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는 15km 물소리길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는 15km 물소리길
  • 나무신문
  • 승인 2016.10.1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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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충북 단양군
▲ 상선암 계곡 바위와 물길.

#여행 #장태동 #계곡 #단양 #하선암

계곡의 아름다움으로 치면 전국 순위에 오를 만한 선암계곡을 다녀왔다. 흐르는 물을 거슬러 올라 상류로 가는 길에 거대한 바위, 시퍼런 계곡물, 시골마을 풋풋한 시냇가 풍경을 지난다. 그렇게 15㎞를 걷는다. 사람들은 이 길에 물소리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 밤나무가 있는 길.

단성생활체육공원~하선암
물소리길의 공식 이름은 ‘충북 단양군 선암골생태유람길 1코스 물소리길’이다. 선암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는 동안 계곡과 함께 한다. 

출발장소는 이 지역 사람들이 구단양이라고 부르는 단성면 하방리에 있는 단성생활체육공원이다. 1985년 충주댐이 만들어지면서 군 소재지가 지금의 신단양으로 옮겨지게 되면서 이곳이 구단양이 된 것이다. 

▲ 계곡 옆 길.

단성생활체육공원에서 냇물을 건너는 우화교 쪽으로 가다보면 물소리길 출발지점이 나온다. 나무데크길에 소박하게 만든 하트 모양의 시설물이 출발 지점이다.  

데크길을 걸어서 우화교를 건넌다. 우화교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이 길에서 만나는 첫 번째 아름다운 풍경이다. 넓은 시냇가 둔치에 물풀이 자랐고 그 사이로 물이 굽이쳐 흐르며 물길을 냈다. 멀리 월악산이 보이고 가까운 산등성이에는 비슷한 모양의 집들이 들어섰다. 

▲ 선암계곡을 거슬러 가는 길 초입에 있는 비석.

우화교를 건너면 삼거리가 나온다. 삼거리 식당으로 들어갔다. 새벽에 출발한 터라 밥을 먹지 못했다. 이 지역 특산물 먹을거리인 올갱이국을 주문했다. 

‘가을 아욱된장국은 문 닫고 먹는다.’는 말이 있는데 거기에 올갱이까지 더해졌으니 단양에서 맞이한 아침을 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밥을 먹고 있는데 인심 좋은 아줌마가 밥 한 공기를 슬쩍 놓고 가시면서 많이 드시라고 한다. 식당 아줌마들도 아침을 먹는다.  

다시 물소리길로 접어든다. 길은 냇가로 내려가서 냇물 옆으로 이어진다. 비가 많이 오면 계곡물이 불어나기 때문에 냇가로 내려가지 말고 도로를 따라 걸어가라는 친절한 안내판도 보인다. 

▲ 돌다리.

냇물 옆으로 걷다가 돌다리를 건넌다. 돌다리를 건너면 길은 냇가 옆 숲길로 들어가서 소선암오토캠핑장 뒤쪽으로 이어진다. 캠핑장으로 내려가지 말라는 캠핑장 측의 안내 플래카드가 보인다. 그곳에서 약 1.8㎞ 정도 걸으면 소선암자연휴양림이 나온다. 휴양림을 지나 1.5㎞ 더 가면 하선암이다. 

▲ 소선암자연휴양림 메타세쿼이아 길.
▲ 소선암오토캠핑장 뒷길.

하선암~가산삼거리
하선암을 보면 누구나 계곡으로 내려가고 싶어진다. 그리고 계곡 너럭바위에 앉게 된다. 너럭바위 위에 커다란 바위가 놓여 있다. 예로부터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이 새긴 글자들이 바위에 수두룩하다. 아름다운 경치에 감응한 마음을 글로 남기고 싶은 옛 사람들의 흥을 짐작해본다. 

▲ 계곡 너럭바위 구간.

바위와 바위 사이를 계곡물이 굽이쳐 흐른다. 맑은 계곡물에서 노는 물고기를 바라본다. 계곡에 몸을 담그고 싶지만 이곳은 월악산국립공원이기 때문에 계곡으로 들어갈 수 없다. 

선암계곡 전체가 월악산국립공원에 속하므로 길에서 벗어나 계곡으로 내려갈 수 없다. 다만 ‘계곡 내 출입 임시허용구간’이라는 안내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곳은 계곡으로 내려갈 수 있으나 취사와 야영은 금지하고 있다. 

하선암에서 도로로 올라와서 다시 걷기 시작한다. 홍암교를 건너면서 왼쪽 풍경을 바라본다. 계곡과 절벽이 어우러진 풍경이 아름답다. 

가산삼거리 방향으로 걷는 길가 풍경이 수수하다. 숲길을 지나고 물풀 우거진 개울 옆도 지난다. 

가산삼거리를 1㎞ 정도 남겨 놓고 길이 잡풀에 묻혀 잘 보이지 않는다. 약 10m 정도 풀을 헤치고 걷다보면 다시 길이 나온다. 

가산삼거리부터 도착지점인 벌천삼거리까지 약 5.7㎞는 도로를 따라 걸어야 한다. 계곡에 데크길을 만들고 숲길을 정비하는 중이다. 가산삼거리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한다. 

▲ 상선암에서 벌천삼거리로 가는 길.

가산삼거리~벌천삼거리
가삼삼거리부터 도로를 따라 걷는다. 가끔 지나는 자동차를 주의하면 아스팔트 도로지만 걸을 만하다. 

▲ 중선암.

중선암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안내판을 따라 중선암으로 내려간다. 도락산장을 지나 계곡에 도착했다. 크고 작은 돌들이 계곡에 가득하다. 바위 사이로 계곡물이 흐른다. 물 흐르는 방향으로 걸어 내려가면 중선암 옥렴대가 나온다. 

계곡 가운데 큰 바위에 ‘四郡江山三仙水石(사군강산삼선수석)’이라는 글자가 새겨졌다. 안내판에 따르면 조선시대에 충청감사와 공조판서 등을 지낸 윤헌주가 1717년에 쓴 것이다. ‘사군’은 단양, 영춘, 제천, 청풍을 말하며 ‘삼선’은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을 말하는 것이다. 

▲ 하선암으로 가는 길 옆 계곡.
▲ 하선암.

예나 지금이나 계곡의 아름다움은 변치 않았을 것이다. 그 계곡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옥렴대에서 돌아나와 도락산장을 지나서 도로를 따라 걷는다. 선암계곡의 상류에 있는 상선암이 여행자를 기다린다. 

도로 바로 옆에 작은 아치형 다리가 보인다. 다리의 한쪽은 도로에 닿아있고 다른 한쪽은 계곡의 거대한 바위에 닿아있다. 다리 아래 계곡물이 시퍼렇다. 수심이 4m라고 한다. 비가 많이 오면 수심은 더 깊어지고 아무리 가물어도 수심이 4m에서 크게 낮아지지 않는다고 한다. 

▲ 상선암 계곡을 건너는 작은 다리 아래 계곡물이 시퍼렇다. 수심이 4m 정도 된다.

수심이 깊지만 물이 맑아 그 아래 바닥까지 다 보인다. 웅덩이 위 계곡에는 밀가루반죽을 주물러 놓은 것 같은 모양의 크고 작은 바위가 즐비하다. 그 사이를 계곡물이 고였다 흐르기를 반복한다. 

상선암 위에는 특선암이 있었는데 인명사고가 발생해서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예전에는 여름 한 철 물놀이를 할 수 있게 했던 곳이다. 

수십 미터 높이의 수직 절벽과 소나무가 어우러진 특선암 계곡 풍경을 도로에서 바라본다. 계곡으로 내려가서 그 풍경 속에 서보고 싶었지만 출입을 금지하고 있어서 그저 바라만 봐야 했다. 

▲ 상선암 거북바위. 거북이가 목을 계곡으로 내밀고 있는 형상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도착지점인 벌천삼거리 방향으로 걷는다. 벌천삼거리에 도착하기 전에 구불거리며 이어지는 길과 길 위를 덮은 가로수가 만들어내는 풍경이 길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벌천삼거리에서 단양읍내로 가는 버스가 1시간 뒤에 있다. 물소리와 바람소리만 있는 벌천삼거리에 그냥 서 있었다.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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