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법은 양떼목장을 노리는 늑대다
목재법은 양떼목장을 노리는 늑대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7.04.19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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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신문] 유목민 이야기다. 서부몽골 유목민과 늑대와 그들의 양떼에 관한 이야기다.

유목민은 늑대를 보면 죽인다. 그들의 시력은 유독 좋아서 새벽 참에 일어나자마자 게르 밖으로 나오면서도 소변을 보듯 한가롭게 엽총을 들어 저 멀리 새끼 고양이 만하게 보이는 늑대의 숨통도 여지없이 끊어버릴 수 있다.

늑대들이 그들의 가축을 잡아먹기 때문이다. 여명과 함께 늑대들의 시간이 물러가면, 그래서 유목민들은 늑대들을 죽인다. 하지만 늑대들에겐 어둠이라는, 그들의 시간이 있다. 

유목민들의 시력이 칠흑 속에서 봉인되면 늑대들의 지배는 시작된다. 그래서 유목민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늑대들로부터 가축의 희생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늑대들이 있는 한 그렇다는 것이다.

늑대들을 모두 죽여 버리면 어떨까. 불가능한 일이지만 늑대들의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일은 간혹 발생한다. 유목민들이 이른 아침 소변을 보면서 뿐만 아니라 일부러 시간을 내서 대대적인 늑대 소탕작전에 나서기도 하기 때문이다.

늑대가 없어지고 희생당하는 가축도 없어지면 유목민은 행복할까. 아니다. 유목민은 행복하지 않다. 그렇게 되면 일부러 멀리까지 가서 가축을 팔아서 마련한 큰돈을 주고 살아 있는 늑대들을 사서 헬리콥터로 공수해 와 주변에 풀어놓는다. 그리고 다시 늑대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지 않다. 

늑대가 없어지면 병든 가축이 살아남아서 전염병을 퍼트리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목재법도 따지고 보면 목재산업계의 늑대 같은 존재다. 부실하고 병약한 목재제품들을 시장에서 적절히 퇴출시켜야 목재산업계 전체를 건강하게 발전시킬 수 있다. 때문에 산업계는 산림청의 목재법을 누구보다 환영해야 한다. 목재법 없는 목재시장의 출혈경쟁이 야기하는 참상이 어떤지는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목재법이 갖고 있는 현재의 포지션이다. 늑대가 양치기 역할까지 하겠다고 덤비는 게 지금 산림청의 행태다. 늑대가 양치기면 양떼는 잡혀먹지 않아도 불안해서 제명에 죽지 못한다. 

양치기는 유목민의 몫이고 목재산업계의 양치기는 각각의 협회다. 산림청은 협회를 인정하고 이들과 협력해야 한다. 그것이 양떼도 번성하고 늑대도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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