쉘터도 건축이다
쉘터도 건축이다
  • 황인수 기자
  • 승인 2017.08.2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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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들의 주거지

[나무신문] 분쟁과 폭력, 박해로 삶의 터전을 잃고 피난길에 오른 사람들의 수는 지난 10년 동안 급격히 증가했다. 6년간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을 비롯해, 새롭게 발생하거나 장기화되고 있는 크고 작은 분쟁과 갈등이 그 주요 원인이다. 

2015년 말 기준, 전 세계적으로 6530만명에 이르는 사람이 강제로 피난길에 올랐고, 그중 2000만 명은 타국에서 난민으로, 나머지는 자국 내에서 국내 실향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유엔난민기구는 긴급구호 상황에 처한 난민에서 고국으로 돌아간 귀환민에 이르기까지 강제 이주의 모든 단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보다 안전하고 더 나은 주거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난민들의 거처. 쉘터
2016년 5월, 유엔난민기구는 전 세계 난민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Nobody Left Outside-전 세계 난민에게 희망의 지붕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2018년까지 난민 200만 명에게 우선적으로 쉘터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글로벌 캠페인을 시작했다.

쉘터는 피난길에 오른 난민들을 보호하고 의식주를 제공할 수 있도록 천막이나 목재, 벽돌 등으로 지은 임시 주거지이다.

유엔난민기구는 현재 19개 이상의 다양한 종류의 쉘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각 지역의 환경, 지리적 풍토와 기후, 사회문화적 요소, 건축자재조달 및 기술력 보유 여부 등을 고려해서 가장 적합한 형태로 쉘터를 제공한다. 또한 가능하면 가볍고 기후변화에 잘 견디며 친환경적인 재료를 사용한다. 그리고 건강, 존엄성, 안전을 포함한 기본적인 인도적 기준에 부합하는 형태이면서 현지 일자리 창출 및 직업 훈련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쉘터를 만들고 있다.

긴급구조·장기거주·대안형
쉘터는 긴급구호 쉘터와 장기주거 쉘터, 대안형 쉘터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긴급구호 쉘터는 폴대와 천으로 이루어져 있고, 5인 가족에게 적합한 크기이며, 도시 지역을 포함해 여러 지역과 상황에서 사용 가능하다. 긴급구호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가볍고 조립과 이동이 간편한 것이 특징이며,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로프와 못으로 땅에 단단히 고정해야 한다.

대가족의 경우, 대칭 덮개를 이용해 두 개의 텐트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 긴급구호 쉘터.

•수명 : 1년
•기후 : 5~40℃ 기후에서 가장 효과적
•재질 : 폴리에스터/면 혼합물, 방수천 바닥재
•면적 : 길이 4m, 높이 2.2m, 입구너비 1.4m
•특징 : 취위를 막아 주는 방한 키트와 함께 사용

목재·벽돌·콘크리트-종류도 다양
장기거주 쉘터는 오랜 기간 타지에서 생활해야 하는 난민들을 위해 보다 영구적이고 지속 가능한 형태의 쉘터를 말한다.

목재 쉘터
목재쉘터는 난민 가족들을 비, 바람, 햇빛으로부터 더 강력히 보호하며, 내구성이 있는 재료로 보다 견고한 방식으로 만들어져서 더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다. 바닥과 지붕은 유엔난민기구 방수천을 덮어 사용할 수 있으며, 벽은 짚으로 채워져 있다. 생활공간은 12㎡(3×4m)이며, 최소높이는 1.7m이다.

▲ 목재 쉘터.

•수명 : 2~3년
•기후 : 10~30℃기후에서 가장 효과적
•재질 : 목재와 현지 재료 혼합, 방수천 지붕
•면적 : 길이 5m, 높이 4m, 입구너비 3m
•특징 : 건설 필요인원 3명
•비용 : 미화 229달러

벽돌 쉘터
진흙과 벽돌을 쌓고 아연도금 철판으로 지붕을 덮은 쉘터로 난민들이 더욱 오래 거주할 수 있다. 내구성이 높고 견고한 이 건축구조는 난민 가족들을 보호하며 그들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수명 : 2~3년
•기후 : 5~40℃기후에서 가장 효과적
•재질 : 진흙 벽돌, 지붕보, 아연판
•면적 : 크기가 다양함
•비용 : 미화 142달러

콘크리트 시멘트 쉘터
더 오랜 기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난민 가족들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쉘터로 내구성이 좋아 안전과 안정감을 준다.

L자 모양의 쉘터는 방 2개, 화장실 1개, 부엌으로 구성돼 있으며 가족들에게 집에 있다는 느낌과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기분을 다시금 갖게 해준다.
•수명 : 10년
•기후 : 모든 기후에서 사용
•재질 : 콘크리트, 시멘트, 벽돌
•면적 : 3.3m
•비용 : 미화 328달러

난민하우징 유닛
대안형 쉘터는  최근 첨단 기술을 이용해 혁신적이면서도 좀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한 예로 이케아 재단과 함께 개발한 ‘난민하우징 유닛(Refugee Housing Unit)’대안형 쉘터는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고 잠금장치가 달린 문을 갖춘 방2개짜리 조립식 주거지이다.

기존 쉘터보다 더 안전하고 개선된 생활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며, 특히 쉘터를 지을만한 현지 재료가 부족한 지역에서 장기간 살아가는 난민들에게 아주 유용하다. 

▲ 난민하우징 유닛.

이 쉘터는 지난 5월부터 지부티, 마케도니아, 그리스, 이라크 등의 지역에 도입돼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난민들이 위에서 설명한 형태의 쉘터에서만 사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 난민의 70%는 난민촌이나 난민 정착 지역이 아닌, 도시에서 현지 주민들과 섞여 살아가고 있다. 주로 낙후된 공동 주거시설이나 센터, 버려진 땅에 살고 있는 이들은 이방인으로서 상시 강제 퇴거, 차별과 착취의 위험에 놓여 있으며, 수도와 위생시설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열악한 환경에도 높은 임대료를 지불하며 살고 있다.

난민에게 희망의 집을
분쟁과 폭력, 박해를 피해 피난길에 오른 수백만 명의 난민들에게 적절한 쉘터가 지원되지 않는다면, 많은 사람이 홈리스로 전락하거나 위태로운 거주 공간에서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이며, 이들의 생명과 존엄, 미래는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난민 가족이 안전하고 적합한 거주환경 속에서 삶을 재건해 나갈 수 있는 희망의 지붕을 만들어 주는 일, 우리 건축계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사진 제공 = 박찬주(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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