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주가 기가막혀 “재산적 피해금액 : 해당 자료 없음”
산주가 기가막혀 “재산적 피해금액 : 해당 자료 없음”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7.08.2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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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재선충병 살처분 소나무 산주에게 보상해야”…산림청은 피해액 파악도 안 하고 있어

“산림청 스스로 목재의 경제적 가치 부정하는 꼴”…산림청장은 목재산업 발전 위해 ‘쇼쇼쇼’

▲ 산림청이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작업으로 인한 산주들의 재산피해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평소 산림청이 주장하고 있는 국산목재의 고부가가치 창출 역시 보여주기 위한 쇼에 불과 하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김재현 산림청장(왼쪽)이 충북 충주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를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 = 산림청.

[나무신문] 만약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이 발생한 농가에 공무원들이 주인의 허락이나 통보도 없이 들어가 닭이나 돼지, 소, 오리 등을 매몰처리하고 그대로 떠나버리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또 그 살처분으로 인한 농가의 피해액이 얼마나 되었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도 해당 공무원들이 ‘우리는 아는 게 없다’고 답하는 세상이 온다면 어떤 기분일까.

아무리 ‘만약’이라는 단서를 달았다고는 해도 말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현재 산림청 공무원들이 버젓이 자행하고 있는 일이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작업에 나서면서 ‘살처분’된 소나무 주인에게 아무런 보상도 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산에 있는 나무는 산주의 개인재산이다.

나무신문은 이 문제를 지난 2014년과 2015년 꾸준히 지적하면서 산림청의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업계의 목소리를 전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산림청의 대책마련은 한 발자국도 전진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비난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재선충병 방제로 인한 국민의 재산피해에는 관심조차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마저 드는 실정이다.

나무신문이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것은 2014년 <산에 있는 나무는 엄연한 사유재산>이라는 기사를 통해서다. 산에 있는 나무도 사유재산이니 닭이나 오리처럼 전염병 방제를 위해 살처분된 소나무도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당시 산림청 산림병해충과 관계자는 “△소나무는 가축과 달리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축처럼 사육비용이 들어가지 않았다. △조림이나 숲가꾸기 등 비용이 들어갔다고 해도 이는 대부분 국고에서 지원된 것이다.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재정으로서는 보상할 능력이 안된다” 등의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음 문제제기는 2015년 <입목등기 나무도 살처분 보상 “안 된다”>라는 기사를 통해서다. 당시 산림청이 나무의 임목등기에 대해 홍보에 나섰는데, 산림청의 설명에 따르면 취득세, 농어촌특별세, 등록면허세, 지방교육세 등 세금을 납부하고 나무를 임목등기하면 토지와 별개로 소유할 수 있으며, 매매나 담보제공 등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나무신문은 ‘임목등기한 소나무가 재선충 방제작업으로 벌채 당했을 때 살처분된 가축처럼 보상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산림청에 다시 던졌다. 그러나 ‘보상해줄 수 없다’는 답변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처럼 재선충병 방제로 인한 사유재산 보상에 대한 요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상황이다. 때문에 산림청이 그동안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로 인한 산주 등 개인의 재산피해가 얼마나 되는 지는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는 게 일반의 기대였다.

하지만 확인 결과 이러한 상식적인 기대는 산림청의 상식이하 대처 앞에서 다시 한 번 갈 길을 잃고 말았다.

나무신문은 최근 산림청에 △피해보상 없이 사유림에 있는 사유재산인 소나무를 벌채해서 매몰, 파쇄 등 방법으로 없애버리는 법적근거 △최근 3년 간 사유림에서의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면적과 방제 본 수 △사유림에서의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작업으로 인한 사유림 산주의 재산적 피해 금액 △최근 3년 간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에 투입된 예산총액과 항목 등을 밝혀줄 것을 각각 요구했다. 
그 결과 “사유림 산주의 재산적 피해금액 : 해당 자료 없음”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산림청의 답변을 받아야 했다. 다시 말해 산림청은 목재의 경제적 가치와, 방제작업으로 인한 국민의 재산피해는 안중에도 없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한 대목이다.

그러면서도 산림청은 매년 봄만 되면 ‘산나물 하나에도 주인이 있으니 산주의 허락 없이 채취해서는 안 된다’며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다. 단속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아울러 국산 원목에 대해서도 산림청은 기회 있을 때마다 자급률과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재현 신임 청장 역시 취임하기가 무섭게 지난 1일과 9일 각각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와 충북 제천의 한 제재소를 방문해 목재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활성화를 논의했노라고 산림청은 나팔을 불었다.

이게 다 보여주기 위한 쇼에 불과 하다는 얘기다. 산림청 스스로 목재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산업계에만 고부가가치 창출이라는 채찍을 휘두르는 것은 어디를 봐도 진정성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또 국민들에게 과연 풀 한포기의 가치를 강요할 자격이 있는 지도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지난 2014년 나무신문이 이 문제를 처음 취재할 당시 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림청에서 이처럼 나무를 사유재산으로 여기지 않는데 어떻게 산주들이(목재생산) 임업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겠냐”고 되물은 뒤, “산림청이 빨리 숲의 공익적 가치뿐 아니라 사유재산으로서의 목재에 대한 정책과 예산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질타한 바 있다.

목재업계의 한 관계자 역시 “사유재산(나무)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 훼손한다면 개인에게 보상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요구했고, 다른 관계자는 한 발 더 나아가 “재선충 피해방제에 대한 보상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에 앞서 산에 있는 나무는 엄연한 사유재산임에도 불구하고 산림법에 의해 엄청난 제약을 받고 있는데, 이에 대한 보상도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이라면서 “산주들에게 세재혜택 등과 같은 보상을 해주어서 이들이 임업에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 제3조(산림소유자의 의무), 제4조(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제8조(방제명령 및 방제사업 시행 등), 제11조(방제방법) 등에 의해 “소나무재선충병은 산림 내 피해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산림소유자가 직접 구제·예방해야 하며, 산림소유자가 재선충병 피해목에 대해 직접 방제를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나 재선충병 피해가 확산 될 우려가 있어 긴급한 방제가 필요한 경우 방제약제, 방제인력 및 방제장비 등에 대한 비용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산림청은 밝혔다. 

또 최근 3년 간 사유림 내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본수는 △15년 155만8552본 △16년 126만1717본 △17년 (4월 현재) 93만518본 등으로 집계되고 있다. △같은 기간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피해목 방제, 사전제거 사업, 예방나무주사 등), 이동단속 초소운영, 긴급방제비, 산림병해충예찰방제단, 재해대책비, 예비비 등에 국비기준 3186억9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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