 사용했나?
고재빔, 티크고재, 오크고재, 아마라 흑단 등 특수목을 비롯한 7미터가 넘는 우드 슬랩 테이블 등 내외장재를 최고 수준의 나무로만 장식했다. 고객들이 제대로 된 나무 소재로부터 얻게 될 느낌을 배려했고,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나무의 특성과 품질을 알려 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며 인테리어했다.

천장엔 100년 된 러시아 더글라스 재목을 썼다. 천장 공사만 한 달 보름이 걸렸다. 벽체는 티크고재 부정척으로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강도가 높은 목재 이페 제재목으로 정문과 외벽을 라인형 월로 시공했다. 정문은 원목으로, 오방콜 수종으로 직접 제작했다.

후문 또한 원목문이다. 외장재 케루잉(침목)판재로 시공했다. 트럼버시 우드 슬랩으로 슬라이딩 도어를 만들었다. 이런 나무들은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가 아니다. 

▲ 카페에 전시된 나무제품들.

테이블 마다 나무의 이름이 붙어 있다
카페에 들어와 자리에 앉았을 때 최소한 자신이 앉아 있는 곳의 나무 이름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해서 테이블마다 나무이름과 원산지, 특징 등을 표시한 팻말을 만들어 놓았다. 나무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친근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평생 보지 못할 수도 있는 나무 위에서 커피도 마셔보고, 빵도 먹고, 나무의 특성을 한껏 느껴 보라는 뜻이 담겨 있다. 

▲ 카페 벽면에 걸려있는 그림.

인테리어 하면서 가장 신경 쓴 것이 있다면?
외관과 내부 인테리어 어느 하나 신경 쓰지 않은 부분이 없다.

하지만 가장 신경 쓴 것은 그림이다. 벽면에 걸려 있는 그림들은 작가들한테 직접 구입했다. 미술관에 온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음향장치도 최고급 기종으로 준비했고, 오페라와 클래식 위주로 틀고 있으며, 판매하는 커피도 라바짜(LAAVAZZA)로 고급 원두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 전시장 1층 천정과 테이블.

라산타를 오픈해서 지금까지 득이 된 점이 있다면?
목재회사가 단순히 나무만 파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렸다.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을 할 수 있도록 쉼터를 제공하고, 전시장을 열어 손님들에게 목재가구, 소품, 작가들의 작품들, 도마, 목재조명, 테이블, 의자, 액자 등을 자연스럽게 소개함으로써 회사의 신뢰도를 높였다.

동네 사람들이 찾아와서 ‘마을에 이런 예술미 넘치는 카페를 지어주어서 너무 고맙다’는 말을 했을 때 뿌듯했다.

▲ 카페 벽과 창문.

라산타를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가?
목재 시장에서의 영업 혹은 장사는 소재를 연구개발해 디자인과 브랜드를 판매하는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 나는 라산타를 통해 숍인숍의 개념으로 목재 가구들과 인테리어 소품들을 소비자들에 소개하고 판매할 것이다.

카페 이름 ‘라산타’의 의미는?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스리랑카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 7명 가운데 한 명의 이름이 라산타다. 라산타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많은 고생을 한 목수이다. 우리나라로 건너와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했는데 밤늦게까지 일하면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생활한다.

▲ 카페 천정.

이 카페도 목수 라산타가 거의 다 짓다시피 했다. 그래서 라산타의 코리아 드림을 응원하기 위해 카페 이름을 ‘라산타’로 지었다.

1999년 설립된 빌드매니아(주)는 컬러 에코보드와 테크니컬 우드, 티그 고재 제품 시리즈, 패러램 보드 등 3000여 품목을 국내 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중견 목재수입 가공 유통업체다.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고, 업계 최초로 영문 쇼핑몰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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