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부목, 아무리 잘 만들어도 형사처벌 받을 수 있다
방부목, 아무리 잘 만들어도 형사처벌 받을 수 있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7.03.28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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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원이 해코지하면 피할 방법 없어…최대 3년 이하 징역까지
업계, “미치고 환장할 지경”…산림청, “올해 대대적인 품질단속”
캐나다 일본 등 권고사항일 뿐…산업용과 주거용 규격 달리해야

▲ (왼쪽부터) 경남과학기술대학교 나종범 교수. 캐나다임산물연구소 폴 모리스(Paul Morris) 박사. (주)가네마쯔사스텍 다이스게 데쯔가(Daisuke Tezuka) 기술부장.

[나무신문] “마음만 먹으면 100% 불합격시킬 수 있다.”

최대 징역 3년에까지 처해질 수 있는 방부목재 품질단속에 대한 이와 같은 전문가의 분석이 나와 관련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또 지나치게 높게 잡힌 목재법 품질규격이 정작 국산재의 시장 진출을 가로막고 있으며, 용도별로 세분화되고 있는 국제 방부목 품질규격 추세와도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방부목 품질규격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나라도 우리나라 말고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지난 3월17일 (사)한국목재보존협회(회장 류재윤)와 캐나다우드 한국사무소(대표 정태욱)가 서울 디큐브시티호텔 세미나실에서 공동 주최한 ‘한국 캐나다 일본 방부목재 산업의 기술교류를 위한 간담회’에 연사로 나선 일본 (주)가네마쯔사스텍 다이스게 데쯔가(Daisuke Tezuka) 기술부장, 캐나다임산물연구소 폴 모리스(Paul Morris) 박사, 한국 경남과학기술대학교 나종범 교수 등은 이와 같은 내용의 주제발표를 통해, 이날 전국에서 모인 관련업계 종사자들을 술렁이게 했다.

▲ 한국 캐나다 일본 방부목재 산업의 기술 교류를 위한 간담회가 3월17일 (사)한국보존협회와 캐나다우드 한국사무소 공동 주최로 제주도를 비롯한 전국의 관련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나종범 교수는 발표에서 현재 국내 검사방법은 △방부목 샘플을 무작위로 선정해 품질 검사를 하는데, △10개의 샘플 중 9개가 통과돼야 하는데, △인사이징 방부목이라고 하더라도 국내 침윤도 8㎜ 기준을 90%가 통과하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해서, △품질 검사용 샘플을 고를 때 검사원이 고의적으로 심재 쪽만 선택하면 100% 불합격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목재법에 따르면 기준에 적합하지 아니한 목재제품을 판매·유통하거나 통관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또 현재 품질단속 규정에는 검사원이 임의로 샘플을 채취토록 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행 목재법에 의한 목재제품 품질단속에서, 최소한 방부목의 경우에는 생산업자나 유통업자 할 것 없이 단속원이 마음만 먹으면 형사처벌 대상자가 되도록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산림청은 올해부터 목재산업과 내에 품질단속계를 신설하고 지자체 공무원에게도 권한을 부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단속원을 종전 96명에서 310명으로 늘리는 등 ‘대대적인 품질단속’을 천명한 바 있다.

나종범 교수는 “캐나다처럼 사용용도에 따라 규정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으며, 우선 1단계로 데크상판용 H3 침윤도 기준과 분석범위(Assay zone)를 각각 5㎜로 수정”해야 하고 “합격률도 난주입 수종은 현실에 맞게 미국과 캐나다 수준인 80%로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국산재 중 거의 유일한 경제수종으로 꼽히고 있는 낙엽송도 방부목 시장에 다시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나 교수는 또 “캐나다는 사용용도 별로 침윤도와 보유량을 달리 적용하고 있는데, 주거용 H3 방부목은 보유량 기준만 적용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주거용 방부목 규격 및 품질기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캐나다의 방부목 품질기준은 어디까지나 권고사항일 뿐, 이를 기관에서 단속하거나 형사 처벌하지는 않으며 미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방부목 품질을 단속하고 형사 처벌하는 나라는 한국 말고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온 다이스게 데쯔가 기술부장은 일본에서의 방부목 품질단속 유무를 묻는 질문에 대해 “방부목 품질은 어디까지나 공급자와 사용자 간의 문제”라고 못 박았다.

▲ 북미의 주거용 방부목재 시장 성장 추이 자료 = 폴 모리스 박사 1 board foot = 0.00235974 cubic meter

캐나다 폴 모리스 박사는 “최근 북미의 주거용 방부목재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캐나다는 이미 산업용과 주거용 방부목을 분리해 기준을 달리하고 있으며, 미국 또한 이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주거용 데크 수명은 산업용과 달리 매우 짧을 뿐 아니라 낡아 보일 때 교체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인천의 한 방부목 생산업체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에만 산림청 품질단속이 2번이나 나왔는데, 올해부터는 단속을 더 강화한다고 하니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라며 “하지만 단속원에게 밉보이면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고 하소연 했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산림청 목재산업과 품질단속계 이규명 계장은 “간담회에서 나온 내용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산업계뿐 아니라 방부목 소비자들도 우리의 고객”이라고 강조하면서 업계의 목소리와는 거리를 두는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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