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제법 잘 어울리는 그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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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7.06.20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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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범석의 칼럼 혹은 잡념 시즌 2

[나무신문] 이제는 서로를 인정하고 알아갈 때도 됐다. 산림청과 목재산업계를 놓고 하는 얘기다. 또 목재법으로 비롯된 산림청과 목재산업계를 두고는 이제 칼럼을 쓰려고 해도 더 이상 쓸 말도 없다. 

지난 5월 인천에서 나는 산업계 관계자로부터 은밀한 제보를 받았다. 

“혹시 그거 아세요? 산림청이 아주 이상한 짓을 하고 있어요. 아, 글쎄 목재에 품질표시를 하라고 하고 있어요?”

목재법은 지난 2012년 5월 공포되고 1년 후인 2013년 5월부터 시행됐다. 그리고 나무신문 기자인 나는 목재산업의 본산이라고 하는 인천에서 2017년 5월 백주대낮에 이와 같은 제보를 받은 것이다.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시쳇말로 실화다.

그리고 또 나는 이번 호 나무신문에 집성재 등 목재제품 사전검사의 문제점에 대한 기사를 썼다. 산림청은 또 문제를 파악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내가 여기에서 ‘또’라는 부사를 사용하고 거듭하여 또 사용하는 이유는, 이 기사를 이미 쓴 적이 있기 때문이다. 산림청 역시 당시에도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검토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그게 자그마치 2015년도의 일이다. 

당시의 문제제기와 산림청의 답변과 2017년 오늘의 문제제기와 산림청의 답변은 마치 물감 바른 종이를 접었다가 편 데칼코마니처럼 닮아 있다. 당시 썼던 내용의 칼럼을 또 쓰려니 ‘더 이상 쓸 말도 없다’는 푸념이 나오는 것이다.

나는 이미 이 코너에서 2010년에 썼던 목재제품 규격에 대한 칼럼을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2015년에 실었던 적이 있다. 그만큼 변한 게 없다는 걸 각성시키기 위해서였다. 사정이 이러니 같은 짓을 두 번 할 수 없어서 ‘칼럼 쓰려고 해도 더 이상 쓸 말이 없다’는 칼럼을 쓰고 앉은 것이다. 나 자신에게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같은 문제제기에 대해서 자기들이 마치 문제를 발 빠르게 인지하고 대처하고 있다는 듯 행동하는 산림청은 누구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탁상행정을 넘어서 무책임의 극치다.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고 소비자들의 권리를 지키는 척하면서 뒤통수를 치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목재산업계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문제제기가 나무신문을 통해서 된 것만 벌써 수 년 전 일인데, 지금까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다가 당장 코앞에 닥치고 나서야 ‘이걸 어떻게 한 번에’라며 울상 짓는 모양새도 볼썽사납다.

법을 따를 것 같으면 미리미리 차근차근 준비해야 했고, 규정이 부당하다고 생각했으면 실행되기 전에 강력히 요구해서 수정을 관철시켜야 했다. 특히 사전검사의 경우에는 국무총리실의 폐지 권고까지 있었으니 조금만 관심을 갖고 대응했다면, 최소한 지금 당장 한국임업진흥원에 집성재 샘플 수십 트럭을 보내야 하는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산림청과 목재법은 엄연한 현실이라는 것을 산업계는 직시해야 한다. 또 목재법의 원천은 몇몇 전문위원이 아니라 산업계라는 엄중함도 산림청은 명심해야 한다. 이제 서로가 서로를 인지하고 인정하면서 직접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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