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의 사회적·공간적 의미
대청의 사회적·공간적 의미
  • 김오윤 기자
  • 승인 2016.10.1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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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한옥 고치는 책1 “대청과 방” - 1. 소개편 CHAPTER 3. 대청의 이해 - 2 - 국가한옥센터 auri

대청의 상징성 및 시기별 기능 변화 

[나무신문 | 국가한옥센터 auri] 대청은 큰 마루라는 뜻으로 마루의 어원은 ‘말’, 또는 ‘마리’로 높다는 뜻을 가지며, ‘높다’라는 말은 물리적인 뜻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에 대한 의미도 포함하고 있으므로 ‘마루’는 높은 공간과 지배계층의 공간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또한 마루 를 뜻하는 한자는 상(床)과 청(廳)이 있는데 상은 말 그대로 높은 공간을 의미하는 반면, 청은 시청, 도청처럼 지배 공간 또는 행정기관을 의미하고 있어, 이를 통해 대청이란 공간은 사회적ㆍ계급적 성격을 내포했던 공간임을 유추할 수 있다.10) 

▲ 무무헌 대청.

대청은 신성한 공간으로 인식되어 집안의 중요행사가 이루어지는 의식적 공간으로 기능하면서 마루의 한 형태에서 한옥의 중심공간으로 변화하였다. 대청은 전통적으로 집을 지켜주는 성주신이 머무는 공간으로 상시로 성주신을 모시는 행사가 일어났으며, 제사와 같은 가례(家禮)의 행위가 이루어지는 의식적인 공간으로도 작용해 신성한 공간인 동시에 집안의 제례의식이 행해지는 중심공간으로 작용해왔다.* 
대청은 일상생활이 이루어지는 방에 비해 이용율이 현격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방보다 더 넓은 면적으로 계획된 이유는 대청 공간이 단지 방과 방을 연결하는 전이공간이거나 외부와 내부를 연결하는 완충공간으로서의 공간이기보다는 가족간의 유대를 통해 결속력을 다지고, 집안의 중요행사를 치르는 가족의 중심 공간이기 때문이다. 

대청은 위치와 사용에 따라 그 명칭과 역할이 다른데 대청공간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주로 중인들 이상의 상류층 주택에서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채가 나누어진 상류층 주택의 경우 안채에 있는 대청을 안대청, 사랑채에 있는 대청을 사랑대청으로 명칭이 구분되며, 이용의 주체별로 이루어지는 행위의 차이 가 있었다. 

안대청의 경우 전통적으로 중류층 이상의 가옥에서 나타나고 있어 안주인이 하인이나 몸종에게 각종 지시를 하거나 자신이 소일하는 공간으로 안주인의 권위를 상징했다. 대청에 발을 쳐서 마당에서 안이 노출되지 않도록 했고, 하인이나 몸종의 출입은 엄격히 통제되어 가까운 측근 정도만 출입이 가능했다. 대청의 양끝에는 보통 사방탁자와 뒤주를 놓았으며, 집안의 큰일이 있을 때는 안대청이 중심공간으로 사용되었다. 반면 사랑채는 안채보다 더욱 사회적이고 개방적인 공간으로 접객이나 연회가 주로 일어나는 공간이며, 사랑방과 건넌방을 비롯하여 누마루를 출입하는 중심공간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사랑대청은 누마루와 함께 바깥주인의 권위와 부를 상징하는 공간이며, 접객 또는 휴게의 공간으로 이용되었다. 

대청공간은 시기별로 위계와 규모가 변화해 왔으며, 기능에 있어서도 신성한 공간에서 일상의 공간으로 역할이 변화해 왔다. 채가 나눠진 한옥의 경우 안대청과 사랑대청은 사회 및 시대적 상황에 따라 그 규모와 사용에 있어 차이를 보여왔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청은 집안에서 가장 깨끗하고 신성한 장소로 여겨 마루에서 취침을 하거나 내객을 접대하지 않았으나, 경기 지방의 경우 대청 원래의 기능이 변화하면서 여름철의 취침공간, 응접 또는 거실의 역할을 담당하는 경향이 나타났으며, 현재에 이르러서는 대부분 거실로 이용되거나 LDK화 따라 거실 겸 주방으로 이용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한옥 공간배치의 중심공간 
대청은 외부공간인 마당과 내부공간인 실을 연결하는 전이공간인 동시에 분합문을 통해 공간의 확장이 가능한 가변적인 공간이다. 남향으로 열려있는 대청은 주실(主室)이 되는 안방과 건넌방 사이에 위치하여 이를 연결하는 매개공간인 동시에 방으로의 출입에 따른 전실(前室)의 기능도 한다. 또한 방 전면에서 직접 출입이 가능하나 한옥에서 대청을 통해 방으로 출입하도 록 하는 것은 신체가 받아들이는 외부와 내부의 온도차이를 줄이기 위한 완충공간으로써의 역할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다.12) 

대청의 가장 큰 공간적 특징은 분합문을 통해 공간의 확장이 가능한 가변적인 공간이면서 다기능의 공간으로 한옥의 중심공간이라는 점이다. 대청의 양쪽에 배치되는 실은 대부분 대청을 향한 면에 분합문을 설치하여 제사 등 집안의 중요행사를 치룰 경 우 문을 들쇠에 들어 대청과 양쪽 실을 개방하였으며, 평소에는 문을 닫아 그 영역을 구분하는 등 대청은 필요에 따라 공간의 확장이 가능한 가변적 공간으로 활용해왔다. 

또한 마당 쪽으로 분합문을 설치하는 경우 여름에는 공기의 소 통을 원활하게 하고자 열어두었고, 겨울에는 방한을 위해 닫았으며, 관혼상제의 행사가 있을 경우 마당과 연계하여 넓은 공간으로 활용했다. 이에 따라 여름에는 거처하는 공간으로, 집안에 대사가 있을 때는 음식을 장만하거나 회의하는 장소로, 제사를 지낼 때 위패를 모시는 신성한 공간을 담당하는 등 대청은 다기능의 공간으로 사용되었다. 따라서 대청은 각 채의 중심부에 배치되어 전이공간 및 완충공간으로써 다른 방과 연계 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일상의 대소사에 관련된 생활이 이루어 지는 다기능의 공간으로 한옥 공간배치의 중심적 공간으로 작용하고 있다. 

* 성주(城主)는 가신(家神)의 하나 로 집을 수호하는 역할을 담당하 는 성(城)의 주인이라는 의미에서 성주라 하는데 집을 성조(成造)한 다고 하여 성조신(成造神)이라고도 부른다. 성주는 원칙적으로 받아들 이지 않으면 오지 않는 신으로 집 을 지을 때에 신을 맞아들이는 의 례나 굿을 하게 되며, 집안에 부정 한 일이 생기거나 위험한 일이 생기 면 나간다고 믿었다. 
대표적인 예가 입주상량(立柱上樑) 할 때 하는 상량식을 들 수 있다. 대들보에 입주연월일과 “응천상지 삼광(應天上之三光) 비인간지오복 (備人間之五福)”이라는 글귀를 적 고, 다시 양단에는 해(海)자나 용 (龍)자 또는 구(龜)자를 적어놓고 백지를 붙인 다음 제물을 차려 고 사를 지내고 상량한다. 따라서 성 주신이 나가는 것을 보면 이 신은 부정한 것을 싫어하고 위험한 일을 피하는 신임을 알 수 있다. 대들보 는 주로 대청의 위에 해당하기 때 문에 비교적 부정한 공간을 피하기 쉽다. 왜냐하면 방에서는 먹고 자 고 나고 죽기 때문에 방은 부정한 공간이지만 대청은 그러하지 않아 신성한 공간으로 인식된 것이다.11)

주.
10) 집(宇)집(宙), 서윤영, 궁리, 2008, pp.154~155
11) 한국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1996
12) 김왕직, 알기쉬운 한국건축 용어사전, 동녘, 2007, p.251

자료제공 = 국가한옥센터 auri
(이 기사의 저작권은 국가한옥센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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