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법, “목재산업 못 지키면 소비자도 못 지킨다”
목재법, “목재산업 못 지키면 소비자도 못 지킨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7.07.2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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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검사 제도 이대로 시행되면 목구조건축 산업은 고사될 것…자체검사공장 지정기준 완화해야
산림과학원 고시대로 안 만들면 형사처벌되는 방부목이 왜 사전검사를 받나…방부제부터 단속해야

[나무신문] 산림청의 규제완화가 오히려 목재업계의 공분으로 이어지고 있다.

산림청은 최근 제재목 자체검사공장 지정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목재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목재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을 공포하고 시행에 들어간 바 있다. 

이에 따라 제재목 생산공장은 기존 ‘임산가공 관련 분야 석사학위 이상 학위 소지자 또는 국가기술자격법에 따른 임산가공기사 이상 자격 소지자’가 있어야 했는데, ‘지정된 전문인력 양성기관에서 실시하는 관련 교육훈련을 이수한 사람 1명’만 있으면 되게 됐다.

지정된 전문인력 양성기관에서 실시하는 교육훈련이란 한국임업진흥원에서 하루 8시간씩 4일 일정으로 진행하고 있는 ‘제재목 등급구분사 양성교육’을 말한다. 교육 내용은 안전교육 및 수목의 생장과 품질, 육안적 식별인자 및 수종구분, 국내외 품질표시제도, 구조용재 등급구분 및 실습 등이며 교육비는 12만원에 불과하다.

제재목 생산업체로서는 그동안 오르지 못할 나무, 그림의 떡이었던 자체검사공장 지정이 누워서 떡 먹기로 변한 셈이다. 자체검사공장이란 목재제품 판매 전에 한국임업진흥원에 맡겨서 심사받아야 하는 사전검사를 생산자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사전검사는 모든 목재제품이 3년에 한 번 받아야 하며, 집성재 등 품목에 따라서는 억대에 이르는 검사수수료가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더욱이 사전검사를 받기 위한 물리적 시간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목재법에 의해 사전검사 기관으로 지정된 곳은 현재 한국임업진흥원뿐인데, 수입업체의 경우 사전검사를 받아야 하는 품목이 업체당 수백 가지가 넘는 게 보통이다. 때문에 법을 지키기 위해서는 영업을 중단해야 하는데, 사실상 문을 닫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사전검사 기관을 추가로 지정하고, 제재목처럼 다른 품목도 자체검사공장 지정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사전검사 자체를 크게 완화하고, 제품 특성에 따라서는 사전검사 품목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국임업진흥원과 경쟁하려면 족쇄차라고?
목재법은 ‘산림청장은 목재제품의 품질향상, 소비자보호 및 유통질서 확립을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목재제품에 대해 그 규격과 품질 기준을 고시해야’하며 ‘규격과 품질 기준이 고시된 목재제품을 생산한 자 또는 수입한 자는 해당 목재제품을 판매·유통하려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목재 규격·품질 검사기관 또는 공장에서 미리 규격·품질검사를 실시해 해당 목재제품이 규격·품질 기준에 적합한 것임을 스스로 확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목재 규격·품질 검사기관은 ‘△한국임업진흥원과 △목재제품의 규격·품질검사 업무의 수행에 필요한 기준을 모두 갖춘 대학, 연구기관 또는 관련 협회 중에서 산림청장이 지정해 고시하는 기관’이며, 필요한 기준은 ‘▷목재제품 품질시험기 및 분석장비 ▷검사실 ▷임산가공 관련 분야 석사학위 이상 학위 소지자 또는 국가기술자격법에 따른 임산가공기사 이상 자격 소지자로서 품질시험기 및 분석장비를 운영할 수 있는 사람 1명 이상’으로 되어 있다.

이 중에서 현재는 한국임업진흥원만 유일하게 검사기관으로 지정돼 있는 것. 때문에 목재법에 명시돼 있는 대로 대학이나 연구기관, 관련 협회 등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검사기관 지정 확대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한국임업진흥원만 품질시험기와 같은 ‘필요한 기준 모두 갖추어야 한다’는 필수 기준에서 열외시킨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 다시 말해 대학이나 협회 등도 ‘모두 갖춘’이라는 족쇄를 풀어줘야 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나 임산가공기사 소지자, 품질시험기 및 분석장비’라는 필수조건이 없어지면 복수의 협회나 대학, 연구소에서 제재목 사전검사를 수행할 수 있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생산업자뿐 아니라 수입업체도 손쉽고 빠르게 사전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자체검사공장 지정 기준에서는 이미 이 기준이 ‘제재목 등급구분사 양성교육 이수자’로 완화됐기 때문에 이상할 것도 없는 상황이다.

분석장비 운영에 관련 학위 필수 아니다
제재목 자체검사공장 지정 요건 완화를 다른 품목으로도 확대해야 한다는 업계의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산림청은 제재목 지정요건 완화 이유를 “제재목은 다른 목재제품과는 달리 육안으로 규격ㆍ품질검사를 실시할 수 있는 특수성을 고려”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육안검사’보다 기계에 의한 검사야 말로 임산가공 분야 학위나 자격증이 더 필요 없다는 주장이다.

구조용집성재의 경우 목파율이나 휨강도 등 육안으로 확인되는 기준보다 강도 등 구조적 안정성이 더욱 중요한 품목이다. 때문에 ‘품질시험기 및 분석장비를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을 굳이 관련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 중에서 뽑으라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주장이다.

필요하다면 ‘제재목 등급구분사’처럼 한국임업진흥원에서(가칭) ‘분석장비 운영사’ 양성교육을 신설하라는 요구다. 이 부분이 중요한 이유는, 거의 전량이 설계에 의한 비규격 제품으로 생산되는 구조용집성재는 납기에 맞춘 사전검사가 불가능해서 자체검사공장 지정이 절실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더욱이 구조용집성재에 대한 사전검사가 현행대로 진행되면 최근 중목구조 목조주택 시장 확대에 순풍을 불어넣고 있는 패키지 주택 수입업계가 된서리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다. 패키지 주택은 대부분 건축주의 요구를 반영한 설계에 의해서 공장에서 생산된 다음 컨테이너 화물로 수입돼 국내에서 조립되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매번 부재들마다 사전검사를 받아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작 필요한 것은 단속 안 하는 ‘방부목’
품목에 따라서는 사전검사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목재법에서 강제하고 있는 사전검사란 “해당 목재제품이 규격·품질 기준에 적합한 것임을 스스로 확인”하는 것을 말한다. 스스로 만든 제품의 적합성을 스스로 확인해 입증하라는 얘기다.

그런데 방부목은 이 규격과 품질기준이 국립산림과학원 고시에 의해 강제되고 있다는 점에서 고개가 갸웃해지는 대목이다. 산림과학원의 방부목 고시는 사용할 수 있는 방부제에서부터 작업방법, 약제의 흡수량과 침투 깊이 등 하나에서 열까지 조목조목 열거하고 있다.

방부목 생산업체는 이 고시에 의한 규격 및 품질기준에 따라 제품을 생산해야 하며, 이 기준을 지키지 않거나 속여서 판매하면 형사처벌 대상이다.

그런데 이러한 제품의 규격과 품질기준이 적합한 지를 생산업체가 다시 한 번 임업진흥원에 맡겨 검사를 받아야 하는 현실이다. 또 방부목이 과학원 고시에 맞게 생산된 것인지는 품질단속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한편 방부목 분야에서는 정작 철저하게 관리돼야 할 방부제가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고시 ‘목재의 방부·방충처리 기준’에 따르면 방부제(목재보존재)는 보존성능, 철부식성, 흡습성, 침투성 등 부분에서 각각의 성능기준치를 충족토록 하고 있다.<표1 참조> 목재 방부제 KS(M 1701) 기준 역시 ‘목재 방부제의 성능을 각각의 지정농도에서 성능 기준에 합격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표2 참조>

다시 말해 성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방부제가 아니고, 이러한 불량 방부제를 사용한 방부목 또한 방부목이 아니게 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방부목 품질단속이 이 고시에 의해 이뤄지고 있으면서, 같은 고시에 규정된 방부제는 아무런 단속도 이뤄지지 않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방부제의 성능이 중요한 것은, 방부목이 당장 침윤도 적합기준을 충족한다고 해도, 방부제의 침투성능 등이 떨어지면 유효성분이 빗물 등에 쉽게 쓸려 내려갈 수 있어서 ‘불량 방부목’의 원인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목재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전검사에 대해 “사전검사는 KS처럼 인증의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인증은 기본적으로 강제규정이 아니라 원하는 사람만 신청해서 취득하는 임의규정이다. 다시 말해 지금 목재법에서 사전검사를 강제하는 것은 모든 공산품이 KS를 받도록 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면서 “목재제품 사전검사도 원하는 사람들만 신청해서 받도록 하고, 품질표시를 제대로 하고 있는 지만 단속하면 소비자 보호는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체검사공장 지정 요건에 대해 “석사학위 소지자와 임산가공기사를 채용해 보려고도 했지만 다들 몇 개월도 못 버티고 나갔다. 우리처럼 작은 회사에 있으려고를 하지 않는다”면서 “특히 품질검사가 대부분 장비에 의해서 진행되는데, 장비만 다룰 줄 알면 됐지, 관련 학위가 필수조건인 것은 이해할 수 없는 규제라는 생각이다. 대학에서 자동차공학을 전공하지 않으면 운전면허를 딸 수 없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정 못 믿겠다면 ‘제재목 등급구분사’처럼 ‘분석장비 운영사’ 양성교육을 만들어서 교육시키면 된다”며 “사전검사 제도가 지금처럼 시행되면 우리나라 목구조건축 시장은 이대로 고사되고 말 것이다. 목재법으로 목재산업을 먼저 지켜야 목재 소비자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한국목재보존협회 류재윤 회장은 방부제의 성능기준에 대해 “(ACQ) 방부제의 주요 성분인 구리는 액상화 과정이 필요한데, 구리 입자가 리그린 성분이 많은 세포벽까지 침투해서 고착화되는 게 중요하다”며 “세포의 내강 등 표면에 붙어 있으면 빗물에 씻겨 나가는 등 지속적인 방부성능을 보장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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