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 연결하다,
흐르는 강물처럼 연결하다,
  • 홍예지 기자
  • 승인 2016.12.14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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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효재(觀曉齋)
▲ 주방.

[나무신문] #관효재 #스튜디오_도스 #황민택 소장 #전주 #하우징플랜 

450호부터 3번에 걸쳐 스튜디오 도스의 프로젝트가 소개됩니다. 그 첫 번째 이야기. 

에디터 Pick           
편집자가 뽑은 관효재의 리딩 포인트
 끊임없는 동선으로 새로움을 주는 공간 
 포근하게 감싸는 대지
 시간이 지날수록 고즈넉한 멋을 더하는 주택 

▲ <1층 평면도> ※평면도는 일부만 게재함.

건축정보 및 자재정보                       
대지위치 :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다가동
대지면적 : 194.55㎡(58.85평)
건축면적 : 89.70㎡(27.13평)
연 면 적 : 141.70㎡(42.86평)
건 폐 율 : 46.10%
용 적 률 : 72.83%
건축규모 : 지상 2층
건축구조 : 철근콘크리트구조
외 벽 재 : 스터코
바 닥 재 : 강마루
벽    면 : 도배, 수성페인트
용    도 : 단독주택
설    계 : studio DoS 황민택 010-4650-1996 www.dosspace.com

▲ 다락.

의미 있는 주택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빈 종이는 희망과 물음표를 동시에 낳는다. 창작을 통해 기쁨을 느끼는 반면 정확한 지향점 없이는 백지를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봤을 때, 건축가는 창작자이자 가이드 역할을 자처한다. 

건축사사무소 스튜디오 도스의 황민택 소장은 ‘인간중심 공간창출(人間中心 空間創出)’이라는 슬로건을 통해 인간을 바로 세우기 위한 환경의 공간을 구축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에 황 소장은 상업 공간이나 큰 프로젝트 외에도 1년에 한 두 건의 소소한 주택 프로젝트를 통해 건축주와 소통하려 한다. 

“주택 프로젝트는 스스로 느끼는 여러 장점과 재미로 인해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많지는 않더라도 꼭 진행하고자 하는 이유지요. 건축주와의 만남 자체를 좋아하기에 완공된 건물의 건축주들과 지금까지 잘 소통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건축주들끼리 서로 만남을 가지기도 해요.”

▲ 거실.

황 소장이 지금까지 맡아왔던 프로젝트에는 한 가지 눈길을 끄는 요소가 있다. 겉에서는 모두 각자만의 개성이 드러나는 다른 집 같지만, 찬찬히 안을 들여다보면 그만의 건축 철학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주로 외향보다는 건축주들이 지내는 동선을 보고 제가 설계한 것임을 알 때가 많습니다. 저 또한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만큼 건축주들이 보다 긴 동선을 통해 먼 풍경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편이죠.”

▲ 외부 정면.

도심 깊숙이 숨어 있는 부지를 만나다 
‘관찰하고 깨닫는 집’이라는 의미로 이름 지은 ‘관효재(觀曉齋)’는 황 소장의 친형을 위해 설계한 공간이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 다가동에 위치한 이곳은 구 전라북도청 인근 차이나타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이 일대는 상업 지구임에도 개발되지 않아 슬럼화가 오래 지속해온 곳으로 원주민들은 신시가지로 떠나고, 떠날 수 없는 일부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그로 인해 상업 시설보다는 다세대 및 다가구 주택들이 주거 지역을 형성하고 있다. 

“구도심 지역이기에 부지는 보다 저렴하게 마련할 수 있었지만, 주거지역 안 쪽 깊숙이 숨겨져 있는 ㄱ자 모양의 자투리땅으로 인해 시공의 어려움이 존재했죠. 다만 조심스럽고 수줍게 숨어 있는 대지가 어머니의 품처럼 건축주를 보다 포근하게 감싸 안아주는 형상을 하고 있어 특별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살림집의 기능은 직사각형으로 뒤쪽에 배치하고 이벤트가 벌어지는 거실과 데크 마당 등은 앞쪽 남향으로 구성했다. 거실은 층고를 높여 다락을 만들고 뒤쪽 생활공간은 두 개의 켜로 나눠 복층으로 만들었다. 또 앞쪽 거실과 뒤쪽 생활공간을 연결하는 현관 부분의 상부를 나눠 매스를 분리했다. 두 매스는 형태적으로 분리했으나, 동선을 연결해 결론적으로 ㄱ자 배치로 놓였다. 

▲ 외부 마당.

막힘없는 동선을 통해 느끼는 경관 
내부 복도는 각각의 방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방에서 다른 방으로 옮겨가는 동안 외부 풍경을 볼 수 있도록 창을 내고, 길어진 동선과 시선으로 주택의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마치 막힌 미로를 탐험하듯 골목을 만든 것. 

▲ 다락.

이 중에서도 황 소장이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다락과 작업 공간이다. 만화가이자 생태놀이 코디네이터로 활약하는 건축주를 위해, 많은 책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납할 곳이 필요했던 것이다.

▲ 거실.

“거실의 층고를 6m로 높이고 중간에 철골 보를 걸어 다락을 만들었습니다. 다락과 거실은 한 몸으로 천장이 연결돼 있으며, 각종 이벤트 및 건축주의 작업 공간으로 활용되죠. 여러 책을 보관할 수 있도록 붙박이 책장을 다락까지 연장한 것이 특징입니다.”

▲ 주방 복도.

1층 복도 끝 침실에는 남향으로 툇마루를 뒀다. 툇마루가 있는 후정은 좁지만 채광이 좋아 아늑한 느낌을 선사한다. 아울러 후정에 연결된 방은 격자형 슬라이딩 문에 창호지를 발라 한식의 분위기를 살렸다. 슬라이딩 문을 온전히 열어젖히면 후정이 한 눈에 들어와 전체를 관망할 수 있도록 했다. 

▲ 외부 2층 데크.

2층은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큰 방을 배치했다. 이 방은 게스트룸 및 사무 공간 혹은 서재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큰 방의 반대편에는 건축주의 공간인 안방이 있고, 안방에서 몇 발자국 움직이면 2층 데크로 연결되는 등 끊기지 않는 동선이 눈을 사로잡는다. 

*

황 소장은 설계와 준공을 마치고 나서도 건축주가 관효재에 대해 만족스럽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갈수록 이곳의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회상한다.

“하루, 한 달, 일 년을 지내고 난 뒤 계절에 따라 변해가는 주택의 모습을 온전히 경험한 후에야 설계 의도를 정확히 알 것 같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이처럼 주택이란, 주어진 몇 시간이 아닌 먼 미래까지 내다본 후에 지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고, 사용의 목적과 용도가 달라지더라도 온전히 버텨낼 수 있는 공간적 성찰이 있어야 하는 것이죠. 이러한 것이 없는 건축 행위는 주택의 영혼과 정체성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글 = 홍예지 기자 
사진 = 비요리스튜디오 박철호 작가 

▲ 다락 계단.
▲ 계단.

건축가 소개 | 황민택 소장 건축사사무소 스튜디오 도스

황민택 소장은 인간중심 공간창출(人間中心 空間創出)을 슬로건으로 인간을 바로 세우기 위한 환경의 공간을 구축하려 노력한다. 다양해진 주거 형태와 주거 환경에 따라 요구되는 삶의 욕구들을 적극적인 동선과 시선으로 풀어내며 내·외부의 상호적인 교류를 만들어 냄으로써 진보된 주거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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