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도성 성곽길을 따라 걷다(1)-인왕산, 백악산(북악산) 구간
한양도성 성곽길을 따라 걷다(1)-인왕산, 백악산(북악산) 구간
  • 나무신문
  • 승인 2017.07.2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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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한양도성 순성길
▲ 선바위 뒤 바위절벽에 올라 본 풍경. 한양도성 성곽과 남산이 한 눈에 보인다.

조선시대 한양도성 성곽길을 따라 걸었다. 성곽이 남아 있는 곳도 있고 흔적 없이 사라진 곳도 있다. 흔적 없이 사라진 곳은 예전에 성곽이 있었던 곳과 최대한 가까운 길을 걷게 했다. 

한양도성 성곽길은 전체 18.6㎞다. 옛날에는 아침을 일찍 차려먹고 길을 나서서 저녁 늦게까지 성곽길을 한 바퀴 돌았다고 한다. 그걸 ‘순성’이라고 했다고 하는데, 언제부터 누가 어떻게 ‘순성’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일제강점기에 촬영한, 성곽을 따라 걷는 사람들의 사진을 본 기억이 있는데, 그것이 ‘순성’의 한 장면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다. 

아무튼, 옛날 보다는 요즘이 더 놀기 좋고 다니기 편한 것은 사실이니, 마음먹고 한양도성 순성길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하루에 다 걷기에는 좀 어려운 면이 있다. 도심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체력과 사정에 맞춰 일정을 조정하며 걷는 게 좋다. 

나는 한 달 전부터 시작해서 1주일에 한 구간 씩 4주 동안 걸었다. 다행히 한양도성 성곽은 남산, 인왕산, 백악산(북악산), 낙산에 걸쳐 있기 때문에, 산을 기준으로 해서 4회에 걸쳐 걷는 게 편의적이었다. 인왕산, 백악산(북악산), 낙산, 남산 구간을 순서대로 걸었다. 이번 호에 전체 내용을 다 소개하려고 했는데, 글이 넘쳐 2회로 나누어 소개한다.  

한양도성의 서쪽, 인왕산에서 본 서울 
인왕산 구간을 걸을 때는 날씨가 참 좋았다. 날은 더웠지만 요즘 같은 폭염은 없어서 바람이 불면 선선했다. 인왕산 구간의 백미는 선바위에서 인왕산 정상을 지나 윤동주 시인의 언덕까지다. 

독립문역 2번 출구로 나와 조금 가다보면 선바위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만난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대로 걷는다. 선바위 전에 국사당이 먼저 나온다. 국사당은 남산을 신격화한 목멱대왕에게 제사를 올렸던 곳이다. 원래는 남산에 있었는데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남산에 신궁을 지으면서 지금의 자리로 옮기게 됐다. 국가민속문화재 제28호다.  

국사당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선바위가 나온다. 조선의 문을 연 이성계가 인왕사에서 조생선사를 만났다. 조선은 유학의 나라였지만 불교를 버리지는 않았다. 조생선사는 호국인왕금강바라밀경을 설파하면서 조선의 번창을 기원했다. 이성계의 뜻이었다. 

선바위는 수도승의 모습을 닮았다. 신라시대 말기 도선국사는 인왕산과 선바위를 보고 ‘왕기가 서린 길지’라고 말했다. 

선바위 뒤 바위산으로 올라간다. 이곳이 인왕산의 첫 번째 전망 좋은 곳이다. 조선의 도읍지를 한양으로 정한 이성계는 그 경계를 정하는데 정도전과 무학대사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무학대사는 인왕사와 선바위를 도성의 안에 넣으려고 했고, 정도전은 성 밖에 두려고 했다. 이성계는 정도전의 뜻을 따랐다. 선바위는 지금도 수도승의 모습을 한 채 한양도성 성곽 밖에서 경복궁 쪽을 바라보고 서있다. 

▲ 인왕산 정상에서 본 서울

선바위에서 인왕산 정상 쪽으로 가다보면 한양도성 성곽을 만난다. 성곽을 왼쪽에 두고 가파른 계단길을 올라간다. 범바위에 서면 사방이 트이고 인왕산 정상으로 가는 성곽길과 함께 인왕산 정상도 보인다. 

인왕산 전망 좋은 곳 중 한 곳인 인왕산 정상에서 자하문 쪽으로 내려간다. 기차바위 방향과 자하문 방향으로 길이 갈라지는 곳이 나오는데, 그곳에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에 담긴 바위산을 볼 수 있다. 겸재는 다른 곳에서 인왕산을 보고 그림을 그렸지만, 그림에 담긴 인왕산의 느낌은 고스란히 살아있다. 

한양도성 성곽을 따라 걷는다. 그 길 끝에서 도로를 건너 자하문 방향으로 걷는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 나온다.  
 

▲ 인왕산은 바위산이다. 절벽에 놓인 철계단을 내려와서 서울성곽길을 따라가다보면 윤동주공원과 자하문이 나온다.
▲ 인왕산 정상에서 본 풍경. 북한산 보현봉 아래 평창동 일대.

백악산(북악산)에 있는 조망 포인트 6곳 
한양도성 순성길 백악산(북악산) 구간에서는 조망 포인트를 찾아서 풍경을 즐기며 쉬엄쉬엄 다녔다.  

성북파출소 앞 건널목을 건너 오른쪽으로 조금 가다보면 길 건너편에 한양도성 성곽길이 보인다. 

그 길에서 처음 만나는 전망 좋은 곳이 한양도성 성곽 암문 밖이다. 성곽에 난 문 없는 작은 출입구로 나가면 성북동 북정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암문에서 성곽을 따라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서 전망을 즐긴다. 눈 아래 보이는 달동네와 산 보다 높이 솟은 아파트 단지가 대조적이다.     

▲ 백악산(북악산) 한양도성 암문 밖에서 본 성북동 북정마을

북정마을은 조선시대 영조 때 메주를 만들던 동네였다고 한다. 지금 한자 이름은 ‘북정(北亭)’인데 원래는 ‘북정(北井)’이었다. 마을에는 60~70년대 달동네 분위기가 남아있다. 마을 사람들은 수도가 없던 시절 물지게를 지고 가파르고 좁은 골목길을 돌고 돌아 물을 길어 날랐었다. 지금도 그런 골목의 흔적을 볼 수 있다. 1983년에 마을버스가 다니는 길이 생기면서 마을사람들의 생활은 그나마 편해졌다. 그런 풍경을 암문 밖에서 볼 수 있다.  

두 번 째 전망 좋은 곳은 말바위전망대 바로 전에 있는 ‘백악산(북악산) 한양도성 성곽길 전망 좋은 곳’이다. 이곳은 성곽 밖 숲길에서 성곽을 넘어 성곽 안으로 들어가는 지점이다. 가파른 계단 위 전망 좋은 곳에 안내판이 있다. 숲 위에서 숲을 본다. 초록의 숲 경계에 사람 사는 마을이 있다.  

세 번 째 전망 좋은 곳은 말바위전망대다. ‘서울시 우수 조망명소’ 안내판이 있다. 조선시대 양반들이 말을 타고 올라와서 놀았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눈 아래에 푸른 숲이 넓게 펼쳐진다. 숲이 끝나는 곳부터 도심의 빌딩숲이 숨 막히게 들어섰다. 경복궁 세종문화회관 세종로와 서울의 도심이 한눈에 들어온다.  

백악곡성은 이 구간의 숨은 명소다. 백악곡성 전에 한양도성 북대문인 숙정문을 지나야 하는데, 숙정문 전에 말바위쉼터에서 간단한 출입신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신분증이 꼭 있어야 한다. 출입 시간도 정해져 있다. 

▲ 백악산(북악산) 한양도성 성곽길 중 백악곡성에서 본 북한산 능선

네 번 째 전망 좋은 곳은 백악곡성이다. 북서쪽으로 머리를 내민 백악곡성에서 보면 시야가 270도 트인다. 보현봉에서 서쪽으로 내달리는 북한산 능선이 보인다. 그 늠름한 품에 평창동과 부암동이 안겼다. 몸을 돌려 옆을 보면 성북동 일대가 보이고, 또 다른 시야에는 백악산(북악산)에서 인왕산으로 이어지는 한양도성 성곽과 남산, 그리고 그 안에 자리잡은 서울의 도심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모든 풍경 가운데 압권은 경복궁과 광화문, 세종로가 일직선으로 보이고, 멀리 관악산이 서울을 비호하듯 우뚝 솟은 장면이다.  

▲ 한양도성 성곽에 남아 있는 글씨.

백악곡성에서 내려와 백악산(북악산) 성곽길에서 두 번째 높은 봉우리인 청운대(293m)를 지난다. 

성벽에 새겨진 글자가 눈에 띈다. 공사 구역을 담당한 군현과 공사한 날짜, 공사 책임자의 직책과 이름을 새겨 넣은 것이다. 한양도성 성곽을 축성하던 조선 초기에 이른바 ‘공사 실명제’를 했던 것이다. 한양도성 성곽을 97개 구간으로 구획하고 천자문 순서대로 표시했다. 

‘1.21사태 소나무’라는 안내판을 만났다. 1968년 1월21일 북한 124군 부대 김신조 등 31명이 청와대 습격을 목적으로 침투했다. 교전 중 29명을 사살하고 1명을 생포, 1명은 도주 했다. 당시의 총탄 흔적이 소나무에 남았다. 그 소나무를 ‘1.21사태 소나무’라고 한다. 

▲ 한양도성의 성곽과 북정마을을 한 눈에 본다.

백악산(북악산) 정상에 올랐다. 정상이지만 전망은 좋지 않다. 오히려 정상으로 올라가기 바로 전 성곽에서 보는 전망이 좋다. 바로 그곳이 다섯 번 째 전망 좋은 곳이다. 

형제봉, 보현봉, 문수봉, 승가봉, 사모바위, 비봉, 향로봉, 족두리봉으로 이어지는 북한산 능선이 불광동 쪽으로 잦아든다. 그 산줄기에 기댄 사람 사는 마을이 순해 보인다. 

창의문 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른 내리막 계단이다. 시야가 트이는 곳에서 보는 전망은 다 좋지만, 인왕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바위절벽에 쌓은 한양도성 성곽이 주변 산세와 어울린 풍경을 볼 수 있는 장소가 있다. 그곳이 한양도성 성곽길 백악산(북악산) 구간의 마지막 전망 좋은 곳이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에 보이는 인왕산 바위절벽을 타고 오르는 성곽은 인왕산 능선을 따라 서대문 방향(한양도성 서대문인 돈의문 방향)으로 이어진다. 

※ 말바위쉼터~창의문 탐방시간은 3월~10월 오전 9시~오후 6시(입장은 오후 4시까지). 11월~2월은 오전 10시~오후 5시(입장은 오후 3시까지)다. 창의문 출입구와 말바위쉼터에서 출입신고서를 작성하고 신분증을 확인 받은 다음 명찰을 받아 착용하고 다녀야 한다.) 매주 월요일은 입산 휴식일이다.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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