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이 품은 둘레길, ‘기찬묏길’을 걷다
월출산이 품은 둘레길, ‘기찬묏길’을 걷다
  • 나무신문
  • 승인 2017.08.2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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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전남 영암군
▲ 2층 누각에 올라 바라 본 풍경.

전남 영암군 월출산 기찬묏길 1코스 ‘기찬묏길’

월출산
해발 809m, 높지도 낮지도 않은 산, 월출산. 전남 영암군과 강진군에 걸쳐 있는 월출산은 예사롭지 않은 산이다. 영암에서 보는 월출산은 한 덩이 아주 커다란 돌멩이다. 땅에서 솟은 거대한 돌멩이가 깎이고 다듬어져 날을 세우고 절벽을 이루었다. 바위들이 불꽃처럼 솟아났고, 바위의 경계가 만든 금은 물결처럼 흐른다. 

고려시대 시인 김극기가 월출산을 노래했고, 조선시대 시인 김시습도 월출산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바위산, 바위계곡, 불꽃같은 돌능선 위로 솟아오른 달을 본 김시습의 시심이 느껴진다. 

▲ 천황사 주차장에서 본 월출산. 가운데 붉은색 구름다리가 보인다.

전라남도는 1973년에 월출산을 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1988년에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에 이른다. 

정상인 천황봉이 거느린 여러 봉우리와 계곡들이 퍼져나간 곳에 고려시대 도선국사가 창건한 도갑사와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한 무위사 등 오래된 절이 있다.  

도갑사에는 국보 제50호 도갑사해탈문과 보물 제89호 도갑사석조여래좌상이 있다. 무위사에는 국보 제13호 무위사극락전이 있다. 산 아래 마을 중 한 곳인 구림마을에는 천자문과 논어를 가지고 일본에 가서 학문을 가르친 왕인 박사의 유적지가 있다.  

▲ 월출산 전경과 보름달 - 사진제공 영암군청

짱뚱어탕과 기찬묏길
월출산은 영암읍내에서도 잘 보인다. 영암읍 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 안에서 월출산을 바라본다. 

아침을 먹고 서울에서 버스를 탔는데, 영암에 도착하니 점심때가 다 됐다. 영암의 여름 음식은 짱뚱어탕이다. 읍내에 짱뚱어탕으로 유명한 식당이 세 곳 있다. 세 집이 한 거리에 모여 있다. 식당 건물 외관에서 세월이 보인다. 그 중 한 집으로 들어갔다. 

▲ 짱뚱어탕.

짱뚱어탕은 뚝배기에 담겨 보글보글 끓는 채 나왔다. 뜨거운 국물 한 숟가락 두 숟가락 세 숟가락… 짱뚱어탕 뜨거운 국물로 영암을 확인했다. 

반찬으로 나온 토하젓을 강조한 식당 아주머니 말대로, 토하젓과 밥 오직 두 음식으로 만들어지는 순수한 맛의 조화를 느꼈다. 그리고 남은 밥을 짱뚱어탕에 말았다. 뜨거운 국물에 뜨거운 밥을 말았으니 오죽 뜨거우랴! 그 뜨거운 국밥을 먹고 식당 밖으로 나왔는데, 34도의 폭염이 느껴지지 않는다. 

영암군 기찬묏길 1코스 ‘기찬묏길’의 출발지점인 천황사 입구 주차장은 영암읍내에서 멀지 않지만 대중교통으로 가기 불편하다. 영암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농어촌버스가 하루에 4대 밖에 없다. 차 시간이 맞지 않아 택시를 탔다. 

▲ 기찬묏길 데크길.

천황사 방향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본 월출산에 마음을 빼앗겼다. 천황사 입구 주차장에 내려서 영암군 기찬묏길 1코스 ‘기찬묏길’ 출발지점을 찾아가는 길, 월출산이 나의 눈길을 빼앗는다. 

한 뭉텅이의 커다란 돌이 땅에서 솟아 하늘로 솟구치는 형상이다. 칼날 같은 바위가 불꽃처럼 타오르는 느낌이다. 바위와 바위가 만든 길고 짧은 골이 수 천 개다. 그 골과 골 사이에 놓인 붉은 구름다리가 산 중턱에 간신히 매달렸다. 

월출산 둘레에 난 기찬묏길을 걸어야 하는데, 월출산이 나를 유혹한다. 산으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월출산 등산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애써 기찬묏길 출발지점에서 숲길로 발길을 들였다. 

▲ 기찬묏길. 숲길이 넓고 정비가 잘 돼 걷기 편하다.

기찬묏길과 기찬랜드
월출산 기찬묏길 1코스 ‘기찬묏길’은 월출산 자락에 난 숲길로, 천황사 입구 주차장부터 시작해서 기찬랜드에서 끝나는 약 6㎞ 코스다.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정비가 잘 돼있어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다. 

숲이 햇볕을 막아주지만, 습도가 높아 땀이 연신 흐른다. 탑동약수터에서 얼굴에 흐르는 땀을 씻고 쉬었다 간다. 

길이 갈라지는 곳이 나왔는데, 이정표가 가리키는 곳은 한 곳이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길 말고 이정표가 없는 쪽 길로 걷는다. 대숲이 터널을 이룬 구간이 나왔다. 구간은 짧지만 어두컴컴한 대숲 터널을 지나는데 시원하다. 

길 바로 옆에 각시원추리꽃이 피었다. 무리지어 피지 않고 딱 한 송이가 피었다. 초록 숲에 피어난 화려한 꽃 한 송이는 애써 찾지 않아도 눈에 바로 띈다.   

평범해서 좋은 길, 그런 길을 걷다가 만난 2층 누각으로 올라갔다. 오솔길이 냇물처럼 흐르는 것 같다. 그 뒤로 푸른 논이 펼쳐지고, 더 멀리 산기슭 마을과 초록빛 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사람 사는 풍경이 저렇게 선할 수도 있구나! 

도착지점인 기찬랜드가 600m 남았다는 이정표 앞에서 잠깐 쉬었다 간다. 남은 구간을 천천히 걸어서 기찬랜드에 도착했다.

기찬랜드는 영암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곳이다. 계곡물을 그대로 받아 물놀이장을 만들었다. 그 옆 솔숲은 텐트와 돗자리, 평상의 자리다. 나무 보다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길은 기찬랜드에서 끝나지만 기찬랜드 안에 있는 도백교와 깨금바위 전망대를 지나 데크길이 끝나는 곳까지 더 걸었다. 

다리 위 아치형 구조물에 용의 형상을 만들어 놓은 도백교(구름다리)에서 계곡의 풍경을 즐긴 뒤에 다시 돌아서 나와 데크길로 접어든다. 깨금바위를 볼 수 있는 전망대까지 멀지 않다.  

▲ 도백교
▲ 월출산 기찬묏길 1코스 출발지점

전망대에 도착했지만 나무가 자라서 계곡 건너편에 있는 깨금바위를 잘 볼 수 없었다. 나뭇가지 사이로 살짝 깨금바위를 바라본다. 

깨금바위는 너비 15m, 높이 3m 규모의 암반바위다. 가야금산조의 대가 김창조 선생이 그 바위에서 가야금을 연주했다고 한다.(김창조 선생이 태어난 곳이 현재 기찬랜드 자리다.) 

깨금바위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데크길이 끝나는 곳이 나온다. 출입금지 지역이다. 테크길이 끝나는 곳에서 본 골짜기가 좁고 깊었다. 계곡 바닥에 부서진 시멘트구조물이 있었다.

▲ 기찬랜드에 있는 하춘화 노래비

아마도 거센 물살에 부서진 것 같았다. 그 위에 용추폭포가 있다고 하는데,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 가지 못했다. 

해거름에 다시 기찬랜드에 도착했다. 월출산(月出山), 이름 그대로 풀면 달 뜨는 산이다. 먼 하늘에 노을이 피어나고, 붉고 둥그런 해가 기울고 있었다. 달을 기다렸지만 달은 보이지 않았다.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