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목공기계의 자주적 발전을 견인한다"
"우리나라 목공기계의 자주적 발전을 견인한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7.07.0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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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기계설비, 80년대 자동화 제재설비 선도…2017년 ‘고온다습건조기’ 특허획득
30년 회사이름 바꾸지 않은 살아 있는 역사…현대화사업에 기계설비 소외 아쉬워

▲ 경인기계설비 문천석 대표.

[나무신문] 다른 데라면 몰라도 인천에서 제재소를 운영하고 있는 사장들이라면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문천석을 아는 사람과 간첩, 경인기계설비 문 사장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얘기다.

경인기계설비(대표문천석, www.제재기.kr)가 인천 가좌동에서 창업한 건 30여 년 전인 1989년 3월이다. 문 사장이 사업자등록 없이 활동한(당시엔 사업자등록 없이도 사업을 하던 시기다) 10여 년까지 합치면 40년,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이다. 그러니 인천에서 목재소합네 하는 사람이 문 사장을 모른다면 간첩이거나 잘 해야 풋내기라는 얘기다.

특히 경인기계설비는 창업 이래 지금까지 이름을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IMF 사태 등 신산한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알 것이다. 그만큼 인정받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처럼 오랜 시간 제재업계의 변함없는 신뢰의 근간은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이다. ‘경인기계설비의 실력’은 비단 인천에서만 통용되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 전국은 물론 해외에까지 익히 알려진 얘기다.

때문에 창업초기에는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중국, 니카라과, 중국, 러시아, PNG 등에 자동화 제재설비를 수출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문천석 사장이 국제적 감각을 키울 수 있었던 이유는, 제제설비 등 목재관련 설비의 길로 들어선 시작점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DNA가 다른 것이다.

문 사장의 목재 기계설비와의 인연은 지금은 없어진 현대종합목재에서부터 시작됐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현대종합목재의 목재관련 기계설비를 도맡다시피 했다. 당시에는 우리나라 목재산업이 세계를 주름잡던 시기다. 솔로몬군도에서는 정부 관계자로부터 귀국하지 말고 자기 나라에 남아서 후학을 양성해 달라는 제안도 받아봤다.

그렇게 꽃을 들고 연도한 솔로몬군도 사람들의 환송을 받으며 한국에 돌아온 문천석 사장은, 솔로몬군도 대신 한국의 제재산업을 바꾸어놓았다.

80년대 제재설비라는 것은 지금과 비교했을 때 ‘열악하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한 수준이었다. 지금은 작업자가 의자에 앉아서 버튼 하나로 집채만 한 원목을 척척 제품으로 생산해내지만, 일일이 어깨로 원목을 지어 나르고 대차도 사람 힘으로 밀어야 했다. 이러한 산업에 ‘자동화’라는 새바람을 불어넣은 장본인이 바로 문 사장이다. 

1989년 3월 경인기계설비를 설립한 문천석 사장은 엉뚱하게도 다음 달인 4월에 일본에 자동화 기계 연수를 떠난다. ‘개업발’ 떨어지기 전에 영업에 매진해도 시원찮을 판에 무슨 해외연수냐고 의문을 품을 지도 모르겠지만, ‘사업자등록 없이 사업하던 10년’이라는 문 사장의 독특한 이력을 상기하면 이상한 일도 아니다. 그렇게 봄가을로 진행된 연수는 꼬박 3년을 채웠다.

당시는 세계적으로 기계설비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던 시기다. 결과적으로 ‘가장 낙후됐던 한국의 제재산업’이 가장 선진적인 디지털화를 누구보다 먼저 받아들이게 된 셈이다. 그 중심에는 문 사장이 있었던 것.

이러한 노력은 사업자등록 없이도 사업이 된 10년처럼 별다른 영업 없이도 영업이 되는 결실이 돼 돌아왔다.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말레이시아, 중국, 러시아 등에 대한 자동화 제재설비와 건조설비 등 수출이 10여 년 동안 줄을 이었다.

국내에서도 과실은 이어졌다. 1990년 인천 서구 화성목재에서 2억원짜리 목재자동화 기계를 수주한 것. 자동화 기계는 이것이 국내 최초였다고 문 사장은 기억하고 있다. 이를 시작으로 협성임업, 풍전목재, 광원목재, 아주목재, 명승종합목재, 중동, 산림조합, 에스케이임업, 상아목재, 선창산업 등에 자동화 제재설비, 건조설비, 원목박피기, 집진기, 요꼬밴드(수평밴드소) 등등 수도 없이 수주했다.

하지만 문 사장의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과 갈망은 아직도 그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인천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자동화 제재설비를 주제로 한 논문을 발표하는 가하면, 매년 10여 차례의 기계설비 관련 일본 방문을 이어오고 있다. 새로운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우리 산업이 필요로 하는 적재적소에 투입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만들어진 최근의 결과물이 바로 올해 초 특허까지 받은 ‘고온다습건조기’다. 역시나 현재 우리나라 목재가공 산업에서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분야가 건조이기 때문이다.

이 건조설비의 특징은 온도를 200도까지 올릴 수 있어서 흔히 탄화목으로 불리는 고열처리목재까지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스팀 대신 전기열매체를 사용함으로써 에너지손실을 최소화했다. 한번 쓰면 날아가버리는 스팀과 달리 이 열매체는 사용한 열의 85%를 다시 회수해서 사용한다. 열손실이 15%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가스나 기름을 사용할 때보다 에너지비용이 50%는 절약된다는 설명이다. 물론 24시간 자가 컨트롤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설비용량 표준은 넓이 12m, 길이 4m, 높이 4m다. 이 규격을 기준으로 함수율 50% 낙엽송 30㎜를 10%까지 낮추는데 24시간이면 충분하다. 요즘 각광받고 있는 원목 테이블 상판 건조에도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뉴송(라디아타파인) 두게 80㎜, 폭 700~800㎜짜리 원목 건조도 일주일이면 된다.

이밖에도 낙엽송 등 국산재뿐 아니라 뉴송, 미송, 편백나무, 각종 특수목 등 10여 가지 수종의 건조스케줄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낙엽송 등의 함수율을 6%까지 내려보면서 만든 건조스케줄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건조설비 가격은 일부 수입품에 비해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하다. 365일 24시간 항시 A/S대기는 기본이다.

요즘 우리나라 목재 기계설비 산업은 예전만 못 한 게 사실이다. 95년을 기준 전국에 1500개가 넘던 제재소가 지금은 많이 잡아야 400개에서 500개로 줄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당시 1만5000개가 넘던 제재소가 지금은 집계도 힘들 정도로 줄어들었다.

이처럼 수요가 줄어들다보니 기계를 만들어 놓기가 겁나는 실정이다. 때문에 땅값 싸고 인건비 저렴한 대만이나 중국 업체에게 주도권이 넘어가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한줄기 빛’처럼 나타난 산림청의 목재산업 현대화 지원사업도 최근에는 그림의 떡이 되고 있는 것 같아서 입맛이 씁쓸하다.

문천석 사장은 “임업선진국인 일본의 경우에는 임야청과 목재가공산업, 목공기계산업이 삼위일체가 돼 한 팀으로 움직인다. 그만큼 원목생산과 목재가공, 가공기계가 떼려야 땔 수 없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 세 개 중 어느 하나만 어긋나도 진정한 의미의 임업과 목재산업 발전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그런데 우리나라 산림청의 목재산업 현대화 지원사업은 기계설비 분야를 소외시키고 있다. 오히려 외산 기계산업을 권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계설비 분야의 자주적 발전 없이는 목재산업 발전도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산림청이 우리나라의 목공 기계설비 분야를 목재산업 현대화 지원사업의 중요한 축으로 삼아야 할 이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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