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그놈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그놈이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7.04.12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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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범석의 칼럼 혹은 잡념 시즌 2

목재산업계의 하소연은 모두 목재산업계의 하소연으로 공격이 가능하다. 목재법에 대응하는 목재산업계의 태도에 관한 얘기다.

목재법이 본격 시행된 것은 수년이 지났지만 이를 업계에서 피부로 체감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제품마다 품질을 표시하라 하고 규격을 지키라고 할 때까지만 해도 강 건너 불구경 했던 게 업계 전반의 분위기였다. 

그런데 주기적으로 단속반이 들이닥치고 누구는 검찰에 몇 번 불려갔었다는 등의 이야기가 들려오면서 자신이 강 건너가 아니라 불구덩이 한가운데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목재업계는 지금 목재법이라는 단단한 탱크로 무장한 거대권력 산림청과의 싸움터에 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중요한 법을 어떻게 말 한마디 없이 갑자기 시행할 수 있느냐고 볼멘소리다. 하지만 산림청에서는 할 만큼 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저 멀리 우레와 같은 탱크 바퀴 굴러오는 소리가 진즉에 들렸지만, 업계에서는 귓등으로 흘려버렸다. 

그것이 무슨 소리인지 모르면 달려가 살펴보기라도 할 일이었는데, 내 일이 아니라고 치부한 것이 사실이다. 못 믿겠으면 지금 업계에서 목재법과 품질단속에 대해 제기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나무신문 홈페이지에 가서 검색해 보라. 모르긴 몰라도 열에 9.8개는 관련 기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목재업계가 목재법에 대해서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관심했든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든 목재산업계가 목재법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건 변하지 않는다. 이제부터라도 산림청에 다시 알려달라고 요구하고 부당하고 현실에 맞지 않는 건 고쳐달라고 주문해야 한다.

문제는 산림청이 그동안 열다섯 개 품목 목재제품 품질기준을 마련하면서 꾸준히 전투력을 키워온 것과 달리 산업계는 여전히 오합지졸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로마군대가 강력했던 이유 중 하나는 전쟁터에서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애쓰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정해진 대오를 유지하면서 창검을 휘두르면 적이 쓰러지면서 자기 옆에 있는 병사가 보호되는 진영이 로마군대 병법의 핵심이다. 병사가 자기 생명 지키기에 급급하면 대오는 깨지고 전쟁에서 패하게 된다.

솔직히 지금 목재법에 맞서는 산업계의 모습은 자기 먼저 살려고 발버둥치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 서로가 서로를 돕기는 커녕 옆 사람 먼저 죽일 찬스로 여기는 것도 같다.

목재법에 대응한다는 것이라고 해봐야 사실은 하소연이다. 내가 이런저런 이유로 지킬 수 없으니 유보해주고 감경해달라고 사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남의 집 다른 사정에 대해서는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니, 산림청으로서는 이보다 쉬운 전투가 없다.

요즘 산림청 공무원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 중 하나가 ‘산업계의 요구가 있었다’이다. 내 사정 좀 봐달라는 하소연은 없어지고, 그 하소연은 쓸모없으니 가차 없이 처벌해야 한다는 옆집 사장님의 요구만 수첩에 남은 결과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옆집 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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