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수장용 집성재 “법대로 단속한다”
산림청, 수장용 집성재 “법대로 단속한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7.06.0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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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 지키려면 업체마다 1톤 트럭 네 대 분량 사전검사…비용만 ‘억’소리
폐지하라는 국무총리실 권고 ‘없던 일로’…“목재업계를 범죄집단 취급하나”
업계, “사전검사 없어도 품질표시제로도 국민 안전과 소비자권리 충분 보장” 

[나무신문] 지난해 12월30일 집성재에 대한 국립산림과학원 규격과 품질기준 고시 개정 이후 사실상 첫 품질단속에 임해야 하는 수장용 집성재 수입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목재법은 규격과 품질기준에 따라 품질표시를 해야 하고, 그 이전에 임업진흥원에 사전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시간이나 비용 측면에서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이구동성이다.

두께나 폭 길이 등과 관계없이 구조재 수장재 일반용재 등으로 구분해 수종별로만 사전검사를 받도록 한 제재목 등과는 달리 수장용 집성재는 두께나 폭 길이 등 규격마다 사전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수종, 같은 방법으로 집성판재를 만들더라도 두께나 폭이 다르면 각각 받아야 하는 것. 

라디아타파인 집성판재는 현재 20가지가 넘는 규격이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데, 현행법대로라면 한 가지 제품을 규격이 다르다는 이유로 20번 넘게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집성목 전문 수입업체들은 보통 스무 가지 정도의 수종을 취급하고 있으며, 수종마다 규격은 10여 가지 안팎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종별 규격별로 분류하면 줄잡아 200여 개에 달한다.

한국임업진흥원에서 받고 있는 수장용 집성판재의 사전검사 비용은 28만6970원. 시험비용만 5700만원이 넘어가는 수치다.

더욱이 집성판재는 사이드핑거조인트, 탑핑거조인트, 솔리드집성 등 서너 가지 방법으로 제작된 제품이 소비자들의 기호에 따라 거래되고 있는데, 이것까지 포함하면 사전검사 가짓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포름알데히드 방출량 등급도 SE0, E0, E1 등 여러 가지다.

비용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집성판재 시험을 위한 시료는 ‘두께와 폭은 그대로 두고 길이 150㎜로 18본’을 채취토록 하고 있다. 집성판재 길이가 길어야 2440㎜인 것을 감안했을 때 2장이 시료채취용으로 사용된다는 얘기다. 

집성판재 2장이면 가격이 10만원대부터 30만원대까지 형성돼 있는데, 중간치인 15만원씩만 잡아도 시료비용만 200가지 규격 기준으로 3000만원이 추가되게 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시료 채취 방법에 맞게 판재를 절단하려면 외주 가공을 맡겨야 하는데 가공비와, 외주 가공과 시험기관 제출시 들어가는 운송비도 만만치 않다. 200장이면 1톤 트럭 네 대나 5톤 트럭 한 대 분량이다. 어림잡아 웬만큼 한다는 업체는 1억원 정도의 비용이 일시적으로 지출돼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과연 현재 산림청으로부터 유일하게 사전검사 기관으로 지정된 임업진흥원은 이 시험을 수행할 수 있을까.

집성판재를 전문으로 수입하는 업체는 인천에만 일고여덟 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또 합판이나 종합목재회사들이 취급하는 물량도 이에 못지않은 실정이다. 지방은 차치하더라도 인천에서 발생하는 시료 양만 1톤 트럭 50대 이상이라는 산수인데, ‘법대로’라면 이 물량이 일순간에 들어가야 한다. 임업진흥원의 실험실 규모 등 현실을 감안하면 불가능하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때문에 산림청이 현실성 없는 ‘법대로’ 고집을 버리고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요구가 업계 전반에서 나오고 있다. 

우선 업체들이 사전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단속을 유예하고, 사전검사 항목도 수종별에 국한하며, 시료 수도 줄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제재목은 구조재, 수장재, 일반용재로 나누어서 규격과 상관없이 수종과 용도별로만 사전검사를 받으면 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산림청 목재산업과 품질단속계 관계자는 “기존에 사전검사를 받고 잘 하고 있는(법을 잘 준수하는) 업체들도 있는데, 지금 와서 단속을 유예하고 검사항목을 줄이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며 “정해진 법이 있는데 단속을 유예하거나 검사 항목을 줄일 수 있는 권한이 우리에겐 없다. 현재로서는 법대로 단속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 과연 산림청에서 말한 ‘잘 하고 있는’ 업체가 있을까. 결론은 없다이다. 한국임업진흥원 담당부서에 확인한 결과 수장용 집성재에 대한 사전검사를 받은 업체 수는 5월31일 현재 총 7곳. 검사 개수는 업체 당 보통 두세 개이며 가장 많은 곳이 5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지금 ‘기존에 사전검사를 받고 잘 하고 있는’ 수장용 집성재 수입업체는 단 한 곳도 없다는 말이다. 수장용 집성재 국내 생산은 몇몇 업체에서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수입품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품목이다. 또 전통적인 가구시장을 넘어서 최근에는 인테리어 시장 등에서 각광받고 있는 아이템이다.

또 한 가지, 과연 산림청은 ‘정해진 법이 있는데 단속을 유예하거나 검사 항목을 줄일 수 있는 권한’이 없을까. 만약 품질단속계 관계자의 이 발언이 맞다면, 지난 2014년 합판 수입업계에 산림청이 지급한 단속 유예용 스티커에 대해 먼저 책임져야 한다.

당시 산림청은 똑같은 목재법과 그에 따른 규격고시에 의한 품질단속에 앞서 수입업체들에게 보유하고 있는 재고량만큼 스티커를 교부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 스티커가 부착된 제품은 단속을 유예했다.

산림청은 2015년 2월 당시 ‘인천과 부산지역 업체들을 대상으로 재고스티커 관리 실태에 대한 점검을 실시한 결과 이행실태가 매우 우수했다’는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홍보전까지 벌인 전력이 있다.<나무신문 2015년 2월16일자 “합판 품질표시 기습점검 ‘합격점’” 참조>

산림청의 앞뒤 안 맞는 법해석은 현재 수장용 집성재 부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집성재 규격별 사전검사가 과도하다는 지적에 대해 품질단속계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지금 산림과학원에서 그 부분에 대한 기준 고시 재개정 작업을 검토 중에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기준이 바뀐 게 없기 때문에 단속을 그렇게(현행 기준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산림청이 현행 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업계의 고충은 고려치 않고 행정 편의적으로만 대처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대목이다.

특히 목재제품 사전검사 제도는 지난 2015년 국무총리실로부터 폐지 권고까지 받은 사안인데, 총리실의 폐지 권고는 유야무야 사실상 없던 일이 된 것으로 나타나, 이 부분도 논란이 예상된다.

당시 산림청 목재산업과 관계자는 나무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총리실 권고에 따라서 현재 사전검사 제도를 재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나무신문 2015년 11월30일자 “목재제품 사전검사 제도 ‘폐지검토’” 참조>

하지만 지금 산림청 목재산업과 이규명 품질단속계장은 ‘총리실 권고에 따른 사전검사 제도 폐지 검토 작업은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즉답을 피했지만 “확인해 보니 총리실에서 폐지 권고가 있었던 것은 맞다”고 다시 한 번 확인한 뒤, “그러나 국민의 안전 및 소비자의 권리 등 측면에서 현행 제도로 유지하는 게 좋다는 전문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사전검사 제도를 유지키로 했다”면서 “그러나 기존에는 통관 전에 하도록 돼 있던 사전검사를 통관 후에 할 수 있도록 했고, 자체검사공장 지정 요건 완화 등 후속 조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계약과 동시에 L/C를 오픈하고 생산 및 해상 운송으로 국내 입고까지 길게는 세 달까지 걸리는 국내 집성목 수입업계의 현실에서, 사전검사 기간 두 달을 더 물건을 팔지 못하게 한 것이 어떻게 업계의 사정을 고려한 조치라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또 자체검사공장으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관련분야 석사 이상 학위 혹은 임산가공기사 등 자격을 갖춘 검사 인력과 주요 분석 장비 및 검사실을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데, 분석 장비 및 검사실을 갖추는 데만 보통 억대가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때문에 자체검사공장 등록 역시 대기업이나 분석 장비가저렴한 제재목 분야가 아니면, 대부분 목재업계에서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인 실정이다.

집성재 수입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 지킬 수도 없고 시험기관에서 소화할 수도 없는 법을 만들어 놓고, 법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 것은 행정 편의적인 발상을 넘어서 무책임의 극치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면서 “책상에 앉아서 법만 들여다보지 말고 산업현장에 나와서 현실이 무엇인지 직시하라”고 지적했다.

목재산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국민의 안전과 소비자의 권리를 위해서 목재법이 생기고 3년 이하 징역 혹은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목재제품 품질표시제가 시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여기에 앞서서 사전검사까지 하는 것은 목재산업계 전체를 잠재적 범죄집단 취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그게 아니라면 목재법을 이용해서 돈벌이나 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국무총리실의 권고처럼 사전검사 제도는 폐지해야 한다”면서 “사전검사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한 전문위원들이 도대체 누구냐”고 강력하게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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