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부목 논란, 술을 ‘솔’이라 하면 청소년에게 팔아도 된다?
방부목 논란, 술을 ‘솔’이라 하면 청소년에게 팔아도 된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7.04.1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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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방부목이라 안 하면 방부목 단속대상 아니다’
산업계, ‘방부목이라 하지 않아도 방부목은 방부목이다’

[나무신문] 최근 방부목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단속원이 마음만 먹으면 100% 불합격 시켜서 형사처벌을 받게 할 수 있다’(나문신문 3월30일자 18면 참조)는 전문가의 분석과 ‘방부목을 방부목으로 표시해 팔지 않으면 방부목 품질단속을 할 수 없다’는 산림청의 입장(나무신문 4월6일자 10면 참조)이 연이어 전해지면서 방부목 업계가 다시 한 번 소용돌이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방부목 품질기준을 업계에서 지킬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추고, 단속은 더욱 강화해서 방부목을 방부목으로 팔지 않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방부목의 기초 원료인 목재보존제(방부제)에 대한 품질 관리가 선행돼야 하고, 단속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구체적으로, 현행 90%인 방부목 합격기준을 캐나다와 미국처럼 80% 이하로 낮추고, 규격 고시에서 사라진 H1과 H2 등급 방부목을 되살려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방부목을 다른 이름으로 팔아서 논란이 되고 있는 당사자 역시 H1과 H2 등급이 되살아나면 방부목으로 팔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부목을 방부목으로 팔지 않으면 방부목으로 단속할 수 없다는 것은 술을 ‘솔’로 팔면 청소년에게도 팔아도 된다는 것과 뭐가 다느냐”며 “H1과 H2 방부목을 없애고 ‘합격률 90%’라는 임업 선진국보다 가혹한 규칙을 만들어놓은 산림청이 스스로 발목을 잡는 격”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또 “산림과학원이 고시한 목재의 방부처리 기준과 목재 방부제 KS기준에는 ‘목재보존제의 성능’이 명시돼 있는데, 지금 방부목 생산업체에서 사용되고 있는 방부제들이 과연 이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지 전혀 입증되지 않고 있다”면서 “방부목은 고시에 정해진 ‘침윤도 기준’에 따라 단속되고 불합격 되면 최대 3년 이하 징역에도 처해질 수 있는 형사처벌 대상인데, 같은 고시에 정해진 방부제 성능기준은 왜 단속 대상도 아니고 산림청 차원에서 관리도 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국립산림과학원 고시 ‘목재의 방부·방충처리 기준’에 따르면 방부제(목재보존재)는 보존성능, 철부식성, 흡습성, 침투성 등 부분에서 각각의 성능기준치를 충족토록 하고 있다.<표1 참조> 목재 방부제 KS(M 1701) 기준 역시 ‘목재 방부제의 성능을 각각의 지정농도에서 성능 기준에 합격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표2 참조>

다시 말해 성능 기준을 충족하는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방부목으로 볼 수 없다는 것으로도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방부목이 침윤도 적합기준<표3 참조>에 따라 단속되고 관리되는 것과 비교해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분석이다.

“방부목 품질등급 다각화하고 방부제도 품질단속 포함해야”
“방부업계 비용 감당 못할 것”…“품질실험 비용 얼마 안 해”

그러나 업계와 관련기관에 따르면 현재 방부제는 성능기준은 무시된 채 함량에만 의존해 관리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방부제 원액이 함량기준을 충족하고 있는지 보다는 방부목 생산에 사용됐던 작업액을 가져와 잔존량을 측정함으로써 방부목에 어느 정도나 유효성분이 침투해 있는지를 가늠해 보는, 다시 말해 방부목 품질관리를 위한 목적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표4 참조>

한국임업진흥원 관계자는 “유효성분 함량실험 의뢰 대부분이 원액이 아니라 작업액을 가져와 맡기는 것이 많아서 합격과 불합격을 나누지는 않는다”며 “작업액의 농도를 알고 목재의 제적을 알면 방부목 안으로 들어간 유효성분을 추론할 수 있기 때문에 실험을 맡기는 것이다. 방부제의 유효성분 함량을 알고 싶어서라기보다는 방부목 품질관리를 위한 성격이 강하다”고 밝혔다.

그런데 과연 방부제에 유효성분만 기준에 맞게 들어가 있으면 성능도 보장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목재보존제의 성능기준’ 중 ‘침투성’이 문제다. 고시에는 ‘침투성이란 목재보존제가 목재에 침투하는 성능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쉽게 말해 방부제가 목재 내부에 얼마나 깊이 침투해 고착되는지를 알 수 있는 척도다.

아무리 방부성능이 좋고 농도가 진한 방부제라도 목재 표면에 붙어 있으면 빗물에도 쉽게 쓸려 내려갈 수 있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세포 내벽까지 침투해 고착돼야 한다는 것.

사단법인 한국목재보존협회 류재윤 회장은 “(ACQ) 방부제의 주요 성분인 구리는 액상화 과정이 필요한데, 구리 입자가 리그린 성분이 많은 세포벽까지 침투해서 고착화되는 게 중요하다”면서 “세포의 내강 등 표면에 붙어 있으면 빗물에 씻겨 나가는 등 지속적인 방부성능을 보장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목재 속 깊이 침투하지 않아도 당장은 방부목 품질시험은 통과할 수 있지만, 수십 년 사용해야 하는 방부목으로의 구실은 어렵다는 말이다.

류 회장은 또 “일본에서는 기업이 약제 인정을 일본목재보존협회에 신청하면 협회의 목재보존제 등 심사 사무국 기술위원회에서 검토 후, 일본주택 목재기술센터에서 약제의 보존성능과 안전성을 심사하고, 그 심사 결과 보고서가 목재보존협회 사무국 기술위원회에 상정되면 심사결과 보고서를 목재보존협회 인정위원회에서 인정심사해 인정약제를 등록하고 인정서를 교부한다”면서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체계를 구축해 투명하게 방부제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비용이다. 하지만 업계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비용부담이 크지 않다는 게 관계당국의 설명이다.

국내 시장에 ACQ 방부제를 생산 공급하고 있는 대흥화학 오석 대표는 “현재 우리는 임업진흥원에 정기적으로 구리와 DDAC의 함량분석을 의뢰하고 있다”며 “함량분석이 성능기준과는 관련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매번 성능실험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시장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산업계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비용 부담도 다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부제 등록과 달리 품질 관리를 위한 실험은 저렴하고 빠르게 할 수도 있다는 게 산림과학원의 설명이다.

과학원 목재가공과 관계자는 “방부제 등록에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것은 독성시험까지 포함해서 3개 기관에서 중복 실험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품질관리 차원에서 독성시험을 빼고 한 개 기관에서만 실험한다면 현재 임업진흥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방부목 품질시험 비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또 보존성능 실험도 제외하면 실험기간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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