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부목을 방부목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참담한 목재산업”
방부목을 방부목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참담한 목재산업”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7.04.05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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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5000만원 들인 새설비로 노력해 생산한 방부목도 ‘불합격’…“지난해에만 검찰에 두 번 불려갔다”
H3 등급 방부목 생산 자신 있다던 업체 대표도 ‘불합격’ 해프닝…현실 모르는 산림청은 ‘현실성 타령’

▲ H3등급 방부목 생산에 자신 있다는 C업체의 방부목 샘플. C업체 대표는 다섯 개 모두 합격이라고 주장했지만, 복수의 다른 전문가들은 ④번 방부목은 불합격이라고 평가했다. 합격기준 90%을 넘지 못하면 단속대상이다. 목재법에 따르면 이처럼 기준에 적합하지 아니한 목재제품을 판매·유통하거나 통관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나무신문] “지난해에 제가 검찰에 두 번 불려갔습니다. 대학에서 임학을 전공하고 사업을 시작해서 시장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런 수모를 겪어야 한다는 게 참담했습니다. 저희가 H3(등급) 방부목을 일부러 만들지 않은 게 아닙니다. 3억5000만원이나 들여서 방부로도 새로 설치하고, (압력)18㎏으로 3시간 이상 가압을 해도 (90% 이상) H3가 나오지 않습니다. 물론 물성이 스펀지처럼 무른 나무로 방부목을 만들면 됩니다. 하지만 그것이야 말로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지요.”

최근 ‘색깔이 있는 목재라는 의미’의 ‘△△우드’를 시장에 출시해 논란의 중심에 선 모 업체 대표의 하소연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관련 대학 중 하나를 졸업하고, 현재 운영하는 목재회사 만 처도 설립연도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목재인’이라는 긍지와 기업가라는 자부심이 두 번의 검찰조사로 허물어져 버린 것이다. 때문에 ‘△△우드’에 부정적인 사람들도 선뜻 그를 비난하지 않는 게 업계의 분위기다. ‘편법’이라는 말 대신 ‘절묘한 수’라는 평가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없어진 H1과 H2 방부목 등급이 되살아난다면 당연히 우리도 방부목으로 팔지요. 소비자들은 여전히 H1과 H2 등급 방부목을 원하고 있는데, 정부에서 어느 날 그 등급을 없애는 규격을 강제해서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한 것 아닙니까. 소비자들의 부담 증가는 차지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생산과 유통이 가능한 등급 규격을 제시하고 만들라고 해야지요. 쓸 만한 목재로는 지금 기준을 맞출 수가 없어요.”

그래서 그는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하고 국립산림과학원에 질의회신을 받는 등 과정을 거쳐서 ‘△△우드’를 탄생시켰다는 설명이다. 가압 방부로에서 방부처리를 했지만 그저 색깔만 입힌 수준이다. 때문에 방부목으로는 팔지 않으며, 방부목 품질단속 대상도 아니라는 것.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방부액으로 목재보존 처리를 했으니 방부목으로 보고 단속을 해야 한다는 의견과 방부목으로 팔지 않으니 단속 대상도 아니라는 목소리가 함께 나오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번 사태가 방부목 뿐 아니라 15개 목재제품 전체로 번져갈 수 있다는 데 있다. 방부목으로 팔지 않으면 목재법에서 정한 방부목 규격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면, 제재목이나 집성재, 합판 등도 ‘○○우드’로 팔면 관련 규격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목재법은 현재 ‘목재제품의 규격과 품질기준’ 고시를 통해 제재목, 방부목, 난연목재, 목재플라스틱복합재, 집성재, 합판, 파티클보드(PB), 섬유판(MDF), 배향성 스트랜드 보드(OSB), 목질바닥재, 목재펠릿, 목재칩, 목재브리켓, 성형목탄, 목탄 등 열다섯 개 품목의 생산 및 유통을 관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산림청 목재생산과 품질단속계 관계자는 “현재 국립산림과학원의 유권해석이 ‘방부목으로 팔지 않으면 방부목 단속대상이 아니다’는 게 맞다”고 확인한 뒤, ‘다른 14개 품목도 다른 이름으로 팔면 해당 규격과 품질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현행법으로는 단속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다시 말해 집성목을 집성목으로 팔지 않고 합판을 합판으로 팔지 않으면 집성목과 합판이 지켜야 할 규격과 품질기준을 충족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실제로 ‘△△우드’는 수종과 규격 정도만 표시해서 판매되고 있다.

품질단속계 관계자는 또 “법적으로는 가능하다고 해도, 합판을 다른 이름으로 판매하면 그게 팔리겠느냐”며 “현실성이 없는 우려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과연 현실성 없는 우려일까.

인천에서 합판 수입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업체 대표는 “수입합판의 경우 통관 등 과정에서 이미 합판으로 명기되기 때문에 합판 아닌 다른 이름으로 판매할 일은 거의 없을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합판 아닌 다른 이름으로 팔아도 판매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구조용집성재 생산업체의 B대표 역시 “우리야 다른 이름을 붙여서 판매할 생각은 없지만, 다른 이름을 사용해도 별문제 없다”고 말했다.

합판을 합판이라고 하지 않아도, 집성재를 집성재라고 하지 않아도, 사는 사람이나 판매하는 사람이 모두 그것이 합판이고 집성재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목재제품의 이름은 음식점 벽에 걸려 있는 메뉴판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현실성’을 산림청이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우드’ 역시 기존에 팔리던 방부목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반증해 주고 있다.

한편 최근 방부목 시장에서는 ‘△△우드’의 등장과 함께 ‘단속원이 마음만 먹으면 100% 불합격 시켜서 형사처벌을 받게 할 수 있다’(나무신문 3월30일자 18면 참조)는 전문가 분석이 나오면서, 품질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목소리는 △사라진 H1과 H2 등급을 되살려야 한다는 것을 필두로 △H3 등급의 침윤도과 보유량 기준을 낮추고 △합격률을 현행 90%에서 80~70%로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산림청이 지금의 H3 등급 품질기준을 고수하고 더욱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 또한 업계에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잘 만들려고 해도 단속원이 해코지하려 들면 피할 방법이 없는’ 수준의 규격은 고쳐져야 한다는 게 다수의 의견이다. 90% 합격 기준에 못 미쳐 단속되면 최대 3년 이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는 게 현행 목재법이다.

실제로 H3 품질기준을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천의 한 방무목 생산업체 또한 취재과정에서 ‘불합격에 준하는’ 결과가 나오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업체 C 대표는 “우리는 보통 4시간에서 5시간까지 가압을 해가며 방부목을 생산하고 있다”며 “압력을 제대로 높여서 시간을 충분히 주고 가압하면 H3 등급 90%를 맞추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결과는 이와 달랐다. 취재 도중 이 업체 방부로에서 생산돼 양생작업에 돌입한 방부목을 임의로 잘라서 확인해 보자고 한 것.<사진 참조> 잘라진 면을 보고 C 대표는 ‘모두가 합격 수준’이라고 자평했지만, 사진을 본 다른 전문가들은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 전문가들에겐 사진 속 방부목 생산업체 이름은 알려주지 않았으며 수종은 유럽산 레드파인이다.

첫 번째 D 전문가는 다른 건 몰라도 ④번 방부목은 불합격으로 보인다고 말했고, 두 번째 E 전문가는 ④번은 확실히 불합격이고 ②번과 ③번 역시 합격을 확신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한국입업진흥원 방부목 시험평가 부서 F 관계자 역시 같은 의견이었다. F 관계자는 “사진만으로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을 전재로, “①번과 ⑤번은 확실히 합격, ②번과 ③번은 합격으로 보이고, ④번은 불합격이 확실해 보인다”고 판별했다.

우연의 일치일지도 모르고 정확한 시험이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H3 등급 생산을 자신했던 C업체는 90% 합격률을 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해 경남과학기술대학교 나종범 교수는 “이번 사례가 합격률을 왜 80% 선으로 내려야 하는 지를 잘 설명해 주는 것 같다. 사진을 보면 변재도 (방부액이) 잘 들어가고 80%는 방부처리를 잘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국 90% 합격률은 복불복이고 80%는 해볼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나 교수는 최근 개최된 한국 일본 캐나다 3개국 방부목 전문가 간담회에서 “우선 데크 상판용 H3 등급 방부목의 침윤도 기준과 분석범위(Assay zone)를 각각 5㎜로 수정”하고 “합격률도 난주입 수종은 현실에 맞게 미국과 캐나다 수준인 80%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나 교수는 또 “캐나다는 사용용도 별로 침윤도와 보유량을 달리 적용하고 있는데, 주거용 H3 방부목은 보유량 기준만 적용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주거용 방부목 규격 및 품질기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그는 “캐나다의 방부목 품질기준은 어디까지나 권고사항일 뿐, 이를 기관에서 단속하거나 형사 처벌하지는 않는다”며 “방부목 품질을 단속하고 형사 처벌하는 나라는 한국 말고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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