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이 시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산림청이 시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7.04.26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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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부목 이어서 집성재까지 ‘○○용 목재’ 등장…“집성재로 안 파니 단속 말라”
보존협회 긴급회의 소집 등 발빠른 대책 고심…정작 산림청은 ‘꿀 먹은 벙어리’

[나무신문] “‘집성재’로 표시하지 않고 ‘○○용 목재’라고 써서 제품에 붙여놓았습니다. ‘○○용 목재’를 사 간 사람이 ‘○○용’으로 쓰지 않고 집성재 쓰듯이 가구 만들고 내장재로 쓴다고 해도 내가 알 바가 아니지요.”

집성재를 수입 유통하고 있는 모 업체 사장의 말이다. 집성재로 팔지 않으니 목재법상 집성재 단속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

이처럼 업계에서는 최근 불거진 ‘방부처리된 목재도 방부목으로 판매하지 않으면 방부목으로 단속할 수 없다’는 산림청의 입장이 나무신문에 의해 보도<나무신문 4월6일자 10면 ‘방부목을 방부목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참담한 목재산업’ 참조>된 이후 일파만파 파장을 낳고 있다. 

당시 산림청 목재생산과 품질단속계 관계자는 “현재 국립산림과학원의 유권해석이 ‘방부목으로 팔지 않으면 방부목 단속대상이 아니다’는 게 맞다”고 확인한 뒤, ‘다른 14개 품목도 다른 이름으로 팔면 해당 규격과 품질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현행법으로는 단속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한 바 있다.

그는 또 “법적으로는 가능하다고 해도, 합판을 다른 이름으로 판매하면 그게 팔리겠느냐”며 “현실성이 없는 우려인 것 같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합판을 합판이라고 하지 않아도, 집성재를 집성재라고 하지 않아도, 사는 사람이나 판매하는 사람이 모두 그것이 합판이고 집성재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판매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 지배적이었다. ‘현실성’이 없는 것은 오히려 산림청이라는 것.
실제로 업계에서는 관련 협회를 중심으로 대책회의를 여는 등 ‘방부처리된 목재는 방부목으로 팔지 않아도 방부목으로 단속해야 목재법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정확한 입장표명에 나서야 할 산림청은 꿀 먹은 벙어리인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부목을 방부목으로 팔지 않으면 방부목으로 단속할 수 없다는 것은 술을 ‘솔’로 팔면 청소년에게도 팔아도 된다는 것과 뭐가 다느냐”며 “산림과학원이 고시한 목재의 방부처리 기준과 목재 방부제 KS기준에는 ‘목재보존제의 성능’이 명시돼 있는데, 지금 방부목 생산업체에서 사용되고 있는 방부제들이 과연 이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지 전혀 입증되지 않고 있다. 방부목은 고시에 정해진 ‘침윤도 기준’에 따라 단속되고 불합격 되면 최대 3년 이하 징역에도 처해질 수 있는 형사처벌 대상인데, 같은 고시에 정해진 방부제 성능기준은 왜 단속 대상도 아니고 산림청 차원에서 관리도 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등 오히려 단속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표1, 2 · 나무신문 4월13일자 15면 방부목 논란, 술을 ‘솔’이라 하면 청소년에게 팔아도 된다? 참조>

(사)한국목재보존협회(회장 류재윤) 역시 4월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협회 회의실에서 회원사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산림청은 나무신문이 관련보도를 시작한지 한 달여가 지나도록, 4월19일 현재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태를 수습하고 관리해야 할 산림청이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이는 대목이다.

더욱이 이와 같은 산림청의 고질적인 복지부동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비난까지 더해지고 있다. ‘검토해 보겠다’는 스테인 성능기준 마련은 ‘내후년 쯤 연구과제로나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방부제 성능기준 충족 여부 관리 역시 지난 2009년부터 나무신문의 관련 보도가 있었으며, 산림청장과 국립산림과학원장까지 챙겼던 문제였고, 학계의 연구보고서도 나와 있는 상황이지만, 산림청은 여전히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나무신문 4월20일자 19면 ‘하루하루 피말리는 목재산업계…산림청은 내후년 쯤 연구과제로’ 참조>

앞서 등장한 ‘집성재를 집성재로 팔지 않겠으니 산림청 단속도 거부한다’는 모 업체 사장은 “산림청이 현실을 너무 모른다. 내가 집성재 품질표시를 하지 않겠다는 이유는 포름알데히드 방출량 등 기준을 지키지 못해서가 아니라, ‘상호’를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면서 “다른 품목은 모르겠으나 집성재 시장은 수입에서 최종 소비자까지 많게는 대여섯 차례의 유통단계를 거쳐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만약 내가 상호를 붙여서 판매하면, 내 물건을 사갈 중간 유통업자는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최종 소비자가 상호가 표시된 수입업자에게 직접 연락을 하기 때문에 중간상에게 나가는 물건에는 붙여 있던 표시도 떼는 게 집성재 시장의 관례”라며 “품질관리에 나서는 목재법의 취지에는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시장현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산림청 공무원들은 법 집행에 앞서서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더 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방부목 생산업체의 한 관계자도 “현재 우리나라의 방부목 생산업체 거의 모두는 유통업체와 시공업체의 주문품을 만들고 있다. 특히 이 두 시장은 전혀 다른 분야라고 해도 될 만큼 성격이 판이하다. 그런데 산림청은 마치 생산업체들이 자기 물건을 만들어서 시중에 판매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또 유통업자들이 주문하는 방부목 데크와 시공업자들이 주문하는 조경재 방부목의 차이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산림청이 시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이런 시장에 대한 몰이해가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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