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피말리는 목재산업계…산림청은 “내후년 쯤 연구과제로”
하루하루 피말리는 목재산업계…산림청은 “내후년 쯤 연구과제로”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7.04.1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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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부목 및 방부제, 스테인에 대한 업계의 요구에 대해 산림청이 늑장대응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관련보도가 있었던 나무신문 중 일부.

방부제 성능기준 관리도 “검토해보겠다”…산림청장과 국립산림과학원장이 직무를 방기했다고?
나무신문 지난 2009년부터 보도시작…산림청장도 ‘챙겼던 문제’…학계에서도 이미 ‘연구보고서’

 

[나무신문] 최근 불거지고 있는 스테인 성능기준 마련과 목재보존제(방부제) 품질관리에 대한 업계의 요구가 점점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산림청의 대응이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목재사용을 장려해야 하는 산림청이 오히려 목재제품 품질을 저하시켜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나무신문은 지난 3월부터 지속적으로 스테인 성능기준 마련과 방부목 품질규격 현실화 및 방부제 성능기준 품질단속 등을 보도하고 있다. <△스테인 관련기사 나무신문 3월30일자 22면 “제대로 만든 스테인 찾기 힘들다” △방부목 관련기사 3월30일자 18면 “방부목, 아무리 잘 만들어도 형사처벌 받을 수 있다”, 4월6일자 10면 “방부목을 방부목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참담한 목재산업’”, 4월13일자 15면 “방부목 논란, 술을 ‘솔’이라 하면 청소년에게 팔아도 된다?”>

스테인의 경우 환경부에서 규제하고 있는 유해물질 방출 기준은 있지만 정작 품질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아서 일부 제조업체들이 마땅히 첨가해야 할 재료들을 빼먹는 이른바 ‘원료 커팅’한 저질제품들이 시장을 흐리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제대로 만든 제품들이 시장에서 퇴출 위기에 있다는 심각한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의 스테인 전문가는 “한국에 스테인 성능기준이 없는 게 사실이라면 소비자들에게 불행한 일이다”고 잘라 말한 뒤, “미국이나 유럽, 일본, 중국 등은 모두 갖고 있다”면서 “기능에 대한 규격이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품질을 보증하는 일에 꼭 필요하기 때문에 한국 정부에서도 규격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 ASTM, 유럽 EN, 독일 GM, 중국 CCC 등 관련 기준을 참고하면 스테인 기능 규격을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 역시 나무신문이 취재에 들어가자 필요성을 인정하고 검토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과연 어떤 검토가 진행되고 있을까. 

스테인 최초 취재가 있은 뒤 한 달 여가 지난 최근 이를 다시 확인하니, 담당자는 “연구과제로 진행시킬 예정”이라고만 말끝을 흐렸다. 진행 시점을 여러 차례 확인하자 “내후년 정도에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속이 타는데 산림청은 속편한 탁상행정만 하고 있다는 비난이 이는 대목이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스테인 수입업체의 한 관계자는 “어이없는 일이다. 우리는 지금 당장 사활이 걸린 문제인데 내후년에 연구과제로 삼아서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산림청이 목재사용은 장려하면서 목재의 내구연한을 증대시킬 수 있는 스테인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 같다. 스테인이 잘못되면 목재가 나쁘다고 할텐데, 앞으로 어떤 소비자가 목재를 쓰겠나”고 꼬집었다.

방부제 성능기준 품질관리에 대한 문제도 매한가지다. 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이 문제 역시 논의해 보겠다는 입장. 마치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듯한 반응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나무신문이 최초 보도한 것만 지난 2009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나무신문은 “방부목 불량, 방부약제도 의심된다?”라는 제목으로 ‘방부약제 성능기준이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며, 관련기관의 직무유기’ 가능성까지 지적한 바 있다. 보도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2011년 4월 나무신문 보도 “방부약제 성능검증 ‘챙겨보겠다’”를 보면 당시 구길본 국립산림과학원장이 관련단체 부회장으로 있던 업체 대표를 만나서 이 문제를 ‘챙겨보겠다’고 약속 했고, 그에 앞서서는 산림청장과 전문지 기자단 간담회에서도 이 문제가 불거져서 배석한 당시 전범권 산림이용국장이 ‘산림청으로 돌아가 관련부서와 함께 상의해 보겠다’고 답한 대목이 나온다.

다시 말해 방부제 성능기준 품질관리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산림과학원 담당부서에서 ‘신선한 이야기’인양 반응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시 산림청장과 국립산림과학원장이 입에 발린 소리만 하고 직무를 방기한 것밖에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이에 관련한 연구보고서가 국내 대학에서 이미 만들어졌고, 이 내용은 국립산림과학원이 주최한 연찬회에서 발표된 적도 있다. 나무신문이 확인한 것만 최소한 작년 5월의 일이다.

지난해 5월25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한국목재보존협회와 국립산림과학원이 공동 주관하고 산림청과 한국목재공학회가 후원한 ‘목재산업 발전을 위한 목재보존분야 기술 연찬회’에서 국민대학교 김영숙 교수는 ‘국내외 목재 보존 기술 및 규격동향’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방부목 뿐 아니라 방부제(목재보존제) 등록의 필요요건 및 성능기준을 소상히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해 산림과학원 담당부서에서 신문을 보지 않았고 산림청장과 과학원장이 이 문제에 대한 업계의 요청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해도, 최소한 자신들이 연찬회를 주관한 지난해 5월 이후부터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런데도 취재가 시작되니 ‘검토해보겠다’고 하는 것은 능력이 없거나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밖에 설명할 수 없는 대목이다.

국민대 김영숙 교수는 방부제 성능기준에 대해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며 “예전에는 그래도 목재보존제가 등록되고 관리되는 나라에서 (방부제가) 수입됐었는데, 이제는 특허가 풀려서 누구나 만들어서 파는 시장이 됐지만 오히려 아무런 관리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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