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의 통념 깬 창의적 건축물
목재의 통념 깬 창의적 건축물
  • 황인수 기자
  • 승인 2017.08.14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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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URE PLAN | 목연리

[나무신문] #소프트아키텍쳐랩 #한은주_대표 #목연리 #세계건축상 #목재문화체험장

▲ 목연리 내부와 외부 어디서든 건물과 수목원 사이를 관통하는 시야감을 통해 숲 속에 들어서 있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건축물과 수목원의 경계가 흐려진다.(Kyungsub Shin(신경섭).)

건축개요                                                                     
대지위치 : 인천대공원 수목원 내 목재문화체험장 (인천광역시 남동구 무네미로 236 일원)
대지면적 : 524,358.86 ㎡
건축면적 : 549.30 ㎡
연 면 적 : 1,173.88 ㎡
용    도 : 문화 및 집회시설
건물규모 : 지하1층, 지상2층
건축구조 : 철골철근콘크리트 구조
구 조 재 : 철근콘크리트
외 벽 재 : 송판노출콘크리트
설 계 사 : (주)소프트아키텍쳐랩 건축사사무소

▲ 1층 평면도.
▲ 2층 평면도.

건축가 한은주의 ‘목연리’, 세계건축상 수상
세계건축커뮤니티(World Architecture Community·WAC)는 한은주 소프트아키텍쳐랩 한은주 대표가 올해 1월 완공한 목연리를 제25회 세계건축(World Architecture·WA)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목연리’는 산림청 공모 당선작으로 선정, 인천대공원 수목원 내에 지어진 목재문화체험장으로 연면적 1173㎡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건축물이다. 뿌리가 다른 나무들이 맞닿아 조화를 이룬다는 의미로 목연리라 이름 붙였다.

2008년 제정한 세계건축상은 완공, 설계, 학생 부문으로 나뉘어 1년에 3차례씩 수상작을 선정한다. 목연리는 완공 부문 TOP5에 들어 올려 수상작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목연리는 높이 4m 길이 30m의 움직이는 ‘목재 스크린’을 통해 국내 최초로 키네틱 건축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개장 당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앰비언스 월’(Ambience Wall)이라고 이름 붙여진 ‘목재 스크린’은 우리나라 전통건축의 문살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디자인으로 사람과 건축, 숲이 상호 작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앰비언스 월’은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2017 레드닷디자인어워드’에서 콘셉트 부문 본상을 받았다.

▲ 어린이 목재문화체험장이 확장된 외부 데크공간은 목재바닥과 앰비언스월을 통해 나무를 촉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으며 빗살 사이로 수목원의 풍광을 조망할 수 있다.(Kyungsub Shin (신경섭))

나무에 대한 경험의 창의적 해석
전국에 20여 곳의 목재문화체험장이 운영되고 있다. 기존 목재문화체험장의 건축은 나무에 관한 매우 통념적인 해석에 따라 대부분 목재마감의 통나무집으로 지어진, 큰 규모의 전시관과 목공작업을 할 수 있는 체험장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올해 3월 말 인천대공원 수목원에 세워진 목재문화체험장 목연리는 기존 목재문화체험관의 통념을 깨고 철골철근콘크리트로 지어졌다. 

목연리는 외벽의 일부를 적삼목 패널로 감쌌지만 목재 특유의 색깔이 아닌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다. 멀리서 보면 몇 개의 삼각형 모양의 구조를 갖고 있다.  

본관 건물 1, 2층을 연결하는 외부 계단의 필로티(상층을 지탱해주는 독립 기둥) 제일 뒤쪽 모서리에서 바라보면 3중의 삼각형이 발견된다. 한옥 처마를 연상시키는 지붕 모서리의 삼각형과 목재 열주가 배치돼 있는 본관의 삼각형 그리고 수목원 출입구 옥상 부분의 삼각형 등이다.

목연리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목재 스크린’은 수목관 출입구와 본관 2층에 길게 도열한 나무 열주와 같은 구조물을 말한다. 멀리서 보면 열주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붉은빛이 도는 ∧형태의 목재가 8단 또는 9단으로 겹겹이 포개진 구조다. 건축가 한은주 소프트아키텍쳐랩 대표에 의하면 이는 “우리나라 전통 건축의 문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라는 것.

‘목재 스크린’은 주변 수목원과 목연리를 분리하면서도 아름드리나무 가득한 수목원의 풍광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발휘한다. 

이 목조 스크린은 움직이는 ‘앰비언스 월’이다. 건물 내외부의 분위기(Ambience) 변화에 맞춰 변신하는 벽(Wall)이기 때문이다. 붉은 빛깔이 도는 동남아산 멀바우(‘태평양 철목’) 목재를 하나하나 깎아서 만든 목조 스크린 뒤에 숨은 쇠창살이 뒤에서 살짝 회전운동을 한다. 그러면 스프링으로 연결된 ∧형태가 좁아졌다 넓어졌다 하면서 마치 나비의 날갯짓 같은 역동적 이미지를 빚어낸다. 

한편, 콘크리트 외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목재의 결이 느껴진다. 콘크리트 표면에 송판을 하나하나 찍어서 목재의 결을 살려냈기 때문이다.

건물 1층을 들어서면 1,2층에 걸쳐 있는 통유리를 통해 건물 주변을 울창하게 둘러싼 나무가 있는 풍경이 고스란히 실내로 투영된다. 실내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촛불 모양으로 촘촘히 박혀 있는 편백나무 향을 만끽할 수 있다. 어린이용 목조공방이 있는 2층 뒤쪽 삼각형의 날개 부분은 천장이 개방된 ‘야외놀이터’다. 이곳의 바닥은 워낙 견고해 ‘쇠나무’라는 별명을 지닌 이페 원목을 깔아서 맨발로 나무의 감촉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나무의 결과 형과 향, 감촉이 건물 곳곳에 숨어 있는 것이다. 

▲ 움직이는 앰비언스월은 관람객의 유입변화에 따라 열고 닫음을 반복하여 관람의 재미를 더해주며 목재의 다양한 건축적 활용을 보여준다. (Kyungsub Shin(신경섭).

나무를 공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곳
목연리의 디자인 콘셉트는 기존과 다른 나무에 대한 경험의 창의적 해석이 핵심이다.

수목원의 초입에 위치함으로써 건축물과 수목의 조화와 나무에 대한 경험을 다양하게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목재문화의 전시품이자 나무를 공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장으로써의 건축이다. 수목원의 상징성과 함께 나무에 대한 적극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한 조각의 숲 공간을 만드는 것을 전략으로 삼았으며, 숲의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떨어지고 바람의 결과 사람의 결에 따라 햇살이 크고 작게 땅으로 내려앉는 숲의 분위기를 건축적 추상으로 도입했다. 숲에서 이뤄질 수 있는 공감각적 체험을 건축적으로 담아 목재에 대한 다양한 레벨의 경험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함이다.

높이 4m 길이 30m의 인터랙티브 ‘앰비언스 월’은 날씨나 사람의 밀도변화를 매개변수로 내부공간의 앰비언스(공간의 분위기)를 실시간으로 변화시킨다. 이 움직이는 외피는 사람과 건축과 수목 사이의 상호작용을 이끌어 내어 건축물의 내·외부 공간을 적극적으로 소통시킨다. 건축의 내·외부요소가 만들어내는 시공간이 상호작용하는 실시간의 다양한 상황을 통해 나무가 발생시킬 수 있는 요소를 공감각적으로 경험하고 공간경험을 확장한다.

또한 ‘앰비언스 월’의 디자인은 우리나라 전통건축의 문살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현재의 첨단 기술과 전통의 목재건축 문화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융합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나무에 관한 창의적이며 혁신적인 건축 경험은 목재사용에 대한 인식확대와 문화형성에 기여한다. 나아가 나무와 숲에 관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건축 공간의 경험은 목연리를 경험한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다.     

황인수 기자 openvic@imwood.co.kr
사진 = 신경섭, 소프트아키텍쳐랩 제공

 

수목원과의 조화

▲ 수목원의 입구에 위치하고 있는 목연리는 수목원의 대문 역할을 하며 방문객을 맞이한다.(softarchitecturelab(소프트아키텍쳐랩).)
▲ 수목원이라는 환경적 여건에 걸맞게 나무와 숲에 맞서지 않고 그들의 높이를 넘어서지 않는 조화로운 경관을 형성하고 있다. (Kyungsub Shin (신경섭))
▲ 군집된 소나무가 서로 얽혀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인터랙티브 파사드 ‘앰비언스월’은 수목원의 상징성과 함께 방문객으로 하여금 새로운 방식의 목재경험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한다.(Kyungsub Shin (신경섭))

목재문화체험의 건축화

▲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수직적으로 연결된 홀을 통해 터랙티브 앰비언스월과 편백의 천장마감이 나무 사이로 햇살이 파고드는 숲의 공감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이 순간 건축공간은 나무에 대한 감각을 전시하는 곳이 된다. (Kyungsub Shin (신경섭))
▲ 천장에 매달린 편백의 내음을 맡으며 나무마루를 밟으면 건축공간에 의한 나무의 후각적 경험이 이루어진다.(Kyungsub Shin (신경섭))
▲ 앰비언스월로 둘러쌓인 외부 데크공간은 수목원의 자연의 소리를 건축공간화한 공간이다. (Kyungsub Shin (신경섭))
▲ 어린이 목재문화체험장이 확장된 외부 데크공간은 목재바닥과 앰비언스월을 통해 나무를 촉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으며 빗살 사이로 수목원의 풍광을 조망할 수 있다. (softarchitecturelab (소프트아키텍쳐랩))

인터랙티브 앰비언스월

▲ 기계적, 전자적 장치에 의해 구현되는 키네틱 월은 외부의 풍경을 다채롭게 끌어들인다.(Kyungsub Shin(신경섭).
▲ 움직이는 앰비언스월은 관람객의 유입변화에 따라 열고 닫음을 반복하여 관람의 재미를 더해주며 목재의 다양한 건축적 활용을 보여준다. (Kyungsub Shin(신경섭).
▲ 전통건축의 문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목재의 질감과 미학적 특성의 다양성을 시각적으로 경험하게 함으로써 전통과 기술의 관계에 따른 건축의 동시대성을 고민하였다. (Kyungsub Shin(신경섭).

공간경험의 확장 

▲ 필로티 하부와 조형화된 외부계단으로 목재체험장의 장소의 확장을 열어주고 동선의 다양성과 마당의 이벤트를 가능하게 한다.(Kyungsub Shin(신경섭).
▲ 목재의 다양한 활용방향을 제시하여 수목원의 소나무 군락과의 조화로운 경관을 형성하고 있다. (Kyungsub Shin(신경섭).
▲ 목연리의 전면마당은 다양한 규모의 수목원 방문객의 만남의 장소일 뿐 아니라 목재문화체험장의 야외활동 공간으로도 이용가능하다. (Kyungsub Shin(신경섭).
▲ 목연리의 주요 공간프로그램인 목재체험장은 필로티 하부와 연결되어 아코디언 도어를 통해 공간적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이는 기능의 확장 뿐만 아니라 수목원의 풍경을 끌어들이는 또다른 방법이다.(softarchitecturelab (소프트아키텍쳐랩))

건축가 소개 | 한은주 대표 (주)소프트아키텍쳐랩 건축사사무소
한은주 대표는 영국왕립예술대학원에서 도시공간에서의 위치기반 인터엑션디자인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SPACE 편집장, 공간건축 이사 등을 지냈다. 한양대 겸임교수.
주요 작품으로 용인 리본하우스, 인천대학교 상징조형물, 합천 물문화관 리노베이션, 한국마사회홍보관, 송도센트럴파크 Pavilion,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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