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에서 보낸 하루
군산에서 보낸 하루
  • 나무신문
  • 승인 2017.06.1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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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전북 군산시 / 전북 군산시 구불길 6코스 달밝음길을 걸으며
▲ 째보선창 앞바다.

[나무신문] 은파호수공원에서 월명공원, 수시탑, 해망굴, 진포해양테마공원, 째보선창, 경암동철길, 군산3.1운동역사공원을 지나 진포시비공원까지 약 15㎞를 걸으며 군산의 자연과 역사와 문화를 느껴본다. 보통 6시간 정도 걸리지만, 경치 좋은 곳에서 쉬고 박물관 구경도 하고 음식 먹는 시간까지 더한다면, 넉넉하게 하루 여행으로 잡으면 좋겠다. 

▲ 한강 이남 최초의 3.1운동 발상지 조형물.

기념탑과 기념비
달밝음길 출발지점은 은파호수공원 주차장이다. 하지만 주차장에서 바로 출발하지 말고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본다. 

주차장 안쪽 은파관리사무소 앞에 ‘군옥출신 독립운동 공적기념탑’이 있다. 군산과 옥구 출신의 독립유공자 12명의 뜻을 기리기 위해 탑을 세웠다. 일제강점기 군산은 국내 최대의 수탈기지 중 한 곳이었다. 따라서 항일의 기치가 다른 지역 보다 높았다. 한강 이남에서 일어난 최초의 3.1만세운동지가 바로 군산이었다. 

‘군옥출신 독립운동 공적기념탑’을 보고 나오는 길, 은파관리사무소 앞에 있는 진포대첩을 기리는 비석 앞에 선다. 고려시대인 1380년(우왕6년)에 군함 500여 척을 이끌고 침입한 왜구를 화약과 화포, 화통 등 화약 무기를 장착한 군함 100여 척으로 물리친 진포대첩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비석이다. 

주차장 한쪽에는 6.25전쟁참전기념비 등 기념비와 기념탑이 여러 개 보인다. 탑을 보고 돌아서서 구불길 안내판 앞에 선다.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한다. 

▲ 한강 이남 최초의 3.1운동 발상지 조형물로 가는 길에서 만난 나무.

잠시 도로를 따라 걷지만 길은 이내 산으로 들어간다. 마을 뒷동산 같은 순박한 숲길을 걷는다. 나뭇가지가 하늘을 가린 곳도 있고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이 보이는 곳도 지난다. 그렇게 걷다가 길은 숲에서 잠시 벗어난다. 도로 옆 인도를 따라 간다. 금성교회 옆을 지나면서 나무그늘이 좋은 넓은 산책길을 만나게 된다. 그 길을 따라가면 월명호수가 나온다. 

▲ 월명호수.

섬섬한 물풀이 물가에 수북하다. 바람에 출렁이는 물결 따라 물풀이 흔들린다. 월명호수 안쪽으로 들어가면 수북하게 자란 물풀과 왕버들이 어울린 풍경을 볼 수 있다. 그 옆에 앉아 잠시 쉰다.  

선생님과 함께 놀러온 유치원아이들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다시 산책길로 돌아간다. 산책하듯 걷는 발길이 청소년수련관 앞에 닿았다. 잠시 도로를 따라 걸어야 하지만, 길은 바로 걷기 좋은 산책길로 이어진다. 

▲ 구불길은 숲길로 이어진다.

군산에서 일어난 3.1만세운동의 뜻을 기리기 위해 세운 삼일운동기념비와 삼일운동만세상을 지나서 수시탑에 도착했다. 수시탑 뒤에서 군산의 바다를 바라본다.  

수시탑을 지나, ‘해병대 군산·장항·이리지구 전적비’ 옆을 지난다. 길은 차가 다니는 도로로 이어진다. 그곳에 해망굴이 있다. 

▲ 해망굴.

해망굴에서 경암동철길까지 
군산에서 꼭 봐야 할 곳 중 한 곳이 해망굴이다. 일제강점기인 1926년에 뚫은 터널이 해망굴이다. 군산시내와 바다를 연결하는 터널은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수탈한 물자를 쉽게 반출하기 위해 뚫은 것이다. 한국전쟁 때 북한군은 해망굴을 지휘본부로 사용하기도 했다. 

해망굴에서 ‘구 군산세관 본관’ 앞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1908년에 준공된 이 건물은 군산항으로 드나들던 물품에 대한 세금을 거두던 곳이었다. 

▲ 옛 군산세관 건물.

‘구 군산세관 본관’ 옆에 있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에서 군산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알아본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군산이 더 깊게 느껴진다. 

일제는 군산항을 통해 전라도 곡창지대에서 수탈한 쌀을 빼돌렸다. 하지만 군산앞바다는 조수간만의 차이가 엄청났다. 그래서 일제가 만든 것이 뜬다리다. 물이 들어올 때 다리가 물에 뜰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일제는 군산항에 3000톤급 기선 3척을 동시에 접안시킬 수 있는 뜬다리와 부대시설을 만들었다. 진포해양테마공원에 가면 당시에 만든 뜬다리를 볼 수 있다. 

고려시대 500여 척의 군함을 이끌고 군산의 바다에 침입한 왜구를 물리친 ‘진포대첩’의 내용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있다. 옛 화포의 모형이 바다를 향해 줄지어 놓여있다. 

▲ 진포해양테마공원.

진포해양테마공원을 지나 옛 째보선창 자리에 도착했다. 바다에서 내륙으로 골이 파인 곳에 바닷물이 들고났다. 그곳에 생긴 선창을 째보선창이라고 불렀다. 지금은 복개해서 도로가 됐다. 옛 째보선창 앞 바다에 흙탕물이 출렁인다.  

째보선창을 뒤로하고 경암동 철길로 향한다. 경암동 철길은 1944년에 만들어졌다. 신문용지를 제조하던 페이퍼코리아(주)가 원료와 생산품을 실어 나르기 위해 만든 2.5㎞ 철길이다. 

▲ 경암동철길.

기차가 다니던 시절에는 역무원이 기차 앞에 타서 호루라기를 불거나 소리를 질러 사람들의 통행을 막았다. 기차가 지날 때 마다 철길마을 사람들은 철로 옆에 놓였던 가재도구며 물건들을 치워야 했다. 그 짧은 구간에 건널목이 열 한 개가 있었다.  

더 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게 됐고, 사진가들의 단골 촬영지가 되면서 세상에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생활의 편린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철길 옆 낡은 집들이 정겨웠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모습이 많이 사라졌다. 음식을 파는 가게도 생기고, 교복 등 옷을 빌려주는 집도 생겼다. 그런 집들 사이에 옛 풍경을 간직한 집들도 간혹 보인다. 새로 생긴 가게 보다 옛 집에 남아 있는 생활의 편린이 더 반짝인다. 
 
군산3.1운동역사공원 바다의 일몰
경암동철길 다음에 도착한 곳은 군산3.1운동역사공원이다. 공원은 아직 제 모습을 갖추지 못했으나 군산3.1운동기념관과 기념비, 한강이남 최초의 3.1만세운동이 일어난 곳 등을 알리는 조형물이 띄엄띄엄 자리잡았다.  

군산3.1운동기념관은 옛 구암교회와 구암예수병원이 설립된 곳이었다. 1888년에 지어졌다. 군산지역 3.1만세운동이 일어난 곳이기도 하다. 한강 이남 최초의 3.1운동 발상지를 알리는 조형물도 있다.  

▲ 군산3.1운동기념관.

1919년 3월4일 새벽에 군산경찰서 일본인 무장경찰 수십 명이 항일운동을 준비하던 핵심 인물들을 잡아갔다. 잡혀간 사람들의 석방을 외치는 시위가 3월4일에 일어났다. 시위를 진압하는 것을 본 군산사람들의 마음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다음날인 3월5일 대대적인 항일만세운동이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항일만세운동은 연일 지속 됐다. 연인원 3만1500여 명이 참가했으며 이중 53명이 피살되었고 72명이 부상, 195명이 투옥됐다. 1919년 3월1일 서울에서 일어난 3.1만세운동 이후 한강 이남에서 일어난 최초의 3.1만세운동이었다. 

▲ 심일운동기념비와 삼일운동만세상.

한강이남 최초의 3.1운동 발상지 조형물을 뒤로하고 금강하구 바로 옆으로 난 길을 걷는다. 금강하구라고는 하지만 바닷물이 드나드는 바다다. 드넓은 뻘에 파인 골이 깊다. 먼 바다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뻘을 지나 진포시비공원에 피어난 꽃을 흔든다. 

▲ 바닷가에 피어난 꽃에 지는 해가 가려졌다.

쉬지 않고 불어대는 바람 앞에 서서 물길 건너편 장항 쪽 산줄기 뒤로 떨어지는 해를 바라본다. 울긋불긋 피어나는 노을 앞에서 군산을 생각한다.    

걷는순서 
은파호수공원 주차장에 구불길 안내판 있음 - 길 건너서 우회전 한 뒤 주유소 앞에서 좌회전 - 포장도로를 따라 걷다가 구불길 이정표 방향으로 우회전해서 산길로 접어든다. - 숲길 - 도로 옆 인도 - 금성교회 옆을 지나 나오는 이정표에서 청소년수련관 방향으로 간다.(이정표 옆에 구불길 방향을 알리는 또 다른 이정표가 있는데 그쪽으로 가지 말고 청소년수련관 방향으로 가면 된다.) - 월명공원 - 청소년수련관 앞 도로를 건너 우회전해서 조금 내려가다가 좌회전 - 삼일운동기념비와 삼일운동 만세상 - 수시탑 - 월명공원사진부라는 간판이 걸린 건물 앞에서 계단으로 내려감 - 도로를 만나면 뒤돌아서 해망굴을 구경하고 다시 나와 도로를 따라 걷는다. - 군산서초등학교 사거리에서 좌회전 - 삼거리에서 우회전 - 삼거리에서 좌회전 - 군산해양경비안전서 앞에서 우회전 - 옛 군산세관 본관 - 군산근대역사박물관 - 진포해양테마공원 - 째보선창 - 째보선창 옛 수문 앞에서 우회전(째보선창 옛 수문에 구불길 안내판 있음. 이곳부터 경암동 철길까지는 ‘금강철새조망대’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르면 된다.) - 도로를 만나면 좌회전 후 건널목 건너 좌회전 - 하나제경유리집 앞을 지나 직진해서 건널목 건너서 우회전 - 기쁨의 교회 건물 골목으로 좌회전 -  중앙파출소 앞을 지나 도로를 만나면 좌회전 - 경암동 철길 - 철길 끝나는 곳에서 좌회전(금강철새조망대 이정표와 구불길 이정표가 같이 있음) - 군산3.1운동역사공원 아치형 간판 - 군산3.1운동기념관 - 구암교회 앞을 지나 군산3.1독립운동기념비 - 큰 나무 지나 바로 좌회전 - 한강이남 최초의 3.1운동 발상지 조형물 - 아파트 놀이터 지나 도로를 만나면 건널목을 건너 금강하구 옆길로 진입 - 진포시비공원 - 군산역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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