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매만지고 쓰다듬는 세계의 아름다움
손으로 매만지고 쓰다듬는 세계의 아름다움
  • 홍예지 기자
  • 승인 2017.05.24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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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예찬
▲ 크리스마스 촛대. 소박한 나무 촛대를 만들었다. 원형 홈에 납작한 양초를 끼우고 불을 붙이면 은은한 십자가 형상이 생긴다.

[나무신문] #공방예찬 #신간 #나무 #이승원

작가 이승원은 오랫동안 100여 년 전 근대를 탐사하며 엉덩이의 힘과 번뜩이는 기획력으로 항상 남이 가지 않는 새로운 주제에 깃발을 꽂으며 문화연구에 집중해온 연구 노동자다. 어릴 적 꿈꿔온 미래와는 너무나 멀리 와버린 삼십 대 중반의 어느 날, 곁에 있던 여인이 그에게 나무를 하러 가자고 속삭였다. 정규직으로 어딘가에 매인 것이 아니었기에, 시간만큼은 자유롭게 쓴다는 절대적 위안과 긍정을 안고 공방으로 출근 아닌 출근을 시작했고, 어느덧 사십 대 중반에 이르렀다. 그렇게, 꼬박 10년이 흘렀다. 

▲ 연필꽂이. 책이 서점에 진열된 날 출판사 편집부 직원들과 저녁을 먹으며 일종의 ‘책거리’를 했다. 두 달여간 내 책과 씨름해야 했던 분들께 저자는 자그마한 마음을 꺼내놓았다. 호두나무, 물푸레나무, 자작나무, 너도밤나무로 만든 연필꽂이였다.

이 책 《공방예찬》은 목공방과 가죽공방에서 나무를 다듬고, 가죽을 꿰매고, 글을 쓰는 남자의 소소하지만 감칠맛 나는 일상 에세이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따뜻한 필치로 써 내려간, 에세이스트로서 첫 발걸음을 내딛는 책이기도 하다. 가죽과 나무를 향한 열렬한 사랑, 장인들의 세계, 아날로그적 취향, 중년의 자기 육체 탐구, 가족 특히 친구 같은 아내와의 아옹다옹 일화 등을 소재 삼아 가벼움과 무거움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풀어놓는 그의 이야기는 독자에게 읽는 맛과 동시에 마음의 풍요로움을 선사한다.  
정리 = 홍예지 기자 
자료 제공 = 천년의상상

▲ 라이터를 켜라! 요즘 흡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데도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빛을 보면 마음 한구석이 저리고 아린다. 흡연자도 비흡연자도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적 배려가 필요한 시기다.

차례

▲ 저자 이승원 | 천년의상상 | 1만4800원

마흔, 남자가 공방을 사랑할 때
우리의 솜씨는 우리의 무기다
자르고, 깎고, 꿰매고, 쓴다
나는 휘어지지만 꺾이지는 않아
나도 모르게, 누군가의 인생에 끼어드는 순간
한때 연장 좀 다뤄본 사람들의 당혹감
중년의 위기, 바디에 텐션이 없어?
추억의 보물창고를 만든다
아내가 사라졌다
공방 생활은 또 다른 ‘공방질’을 부른다
칭찬은 B형 남자의 바느질을 춤추게 한다
틈과 균열을 이어 붙이는 마법의 힘, 나비장
우리가 만든 가방은 ‘메이드 인 피렌체’입니다
결혼 선물로 도마를 받다
다시 시작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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