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를 보다
매화를 보다
  • 나무신문
  • 승인 2017.03.2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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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울산시 솔마루길1·2코스
▲ 선암호수.

#여행 #장태동 #울산 #매화 #솔마루길 #선암호수공원

울산시 솔마루길 1·2코스 
울산시 솔마루길 1·2코스 9.5㎞를 한 번에 걷는다. 전체 코스 중 해발고도 최고 높이와 최저 높이의 차가 100m 정도 밖에 안 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다. 

1코스의 시작지점은 선암호수공원 가운데 있는 주차장 앞인데, 이곳에서 출발하면 호수공원의 반 정도는 보지 못하므로 선암호수노인복지관 앞에서 출발하는 게 좋다. 

선암호수노인복지관에서 출발해서 무궁화동산, 선암호수공원 비석, 보탑사 앞, 울산어울길종합안내판, 숲길, 구름다리, 보현사 앞, 울산해양경비안전서 앞(울산해양경비안전서를 왼쪽에 두고 걷는다.)을 지나 솔마루다리(육교)에서 끝나는 코스가 솔마루길 1코스(약 3.5㎞)다.

▲ 솔마루길 2코스 시작 지점

솔마루길 2코스는 솔마루다리(육교)에서 시작된다. 솔마루다리(육교)를 건너면 ‘울산대공원입구’ 이정표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솔마루길 입구’·‘현충탑 입구’ 방향으로 간다. 가다보면  첫 번째 전망대가 나온다. 

▲ 솔마루다리(육교)

전망대를 지나 ‘현충탑입구’에 있는 이정표에 도착한다. 이정표에 있는 ‘솔마루하늘길’ 방향으로 간다. ‘접동길 만나는 지점’에 있는 이정표와 ‘불당골사거리’에 있는 이정표를 지나면 ‘용미등’에 있는 이정표를 만난다. 이곳에서 ‘문수국제양궁장’ 방향으로 간다. 

문수국제양궁장 바로 전에 나오는 전망대에서 전망을 즐기며 잠깐 쉰다. 전망을 즐긴 뒤 전망대 바로 아래 있는 울산문수국제양궁장으로 내려가면 솔마루길 2코스(약 6㎞)가 끝난다. 

▲ 울산문수국제양궁장 전 전망대에서 본 풍경

호숫가에 핀 매화
서울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아침 고속버스를 타고 울산에 도착하니 점심 먹을 때다. 도착하자마자 울산고속버스터미널 앞에 있는 해장국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한 일 없이 오전이 다 간데다 날은 또 왜 그렇게 화창한지, 아침 먹고 버스 타고 오는 동안 자다가 바로 점심을 먹는 게 미안했다. 

서둘러 밥을 먹고 오늘 걸을 솔마루길 1코스 출발지점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울산고속버스터미널 앞 시내버스정류장에서 923번, 976번 버스를 타고 종점인 선암호수노인복지관에 내리면 된다.)

선암호수노인복지관 앞 빈 터에 매화나무가 있다. 햇볕 받은 매화가 희다 못해 엷은 분홍빛으로 빛난다. 이 길의 첫인상이 인상 깊었다. 

▲ 선암호수에 핀 매화.

호숫가에 설치한 조형물들이 있어 공원이라는 걸 알겠다. 몇몇 조형물만 없으면 이곳은 그냥 호수다. 

봄의 호수를 상징하듯 물가에 매화가 피었다. 이른 봄이지만 한낮의 햇볕에 날이 섰다. 꽃잎의 윤곽이 햇볕에 뭉개진다. 꽃잎이 햇볕 속으로 증발할 것 같다. 꽃잎을 바라보는 눈이 따갑다. 아찔하다. 

▲ 햇볕을 받은 매화

올해 첫 매화였다. 올해 첫 봄꽃이었다. 꽃을 보러 온 것은 아닌데 그곳에 꽃이 있었다. 봄과 꽃은 그곳에 함께 있었다. 

솔마루길 첫머리에서 만난 매화를 보니 옛 봄이 생각났다. 30여 년 전 즈음일까? 꽃망울의 폭발을 짐작했던 우리들은 그 옆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둥그런 하얀 통에 담긴 양조장 막걸리 한 말이 4000원이었나? 정확한 가격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막걸리 한 말을 받아놓고 꽃망울 옆에서 술을 먹던 때가 있었다. 

그때 나누었던 말 중 하나, ‘봄이 와야 꽃이 피는가? 꽃이 펴야 봄이 오는가?’ 막걸리 말술에 얹힌 대화치고는 꽤 그럴싸했다. 술이 바닥나도록 우리는 그 얘기를 했고, 그때나 지금이나 결론을 맺지 못하고 있다. 한적한 호숫가 꽃 한 송이에 30여 년을 훌쩍 넘나들었다. 꿈같았다. 

물 위에 놓인 데크길로 걷는데 이번엔 밑동까지 물이 찬 나무가 수면에 비친다. 실제보다 더 인상 깊다. 실제의 나무는 나무로 보이지만 물에 비친 나무는 나무의 서사로 보인다. 물병아리 한 마리 슬그머니 지나가며 파문을 일으킨다. 나무가 흔들린다. 

▲ 선암호수에 비친 나무

숲을 이룬 곰솔
보탑사 앞을 지나 울산어울길종합안내판을 보고 신선산으로 접어든다. 해발고도가 100m가 안 된다. 짧은 오르막길을 올라서서 능선을 따라 걷는다. 

▲ 선암호수를 뒤로하고 신선산으로 올라가는 길

숲길에는 곰솔이 많다. ‘솔마루길’의 ‘솔’이 아마도 곰솔인가 보다. 구름다리를 건너 우회전해서 보현사 앞을 지난다. 여전히 소나무가 많다. 소나무숲을 빠져나와 도로로 내려서서 조금만 가면 1코스 도착지점인 솔마루다리(육교)가 나온다. 

▲ 숲 속의 작은 도서관.

솔마루다리(육교)를 건너면서 솔마루길 2코스가 시작된다. 솔마루길 2코스는 울산대공원을 감싸고 있는 숲길이다. 

숲길에서 대공원의 시설물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숲길을 걸을 뿐이다. 이곳에도 소나무가 많다. 

▲ 첫번째 전망대에서 본 풍경

전망데크에서 잠깐 쉰다. 눈 아래 숲의 정수리가 보이고, 먼 곳에 산줄기들이 넘실대는 풍경이 보인다.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걷는다. 평일이지만 오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대부분 나이 든 사람들이지만 간혹 젊은 축도 보인다. 가방도 없이 지팡이 하나 물병 하나 들고 나선 걸 보면 대공원 주변 마을 사람들인 것 같다. 그들의 일상에 나의 여행이 묻힌다. 

용미등에 도착했다. 솔마루길 2코스도 이제 다 끝나가는 것 같다. 용미등에서 도착지점인 울산문수국제양궁장이 얼마 안 남았다. 이대로 길이 끝나는가 싶었는데, 도착지점 바로 전에 전망대가 나왔다. 

전망대에 올라 주변을 돌아본다. 울산문수국제양궁장이 눈 아래 보인다. 문수야구장과, 문수월드컵경기장도 보인다. 더 먼 곳에는 산줄기들이 겹친 모습이 그림자처럼 보인다. 

점심을 먹고 버스를 타고 출발장소로 이동해서 걷기시작한 때가 오후 1시20분, 도착지점인 울산문수국제양궁장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4시40분, 9.5㎞를 걷는데 3시간 20분이 걸렸다. 중간에 전망 좋은 곳에서 머물렀던 시간을 빼면 3시간 걸린 셈이다. 

3시간 동안 나는 봄 속에서 봄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봄이 와야 꽃이 피는가? 꽃이 펴야 봄이 오는가?’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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