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막에 앉아 _ 경북 예천군 삼강~회룡포 강변길
주막에 앉아 _ 경북 예천군 삼강~회룡포 강변길
  • 나무신문
  • 승인 2017.02.1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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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경북 예천
▲ 낙동강 내성천 금천 등 세 물길이 만난다고 해서 ‘삼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여행 #장태동 #예천 #회룡포 #뿅뿅다리 #주막

오전 11시 즈음에 옛 강나루 옆 삼강주막에 도착했다. 주막 초가 마루에 걸터앉아 잠시 하늘을 본다. 강길 산길 들길을 걷고 나서 다시 이곳에 도착하면 초가 작은 방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리라! 방문을 활짝 열고 방으로 불어오는 강바람에게 그 옛날 삼강나루를 오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요량이었다. 

▲ 삼강주막. 울타리와 흙벽이 예스럽다.

삼강주막

▲ 삼강주막. 울타리와 흙벽이 예스럽다.

삼강주막에서 출발해서 비룡교를 건너 사림재를 넘으면 회룡포 마을이다. 유명한 물도리동, 회룡포 마을을 지나 성저마을에서 원산성으로 방향을 잡는다. 원산성 다음에 나오는 범등 전망대에서 낙동강이 휘돌아 나가는 삼강마을 풍경을 감상하고 다시 삼강주막으로 돌아가는 13.65㎞ 코스가 삼강~회룡포 강변길이다. 

출발 장소인 삼강주막에 깃든 이야기를 새겨본다. 삼강주막은 경북 예천에 속하지만 경북 예천과 문경의 경계에 있다. 조선시대 한양을 오갔던 사람들이 삼강주막 옆 삼강나루에서 배를 타고 강을 건너 문경 쪽 나루에 내려서 문경새재를 넘어 다녔다. 

삼강나루를 오가는 보부상들이 많아 삼강나루 바로 옆 삼강주막에는 보부상 숙소가 있었다. 그와 함께 강을 오가는 뱃사공들이 묵던 숙소도 있었다.     

장이 서는 날이면 나룻배가 하루에도 30여 차례 강을 건너다녔다. 낙동강을 오르내리며 장사를 하던 사람들도 삼강나루를 이용했다. 나루터 옆에 다리가 놓인 뒤 1980경부터 나룻배 운행을 중단했다.  

낙동강의 마지막 주막으로 남아있던 삼강주막의 주모가 세상을 뜨자 주막도 문을 닫게 된다. 세월은 흘렀고 삼강주막이 사라진 것을 안타까워한 삼강마을 사람들은 옛 주막 자리에 주막을 다시 열었다. 주막 부엌 벽에 옛날 주막의 흔적이 남아있다. 당시에 외상값을 표시한 사선들이 빼곡하다.  

주막 건물 뒤에 450년이 넘은 회화나무가 수호신처럼 주막을 비호하고 있다. 그 옆에는 둥글둥글한 작은 바위 몇 개가 놓여 있다. 이곳 사람들은 그 바위들을 들돌이라고 부른다. 들돌은 주막에서 막일을 하는 사람을 뽑을 때 사용했던 것으로 돌을 들 수 있는 정도에 따라 품값을 책정했다고 전해진다. 

▲ 오래 전에 돌아가신 옛 삼강주막 주모가 부엌 벽에 표시한 외상값 장부.

주막과 마을에 ‘삼강’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내성천, 금천, 낙동강 등 세 개의 물줄기가 모여 흐르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 비룡교.

산 넘고 물 건너 들판을 지나
낙동강 강바람을 맞으며 비룡교 쪽으로 걷는다. 비룡교를 건넌다. 다리 아래 낙동강이 군데군데 얼었다. 모래사장에 강물의 흔적이 나이테처럼 남았다. 

▲ 사림재.

비룡교 끝에서 범등과 사림재 방향으로 길이 갈라진다. 사림재 방향으로 걷는다. 사림재를 넘으면 회룡포 마을로 들어가는 낮고 좁은 다리가 나온다. 다리 이름이 뿅뿅다리다. 

▲ 사림재를 넘어 회룡포 마을로 들어가는 뿅뿅다리.

회룡포 마을을 감싸 안고 휘돌아 나가는 물줄기는 내성천이다. 다리를 건너면 강가의 백사장이다. 백사장 모래를 밟고 둑 위로 올라서면 넓게 펼쳐진 논과 마을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마을 외곽을 도는 길을 따라라 가다보면 또 다른 뿅뿅다리가 나온다. 그 다리를 건너면 관광안내부스와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 옆이 주차장인데 주차장을 가로질러 가다보면 이정표가 나온다. 이정표에 적힌 ‘회룡포 강변길’ 방향으로 가면 된다. 

▲ 회룡포 마을
▲ 회룡포 마을의 또 다른 뿅뿅다리

오른쪽에는 강물이 흐르고 왼쪽은 마을 들판이다. 특별할 것 없는 풍경이지만 싱그럽다. 다리 아래 이정표를 따라 장안사 입구 방향으로 간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지만 차들이 많이 다니지 않고 주변 숲이 좋아 걸을 만 하다. 

장안사 입구 삼거리를 지나 조금만 가면 공사현장이 나온다. 공사현장을 지나서 성저마을로 접어드는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 성저마을 앞 둑에 흩날리는 눈발.
▲ 성저마을. 마을로 가는 길에 눈보라를 만났다.

눈발이 굵어지고 바람이 분다. 사선으로 몰아치는 눈발에 둑에서 자란 억새가 정신없이 흔들린다. 마을이 희미하게 보인다. 

마을로 들어가면 ‘삼강~회룡포 강변길’ 안내판이 있다. 안내판 오른쪽 길로 조금 가다보면 원산성 방향으로 가는 이정표를 만난다. 

▲ 성저마을에서 원산성으로 가는 산길.

오르내리는 숲길을 걷는다. 원산성을 지나 가파른 내리막길로 내려가면 범등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온다. 

가파른 오르막 계단길이지만 구간이 짧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범등 전망대에 도착하기 전에 시야가 조금 트인다. 출발했던 삼강주막이 보인다. 잠깐 풍경을 감상하고 범등 전망대에 도착했다. 삼강마을이 한 눈에 들어온다. 

▲ 범등 전망대에서 본 낙동강과 삼강마을 풍경.
▲ 범등 전망대에서 본 삼강주막.
▲ 범등 전망대 전 시야가 트이는 곳에서 본 낙동강과 삼강마을.
▲ 범등.

주막에 어둠이 내리고

▲ 삼강주막에서 막걸리를 마신다.

범등 전망대에서 내려와서 비룡교를 건너 삼강주막에 도착했다. 배도 고프고 목도 말랐다. 밥 보다는 시원한 막걸리가 먼저였다.  

막걸리는 마을에서 담근 것이다. 주전자에 담긴 막걸리와 배추전이 주막의 초가와 잘 어울렸다. 

초가 작은 방에 앉아 방문을 열고 마당을 바라보며 막걸리를 마셨다. 옛날에 보부상들이 묵던 숙소 재현한 초가와 뱃사공들이 묵던 숙소를 재현한 초가가 있었지만 이름 없는 방을 차지하고 앉았다. 이름 없는 나그네의 목적 없는 발길이래야 짝이 맞을 것 같았다. 

한겨울 평일 해거름에 주막에 든 손님은 나 혼자였다. 막걸리를 마시는 동안 몇몇 사람들이 기웃거렸지만 주막 구경만 하고 떠났다. 

오히려 사람 소리가 없는 편이 나았다. 아궁이 장작불 구들장 아랫목은 아니었지만 따듯해지는 방바닥에 언 몸이 녹고 막걸리에 마음이 순해진다. 

오늘 걸었던 길과 풍경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바람이 지나가는 마당을 그냥 멍하니 바라보기도 했다. 바람 같이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각하는 사이 주막 마당에 어둠이 쌓였다.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지 몰랐다. 주막 문을 닫고 나서는 아줌마가 내가 걱정 됐는지 점촌으로 나가는 버스를 타는 곳을 알려주었다. 

깜깜한 시골마을에 개 짖는 소리만 들린다. 삼강교를 건너 점촌으로 가는 버스정류장을 찾았다. 도로 옆 버스정류장으로 들어오는 시골버스 불빛이 환하다. 버스가 점촌 시내로 들어갈 때까지 손님은 나 혼자였다.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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